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류오염사고 방제작업지도와 오염평가, 교육 등을 수행하는 전문기구인 국제유조선선주석유오염협회(ITOPF)가 오는 25일 롯데호텔에서 ‘해상유류오염의 대응과 보상’이라는 다큐멘터리영화 시사회를 개최한다.

해양유류오염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기구인 ITOPF는 오랫동안 해양유류오염사고와 환경영향, 방제 및 보상절차 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준비해왔고 지난 4월에 드디어 그 작업을 마무리했다. ITOPF는 5월 런던에서 세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첫 시사회를 열었고 6월에 홍콩에서,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서 3번째 시사회를 열게 됐다.

ITOPF는 이번 한국 시사회를 대형 선사나 보험사가 아닌 해사검정회사인 KOMOS검정손해사정㈜과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국제기구로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 때마다 방한해 한국을 잘 알고 있는 ITOPF는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KOMOS검정손해사정㈜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것은 지난 30여년간 파트너로 일해왔던 KOMOS검정손해사정의 김석기 회장과의 신뢰관계 때문이다.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린 다큐멘터리 시사회에 초대된 한국인은 KOMOS 김석기 회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김석기 회장과 ITOPF와의 인연은 깊다.

김석기 회장은 “해사검정인은 거짓말하지 않고 성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ITOPF와 인연을 맺어왔던 지난 30년간 나는 이 말을 철칙으로 생각하고 지켜왔다. 오랜기간 그들과 일하면서 신뢰관계를 쌓아왔고 이번 시사회를 KOMOS와 공동주최하게된 것도 그 신뢰관계의 발현”이라고 밝혔다.

김석기 회장은 이번 시사회를 통해 ITOPF가 보여준 신뢰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지난 50여년간 진실과 성실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해사검정인으로서 일해 왔던 자신이 국제적으로 다시금 인정받은 것 같아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석기 회장이 지난 반세기 동안 걸어온 길은 곧 한국해사검정의 발전사이기도 하다. 한국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해양대 연습선 항해교관으로 근무하다가 1966년부터 한국검사정공사(KASCO)에서 일하기 시작한 김석기 회장은 50여년간 해사감정인으로 활약해왔다.

김 회장이 유류오염사고 전문 사정인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6년 일본해사검정협회에서 실시하던 교육에서 미쯔비시의 유류오염사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면서부터다. KASCO 대표이사까지 지낸 김 회장은 1988년에는 KASCO를 나와 유류오염사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국해사감정(KOMOS)를 설립했다.

KOMOS를 설립한 이후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형 유류오염사고는 거의 대부분 김석기 회장의 손으로 사고피해조사가 이루어졌다. 지난 95년 부산일대 해안 56km를 오염시켰던 유일호 사건, 5천톤의 기름을 유출시켰던 국내 최악의 유류오염사고중 하나인 시프린호 사건,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 발생한 허베이스프리트호 사건, 올해 1월 여수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국내 대형 유류오염사고 현장에는 언제나 김석기 회장이 있었다.

김석기 회장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 뛰고 있다. 허베이스프리트호 사건 당시는 직접 태안으로 내려가 사고조사를 했고 아직도 진행중인 재판에 보험사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아직 피해조사에 착수조차 못한 우이산호 역시 김석기 회장이 해외보험사들의 지정 서베이어로서 활동하고 있다. 당초 우이산호 사고 당사자인 GS칼텍스측이 국내 모 손해사정회사를 지정했지만 해외보험사들이 김석기 회장을 서베이어로 지정해 손해사정사의 조사보고서를 검토하는 작업을 맡겼다. 해외에서 KOMOS와 김석기 회장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석기 회장은 “해사검정은 거짓없이 사실 그대로를 조사해야 한다. 엄청난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해외 보험사들로서는 거짓없이 믿을 수 있는 사실 자료를 조사해서 보고해주는 해사검정인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유혹도 많고 위협도 많았지만 서베이어로서 거짓없이 사실 그대로를 조사한다는 원칙을 지켜야하다”고 지적했다.

50여년간 해사감정인으로 활약해온 김 회장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하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다고 말한다. 해사감정이라는 직업이 해운업계 대표적인 3D업종이기는 하지만 진실하고 성실하게 일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일한다면 해사감정인으로 보람을 느끼며 타업종보다 훨씬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KOMOS에는 20년이상 장기근속한 직원들이 많이 있고 정년이 65세에 달하는 것은 해사감정이라는 업종의 특성을 잘반영해준다.

김 회장은 해사감정업이 3D업종으로 비춰져 해기사 출신의 유능한 후배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에 늘 가슴 한켠이 서늘하다고 이야기한다. 선배 해사감정인으로서 한국해사감정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지 못했다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김 회장은 “국내 해상손해사정업체들이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만 일하다보니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힘들게 일하고도 제대로 된 수수료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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