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이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최초의 물류전문대학원으로 설립된 이후 많은 물류전문인력을 양성했다고 자평해 본다. 그러나 아직 대학과 업계에서 생각하는 ‘물류’, ‘물류전문인력’에 대한 의미가 다른 것 같아 이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물류 대기업 인사담당자들과 물류인력양성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이다.

“우리 회사는 영어와 제2외국어까지 하는 학생을 뽑습니다. 물류관련 전문지식은 사내에서 선배들에 의해 교육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물류 대기업에서 생각하는 물류인력에 대한 생각으로,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물류전문인력은 대학, 대학원 전공자 보다는, 현장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을 물류전문인력이라 여기는 듯했다. 과연 그럴까? 물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기업의 물류실무에 익숙하지 않다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물류인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까? 물류인력 측면에서 단순 노동인력, 영업인력, 장비 및 소프트웨어 관련 현장물류 인력만 확보하자는 것일까? 진정 물류서비스의 기획 및 설계, 컨설팅 등을 할 수 있는 물류전문인력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일까?

이는 물류전문인력을 생각할 때 물류라는 개념을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도 물류업은 단순 창고관리나 운송관리 업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단편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물류라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화주회사의 물류분야는 생산이나 판매분야의 수송과 보관을 지원해 주는 보조적인 기능을 수행할 분야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물류부문 책임자 직급도 차장, 부장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류가 전략적 개념이 없이 조달, 배송 등 단순 기능을 의미하는 경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로지스틱스(logistics)나 SCM은 기업의 새로운 이윤의 근원 또는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는 전략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로지스틱스와 SCM은 사내의 각 부문에 분산돼 있는 기능을 통합하고, 공급사슬에 참여하고 있는 각 사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로지스틱스나 SCM이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면 재고의 감소, 적정한 재고의 유지, 저조한 판매에 기인한 폐기처분의 감소, 품절의 극소화, 물류비용의 감소, 물류 서비스의 적정화 등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 낸다. 그 결과 기업에 있어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근원이자 나아가 기업의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재고와 운송 등 주요 물류분야 의사결정이 전략적인 개념 없이 판매나 생산부분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물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판매의욕에 따른 의사결정은 재고, 생산, 창고, 운송과 관련된 과도한 비용이 발생되는 것이고, 생산비 절감의욕이 앞서다 보면 시장에서의 판매동향과 관계 없는 형태로 과잉 생산될 수 있어 역시 재고비, 운송비, 창고비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운송이나 배송관리에서 물류부문은 기본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물류를 로지스틱스, 혹은 공급사슬, 즉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한다면, 당연히 물류부문이 재고비와 운송비를 줄이면서도 고객서비스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사내, 혹은 공급사슬 전체 최적화를 도모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이를 위해 물류, 로지스틱스, SCM을 책임지는 담당자는 CEO급이 돼야 한다. 최근 들어 애플사의 팀 쿡(Timothy Cook) 같이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CEO로 물류, 즉 SCM 전문가를 영입하는 이유다.

공급사슬관리 전문가는 저비용으로 상품을 목적지로 운송하기 위한 최적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하이테크 엔지니어다. 전 세계적인 조달, 생산, 판매가 이루어지는 글로벌리제이션 하에서 해운, 항공 등 운송, 조달, 보관, 물류거점 등 복잡한 물류 프로세스를 최적화시키는 일들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면서, 이를 해결할 SCM 전문가 및 실무 경력자, 물류학 석·박사 인력이 부각되고 있다.

물류업체 입장에서 보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요구하는 이러한 물류 최적화를 달성시켜 주는 것이 주된 업무영역인 것이다. 바로 제3자 물류전문업체(3PL : third-party logistics provider)가 돼야 하는 것이다. 3PL 업무는 물류업무를 위탁 수행하는 것으로 화주기업의 물류업무 전반을 대행하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3PL 사업자는 물류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화주에 대한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3PL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도의 물류전문지식과 높은 서비스 능력, 둘째 화주를 뛰어 넘는 시장예측 및 분석능력, 셋째 정보시스템(IT)능력, 넷째 해운을 포함한 국제복합운송 같은 종합물류전반에 걸친 능력, 다섯째 물류원가분석에 의한 최적화 컨설팅 능력 등이다.

화주기업이 물류를 아웃소싱 하는 3PL이라는 물류형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3PL사업자에게 맡기는 편이 화주기업 자신이 행하는 것보다 명백하게 뛰어난 물류운영이 가능하다는 보증이다. 이 조건이 충족돼서야 화주기업은 안심하고 물류를 아웃소싱할 수 있고, 핵심 업무에 경영자원을 집중적으로 투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물류전문인력은 화주기업의 공급사슬을 구축해 주고, 화주보다 더 뛰어나게 물류시스템을 운영해 줄 수 있는 인력인 것이다. 이런 업무를 미국 등에서는 주로 SCM 전공 물류학 석·박사가 담당한다. SCM 전문지식과 국제무역 전문지식을 각춘 3PL 제공자는 물류 분야의 전략적 선택과 혁신적인 솔루션, 재고관리, 최적의 분배 수준을 달성하기 위한 수요관리, 글로벌 수송, 보관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해운, 복합운송 등 운송시스템의 구축, 시설 및 위치분석, 재고관리 등의 물류컨설팅 업무도 수행 할 수 있어야 한다.

SCM의 최적 글로벌 물류시스템을 설계하고,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최적 물류를 운영하는 인력이 화주, 즉 고객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서비스 제공업체의 전문물류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개념의 물류를 화주업체를 위해 인력을 양성하는 경영학과에서도 교육을 시키는데 어째서 물류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업체에서는 현장물류에 급급한 것일까?

물류전문대학원에서 제대로 된 물류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지만 기존 물류업계, 해운업계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화주업체에 대한 물류서비스 제공이 어떤 것이고, 이를 담당할 인력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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