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 耕海 김종길

부탁한다

사위와 딸 앞으로 쓴 ‘부탁한다’란 글을 딸에게 맡겼다.

生과 死가 연장선상에 있다하나 生을 마감하는 데는 문화적, 종교적, 법률적 절차가 복잡하고 다난하다. 헌데, 백년손님과 출가외인에게 부탁하는 게 도리가 아닌 듯 싶다. 허나, 아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으니…

‘심각하게 생각지 말아라. 여든이 가까워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부탁해둔다’로 시작했다.

첫째 ‘연명치료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절대’란 용어를 쓰지 않지만 연명치료를 확실히 거부한다는 뜻을 밝혀두기 위해서다.

둘째 ‘가톨릭의식으로 장례를 치러 달라’. 가톨릭에 귀의하였으니.

셋째 ‘시신은 화장해서 바다로 보내 달라’. 자손들이 벌초와 성묘를 못하는 세상이다. 한약방 약장 같은 납골당이 싫다. 하여, 평생을 바다와 더불어 살았으니 육신은 그곳으로 가고 싶다.

넷째 ‘내 연옥영혼을 위해 기일에 미사봉헌을 해 주면 좋겠다’. 염치없지만 하느님께로 가고 싶다. 자손과 친지들이 연도(練禱 : 위령기도)를 해주면 연옥영혼이 하느님께로 간다는 가톨릭 교리를 믿기 때문이다.

위 네 항목이외 몇 항목이 있으나 생략하고, 마지막으로 ‘세상 살면서 고통스럽고 후회스럽고 마음 아픈 일이 어찌 없었겠느냐. 허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조상님과 부모형제의 음덕으로 내 잔이 넘치게 살았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느냐’로 끝맺었다.

날짜를 기재하고 호와 이름과 세례명을 기명했다. 연명치료 거부에 관한 공인된 절차가 있겠으나 그보다 내 뜻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엄지지장으로 서명했다. 재산이랄 것도 없으니 굳이 돈 들여 공증을 받을 필요도 없고.

80여년 희로애락 인생을 내려놓고 육신은 바다를 유영하고, 영혼은 하늘나라에서 세상여행 아름다웠다고 노래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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