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해 4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정부기관은 물론 기업체, 학교, 백화점, 영화관, 쇼핑시설 같은 대중이용 시설, 국가 중요 보호시설에서는 기존의 안전관리 치침을 전면 개정하여 현실성을 높이고, 상황 발생 시 취해야 할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고, 다양한 형태의 모의훈련을 실시하여 안전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즉 안전문화는 어느 정도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인천과 중국을 운항하는 국제여객선에 대한 해당 선박의 안전상황을 점검한 바 있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어서 안전관리가 상당히 잘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점검을 하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한다. 선박의 핵심보호 시설인 조타실을 아무런 제지나 방해 없이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고, 승무원들도 폭발물 발견 또는 의심승객 발견 등 상황발생시 대응요령을 잘 모르고 있는 등 여객선 현장에서는 본사의 안전관리지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고, 안전과 보안을 책임져야할 사무장은 물론 관리자인 선장도 관련규정을 숙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다.

또한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일급 보안 시설인 원자력 발전소의 도면과 대외비 내부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킹 시도가 종종 있었던 만큼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이에 대한 안정규정은 매우 엄격히 관리 해왔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의 안전 및 보안 풍토는 정부가 만들어 놓고 준수를 요구하는 국가보안시설관리지침 등 안전 및 보안 문화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 되고 있다. 서버와 개인PC 등의 철저한 망 분리 준수를 이행치 않았으며, 악성코드가 깔린 것으로 의심되는 이메일을 열었다는 것 등이 직원 개개인의 보안의식과 현장에서의 안전풍토를 가늠케 한다.

이와 같이 안전과 보안에 대한 안전관리지침이 있음에도, 판교 환풍구 사고, 원전 문건유출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주된 원인으로 현장의 안전 및 보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관리 및 보안관리 지침이 잘되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안전 및 보안관리 풍토는 괴리를 보이는 것이 안전 및 보안사고에 취약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IHS의 해양분야 수석 애널리스트인 리차드 클레이튼씨는 문화와 풍토가 다른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안전문화"란 선박회사가 말하는 관리이며, "안전풍토“란 실제로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관리자가 현장에서 떨어진 육상에 있는 해운업에서 문화와 풍토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또한 각각의 선박마다 안전문화와 다른 ‘안전 풍토’를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불충분한 안전 관리지침, 일방적인 관리 통지, 안전성 확보와 상반된 다른 규정, 육상과 선장 혹은 정부와 원전 간의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안전관리에 대한 선장이나 한수원 임직원의 자세, 안전 확인을 경시하는 선장이나 CEO가 승무원이나 직원들에 미치는 영향 등이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들이다.

안전 문화는 안전 풍토가 강하거나 약하거나 간에 안전을 지켜가는 중요한 지침이기 때문에, 원전 임직원이나 선박 해기사나 선원들이 안전 풍토와 안전 문화에 대해 일치하는 견해를 갖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원 개개인, 그리고 원전 임직원 개개인이 안전 문화와 안전 관리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처럼 안전정책이 모두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 및 보안 문화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부실한 안전관리지침과 같은 안전 문화가 유지되는 경우도 심각한 문제이다. 안전 및 보안 관리지침이 현실성을 갖도록 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여 현장에서 안전 및 보안 관리지침을 쉽게 지킬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의 안전 및 보안 관리지침은 대부분 기획행정 담당자가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내용도 복잡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선박회사의 안전관리지침과 선박 현장 안전관리 풍토의 괴리, 그리고 정부의 보안시설 관리지침과 원전 등 1급 보안시설의 현장 보안관리 풍토의 괴리를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현장마다의 안전, 보안 풍토의 차이에 의해 기인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의 안전 및 보안 사고는 이를 담당하는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서의 안전 및 보안 풍토를 개선하려면 이를 관리하고 담당하는 사람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자격 있는 전문가에게 관리토록하고, 교육 및 대우에 충분한 투자를 하되, 위반 시 엄격한 처벌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처벌수위가 높아져 파면, 정직 등 중징계가 내려지면서 음주 운전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안전사고나 보안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일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은 선박에서는 선장이고, 1급 보안시설에서는 사장이다. 만약 선장이나 사장이 안전 관리 절차를 관료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면, 선내 안전풍토나 시설 내 보안풍토를 확인하는 것도 본사나 정부의 관리에 속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선장이나 사장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장에서의 안전 및 보안 풍토와 지침과의 괴리를 찾아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형식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강요하는 본사나 정부에 사고의 책임을 돌리지 않으며 승무원과 승객 대피 등 안전 절차, 그리고 1급 대외비 문건 보안절차를 타인에게 맡기지 않아야 한다.

안전 문화와 안전 풍토를 선상에서 통합하는 것은 선장의 일이고, 원전에서 통합하는 일은 사장의 일이다. 세월호 선장이었던 이준석 피고에게 회사의 관리자들보다 10 배나 무거운 법원판결이 내려진 것도 이 때문이고, 원전 사장에게 보안사고의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장과 사장에게만 일임된 것은 아니라 해도, 안전 및 보안 관리는 최고 책임자의 헌신에서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선장과 사장에게 중책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각급 CEO들은 안전 및 보안규정의 정비보다는 현장에서의 풍토를 개선하는 일에 더욱 헌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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