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Richard Clayton),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1764년부터 해운업계의 벤치마크 역할을 해 온 IHS Maritime & Trade가 2015년 새해를 맞아 매달 한국해운신문에 칼럼을 기고합니다. 독자분들중 IHS Maritime & Trade에 대해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 간단히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IHS Maritime & Trade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국의 저명한 해사전문지인 페어플레이(Fairplay)와 미국의 대표적인 해사전문지인 JoC(Journal of Commerce)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해운, 항공, 방위, 보안, 자동차, 전자, 화학, 금융, 에너지 등의 산업을 리서치하고 컨설팅하는 미국 회사입니다.

IHS Maritime & Trade는 IMO 선박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유일한 기관으로 잘알려져 있고  전세계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AISLive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매달 한번씩 한국해운신문 지면을 통해 한국독자들을 만나게 되는 IHS Maritime & Trade 리서치팀의 리차드 클레이튼(Richard Clayton) 수석 애널리스트는 해운브로커, 해양산업 기자 및 연구원으로 상선업계에서만 3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해양 전문가입니다.

라치드 클레이튼 수석 애널리스트의 경험과 IHS의 방대한 데이터 및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매달 해운, 조선업 등 해양 관련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신 이슈에 대한 생각을 한국해운신문 독자들과 공유할 계획입니다.<편집자주>

▲ IHS 리처드 클레이튼 수석 애널리스트

세상에는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knowns)’,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unknowns)’, 그리고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이 존재한다.

2002년 한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럼스펠트(Donald Rumsfeld)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한 말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거나, 모르거나, 혹은 우리가 그로 인해 영향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보(information), 분석(analysis), 통찰력(insight)이 있다는 뜻이다. 그의 이 발언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전 세계 많은 사람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이 개념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산업 애널리스트로서 우리가 가진 업계의 정보를 세 가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게끔 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일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고, 또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분석하게 된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해양 산업 경영진들 역시 이 세 가지에 대해 계획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30년간 지켜본 해운업계는 불규칙한 사이클의 연속이었다. 산업이 성장하고 시장에 대한 확신이 커지는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초과공급으로 인해 1~2년간 위축이 지속되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떨어지는 것 보다 상승하는데 항상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성장과 위축을 오가는 동안 운임과 선가는 최고점과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뛰어난 투자가는 이러한 시기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선가가 최고점에 이르기 직전에 선박을 매각했고, 최저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선박을 매입했다. 해운업계 투자가들은 선박 운항보다 이러한 매매사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2015년 연초부터 해운업계의 이런 성장-위축 사이클이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말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운임은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호황기였던 2007년과 2008년에 발주된 신규 선박들이 시장에 인도된 것이 일부 원인이다. 2010년 시황이 일시 회복됐을 때 역시 대량의 신조 발주가 이어졌고 그 결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선복량이 증가하면서 시장이 침체되는 사태가 지속됐다.

현재 컨테이너선 부문을 보면 선복량(carrying capacity)이 필요량보다 25%가 넘는 것으로 보인다. 선박 네 척 중 한 척은 남아돈다는 뜻이다. 아직도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많이 발주돼 있기 때문에 5000~1만teu급 선주 및 운항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럼스펠드 전장관의 말을 아시아 조선업계에 적용시킨다면 시장에 대해 알려진 것이 무엇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업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요인으로 무엇이 있을지를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현재 선대 규모와 향후 2년간 선박 수주 규모, 해체 가능한 선박 규모 등이다. 즉 지난 수십 년간 해운 투자의 기본이 되어 온 단기 전망 정도이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은 2017년 이후의 수주량, 배기가스 규제나 고비용의 밸러스트수처리 시스템에 대한 노후선박 소유주의 대응, 파나마 운하의 확장이 세계 무역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이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에 해당하며,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현재로써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갈등을 비롯해서 향후 10년의 유가 추세, 그리고 선원, 조선 엔지니어, 차세대 지능형 선박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 숙련된 노동인력 확보에 대한 우려 증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30년간 배운 점이 있다면 해운업으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가는 보통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투자자에게는 인내와 투지 그리고 융통성이 요구된다. 첨단 기술이 가져올 이점을 알고 있거나, 비용을 단단히 줄이는 투자자에게는 앞으로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미래는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최상의 정보, 분석 및 통찰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자들의 것이다.

해운업계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비록 예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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