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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유화내 집 식당 벽에 4호짜리 소품 유화가 걸려있다. 네모 식탁의 내 자리 맞은편에 있는 유화를 밥 먹을 때마다 바라보면 지난날들이 회상되어 참회한다.유화는 소박한 농촌 전원마을의 정경情景이다. 중앙에 농로가 있고 양쪽으로 말뚝들이 꽂혀있다. 농로 이쪽엔 키큰 고목이 우뚝 서 있다. 농로 저쪽엔 농가가 있고 그 옆에 농기구창고인 듯한 작은 건물이 한 채 있다. 건물 뒤로는 숲이 우거져있는 가을 풍경이다. 꾸밈없이 간결하다.이 유화는 소품이지만 유래가 깊다. 1990년 5월에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항구 퍼스에서 개최된 국제항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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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1.08.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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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집 발간을 포기하다니! 참 아쉽구나2016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너희들이 보낸 이메일은 지우지 않고 컴퓨터에 담아두었다. 500편이 넘었다. 답장들을 합치면 무려 1,000편이 훨씬 넘었다. 그것들을 읽는데 꼬박 열흘이 더 걸렸다.2016년 전엔, 메일들을 프린트해서 파일로 보관했다. 표지에 이라 기재된 것이 5권, 뒤를 이어 이 3권이었다.내가 노르웨이에서 공부하다가 1975년 겨울방학 때 영국에 처음 갔다. 고생 창연한 대영제국박물관과 윈저궁, 옥스퍼드대학과 지하철 등을 둘러보고 유니언잭이 지구의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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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1.06.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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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버리고 갈 것을!장마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됐다.그간 태풍도 몇 차례 지나갔다. 태풍과 폭우가 남해안과 동해안을 강타했다. 피해가 막급 하다. 섬진강 둑이 터져 흙탕물이 내 고향 화개장터도 덮쳤다.온통 뻘 구덩이라 엉망진창이었다. 불볕더위까지 겹쳐 생지옥이었다. 코로나를 견뎌내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는데… 이를 두고 ‘엎친 데 덮친다’라는 건가? 절망한다. 한탄이 절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옷장 속 의복에 곰팡이가 하얗게 피었다. 며칠을 햇볕에 노 맡겨뒀다. 아파트 3층인데도 이럴진대, 바람과 햇볕이 통하지 않는 반지하 방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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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10.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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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임기택 IMO 사무총장님께안녕하세요? 부인께서도 안녕하시지요?지난번 이메일에 IMO가 셧다운 중이라 했는데 지금은 정상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극도로 혼란스러운데 영국인들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IMO의 막중한 역할과 직원들의 안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수장으로서 고민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쌓아온 경륜으로 난국을 원만하게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IMO 사무총장은 세계해양대통령입니다. 해양과 육지의 비율이 대략 70:30입니다. 해양생물도 육지생물보다 그 숫자가 훨씬 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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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8.1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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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라 그리워 그리워라!어찌 그립다 아니하리오내 강아지들을처맛기슭 제비집어미가 물어오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고개를 휘둘러대던 제비 새끼들고개를 돌려 다시 보니어느새 제비 새끼들은 날갯짓하며 전깃줄로 날아가고내 강아지들은 내에게서 멀어져 갔다그리움!!!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사모의 정. 그리움이 사무친다. 그리움에 잠 못 이룬다. 그런 게 그리움이란 건가.내 어릴 적 엄마가 딸네 집으로 다니러 가셨다. 언제 돌아오시려나 하루하루 목메게 기다렸다. 식구들도 친구들도 없고 오직 나 홀로인 것만 같았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 논두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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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신
2020.07.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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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든다 耕海 김종길‘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란 속담이 있다. ‘맞든다’란 물건을 마주 든다는 뜻이다. 하찮은 일이라도 서로 협력하라는 의미다. 협력하면 극한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사자성어도 있다. 외손뼉으론 아무리 용을 써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홀로 끙끙하지 말고 상대와 의논해서 맞들면 쉽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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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6.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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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들의 배낭여행耕海 김종길손녀 둘이서 배낭여행을 하겠다고 이메일이 왔다.기특하고 놀랍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나에게는 아직도 갓난아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애들이 런던과 파리로 배낭여행을 간다니!그들은 내 집에서 태어났다. 앙증맞은 알몸을 따뜻한 물에 천천히 담갔다. 살이 겹쳐 바람이 통하지 않는 턱밑과 겨드랑이와 손발가락 사이사이, 그리고 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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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4.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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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체조꼭 45년 전이다.스키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일이다. 나는 「노르웨이 쉬핑 아카데미」에서 해운Shipping을 공부했다. 노르웨이에 도착했던 8월에 자정인데도 깜깜하지 않고 하늘에 햇빛의 희미한 여운이 남아있었다. 마치 새벽 여명黎明처럼. 하지에 도착하였더라면 백야를 제대로 볼 수 있었을 터인데.그러다가 추분을 지나자 하루가 다르게 해가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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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4.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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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號는? 耕海 김종길세상 태어난 아이에게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 주민등록등본에 등재한다. 이를 본명이라 한다. 성인이 되어서 불러주는 이름은 자字. 그 외에 누구나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다. 이를 호號라 한다.호는 당나라부터 시작하여 송나라에서 보편화 되었다. 우리나라는 신라 원효대사의 호는 소성거사小性居士 였다. 고려말에는 목은牧隱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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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3.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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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준비耕海 김종길우리는 서산마루턱을 붉게 물들이고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옆자리 친구가 “나는 9988124할 거야”란다. “무슨 숫잔데”란 물음에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만 앓다가 죽을란다”라고 중얼거렸다.