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세계 주요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들은 빠른 속도로 대형화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OSC사의 펜폴드(Penfold)가 분석 총괄을 맡은 JOC의 2013년 항만생산성 분석은 전 세계 483항만, 771 컨테이너 터미널을 대상으로 15만 선박항만 입항 자료를 분석하였다. 생산성 측정척도는 시간당 선박당 총 작업시간당 생산성으로 측정되었다. 전체적으로 항만 및 터미널의 생산성은 아시아 지역이 미주나 유럽의 생산성을 크게 앞서고 있고, 전년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했다.

2013년 북미 상위 10위 항만의 선박당 시간당 생산성은 2012년 조사에서 51-74개이었으나 68-91개로 증가했으며, 유럽의 생산성은 2012년 41-81개에서 2013년에는 104-130개로 증가했다. 상위 10대 아시아 항만의 생산성도 2012년의 73-96개에서 2013년에는 104-130개로 증가했다. 개별 터미널의 생산성은 이보다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일본 요코하마의 APM Terminals는 시간당 선박당 163개를 기록하였다.

2012년에 비해 2013년 항만 및 터미널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한 가장 주요한 이유로 선박의 초대형선화를 들고 있다. 선박이 초대형화가 되면서 선박의 길이도 길어지고, 결국 선박당 작업 크레인 대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 항만 및 터미널이 유럽이나 미주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이유는 최근의 기술과 장비를 장착한 첨단 터미널을 건설,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의 항만은 유럽이나 북미 터미널에 있는 선원 노조의 작업방식과 관습에 좀 더 자유롭기 때문인 것도 한 원인으로 들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주요 터미널 운영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대한 압박을 받은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8,000 teu 선박은 몇 년 전만해도 매우 큰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11,000teu 이상 초대형선이 주된 컨테이너 수송 선박 선형이 되었다. 조선기술로 보면 24,000 teu 선박을 건조하는데 어떤 기술적 제약도 없다고 한다. 이미 중국선사가 24,000 teu 선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어, 2017-18년경에는 선박이 인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이 선박은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12,000 –14,000 teu 선박은 북미항로로 연쇄 전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OSC사에 따르면 규모의 경제효과에 의해 24,000 teu 선박은 단위당 운송비에서 12,500 teu와 16,000 teu 선박에 비해 각각 23.1%, 17.4% 저렴하다고 한다. 그리고 초대형선의 하루 총 비용규모가 1억 6천만원(15만 달러)에서 2억 3,850만원(22.5만 달러)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절감효과는 매우 큰 것이어서 초대형선에 대한 투자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안벽에 재항해 있을 때 초대형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 비용이 하루 6,300만원(6만 달러)에서 1억원(10만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항만과 터미널은 선박의 재항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이다. 즉 터미널은 그 생산성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사 특히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선사의 경우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항항만수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선사들이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감속운항(slow-steam)을 하면서 늘어난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항항만수를 줄이고 기항항만에서도 빠른 양적하를 통해 재항시간을 단축시키기를 원하게 된다.

그러나 초대형선의 기항에 따라 양적하 하는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터미널 야드 및 게이트 작업에 큰 혼란을 야기 시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로테르담, 뉴욕-뉴저지항, LA-LB항 등 세계 주요 거의 모든 항만에서 겪는 어려움이다. 얼마 전만 해도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선박당 1,000개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박당 5,000개 양적하도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14,000 teu 선박의 경우 최대 10,000개의 컨테이너 양적하가 이루어지고, 24,000 teu 의 경우는 기항당 최대 16,00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해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화물을 적기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급사슬에 포함되어 있는 구성원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선사는 보다 정교한 선박적재 계획(stowage plan)을 세워야 하고, 항만 터미널 운영사, 그리고 터미널의 인력, 장비 등이 모두 조화롭게 움직여야 가능하다.

JOC의 항만 생산성 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의 생산성은 시간당, 선석당 생산성이 84개로 9위에 그치고 있다. 모두 중국, 일부 일본 항만보다 뒤지는 수준이다. 세계 10대, 혹은 아시아 10대 생산성이 높은 터미널에는 우리나라 터미널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2013년 발표에서는 대한통운 광양터미널이 7위를 차지한 바 있지만, 올 발표에는 이마저도 없다.

다만 부산항은 8,000 teu 미만 선박에 대한 생산성은 98개로 세계 3위를 차지했고, 현대 부산신항만과 부산신항 국제터미널,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이 각각 2위, 3위, 7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8,000 teu 이상 선박에 대한 생산성으로 본 JOC의 항만순위에 세계는 물론 아시아 10위내에도 부산항이나, 우리나라 터미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항만생산성은 초대형선의 기항항만 선택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데, 부산항이나, 우리 터미널의 초대형선에 대한 항만생산성이 세계수준이나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진다는 얘기이다.

내년에 개장하는 인천신항의 경우 당장 8,000-12,000 teu 선박이 기항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에 대응할 수 있는 안벽수심과 크레인은 갖추고 있다. 안벽수심은 내년부터 수심 16미터로 증심할 계획이고, 컨테이너 크레인은 22열로 선폭 56미터 선박까지 처리가 가능해, 이론적으로는 13,000 teu 선박까지 입출항 및 양적하 작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역시 우려되는 점은 생산성이다.

세계적인 항만개발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컨테이너 선사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현지 하역사가 파트너로 합작회사를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다. 이들은 항만개발 초기부터 항만의 잠재력과 생산성 목표를 공유하며 개발하고, 운영도 함께 하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에 따른 시장점유율 증가 이익도 공유한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터미널도 가장 시급한 일은 초대형선에 대한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이고, 이를 위해서는 컨테이너 터미널의 개발 및 운영을 글로벌 스탠다드를 벤치마킹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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