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오만하게도 보였다.생로병사生老病死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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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2.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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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수녀님耕海 김종길뵈온 지가 참 오래되었습니다.요즘 평화방송 TV의 『해인글방』을 통해 자주 뵙고 있습니다. 걱정했었는데 건강을 회복한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수녀님께서 하셔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수도자로서 체험한 인생과 사랑을 노래한 수녀님의 시를 음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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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1.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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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비 耕海 김종길시인 친구의 시비 제막식이 있어 오래간만에 고향을 찾았다.학교 다니느라 일찍 고향을 떠났지만, 연전까지만 해도 매년 가을이면 고향을 찾았다. 집안이 몰락해 부모 형제가 다 떠나버린 고향 버스터미널을 밟는 순간 가슴에 찬바람이 스쳤다. 그래도 고향을 또 찾아갔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서.선산에 잠들어 계시는 증조부모님과 조부모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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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9.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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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노래耕海 김종길여름방학을 맞아 손녀 둘이 온다.중간에 한 번 잠깐 다녀가기는 했지만, 그 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얼마나 성숙했을까? 그리고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까? 먹고 싶은 음식을, 갖고 싶은 물건을 무엇이든지 사주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을 읽고 싶다.그보다도 이 할비가 그들의 빈공간을 채워주어야겠다. 첫째 손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4개월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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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8.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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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차이나와 세계 일주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학생기숙사에서 생활했다.책걸상, 책장, 침대, 옷장이 있는 침실 4개가 있었다. 거기에 거실, 부엌, 화장실을 겸한 샤워실은 네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했다. 이를 셀이라 한다. 한 셀에 남자 세 명과 애틴 여자대학생 한 명이었다. 신성한 학생기숙사에 남녀가 합숙하다니! 남녀 7세 부동석이란 고정관념에 절어있는 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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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7.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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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회 생일여태까지 생일을 그냥 그럭저럭 지냈으나 83회 생일은 그렇질 않다. 왜일까? 자꾸만 기력이 빠진다. 회한이 밀려온다. 마지막이란 예감이 든다.고향 집 생각, 조부모님의 인자한 모습,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특히 가족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 하신 어머님, 세상을 모두 떠나버린 형님, 누님들의 얼굴이 떠오른다.미국에 사는 첫째와 둘째 친손녀
자서전
한국해운신문
2019.07.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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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제막耕海 김종길화사한 봄날, 친구 시비詩碑 제막식에 참가했다.시인은 나와 국민학교 동기동창이다. 우리는 해방 1년 전, 1944년 3월에 하동국민학교 38회로 입학했다. 선생님들은 모두 일본인이었고 식민지 교육을 받았다.2학년 때 광복을 맞아 멋모르고 기뻐 뛰어놀았다. 졸업하던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6.25 전쟁이 발발되었다. 나라는 초토화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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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6.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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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우상耕海 김종길우상偶像이란 의미가 몇 가지 있다.첫째 나무 돌 쇠붙이 흙으로 만든 상像, 둘째 종교적으로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 셋째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신의 형상이나 개념, 넷째 대중적인 인기가 있어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존경하는 대상 등등이다.아내의 우상은 그런 게 아니다. 아들에 대한 우상이다. 아들이 하나뿐이라서 그럴까. 세상에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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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5.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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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名家耕海 김종길나는 결혼을 하고서 내 집안을 명가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내는 어림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나는 확신을 가졌다. 나는 결코 허세를 부리는 돈키호테가 아니다. 왕조시대에는 왕가王家이거나 정승판서를 배출한 문벌門閥의 큰 집안을 일컬어 명문대가라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명가라 함은 어떤 일에 뛰어나 이름이 난 집안을 말한다. 중학교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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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4.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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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耕 海 김 종 길손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를 받았다.뉴저지에서 보낸 편지가 북미대륙과 태평양을 건너왔다. 참으로 반가웠다. 반갑지 않은 편지가 있을까만… 그래도 다르다. 편지에 그의 체취가 스며있어 그를 느낀다. 한마디 한마디가 정겹고 감동적이다.컴퓨터 스크린에다 자판을 두들겨 쓴 메일은 클릭 한번으로 순식간에 수만리를 가고 온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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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3.2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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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지의 삼각형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성탄절 연극에서 동방박사 역을 맡았다.구세주 탄생을 알리는 별이 하늘에 나타나 이를 발견한 동방박사들이 구세주를 경배하러 출발했다. 별이 유다 땅 베들레헴에서 멈추었다. 동방박사들이 그곳에서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에게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복음의 기록을 극화劇化하여 크리스마스 기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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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3.08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