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신년 들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는 예년처럼 금년도 해운, 항만, 물류분야 전망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나타난 2015년 해운시황은 유조선 부문을 빼고는 정기선, 건화물선 모두 작년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다.

전망대회에서 유조선 부문은 다른 선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내년도 시황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케이프사이즈 건화물선은 철광석 수요증가세 둔화와 케이프사이즈 선대 증가로 작년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고, 파나막스 시장은 전체적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부정기선의 경우 시황 자체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요인과 추세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이 아쉬웠다. 2015년 건화물선 시황과 유조선 시황이 어떻게 되는지를 좀 살펴보자.

2014년 초 당시 시황 전망과 2014년 실적을 비교해 볼 때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건화물선 해운시황이 기대만큼 회복, 또는 상승하지 못한 점이다. 철강원료 선박인 케이프사이즈선 신조 인도도 피크가 끝나가고, 중국의 철광석 수입도 증가되고 있어 용선료가 한 계단 더 높아 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4년 가을 용선료 최고치는 평균 2만 6,000달러 대에 그쳐 2013년 가을의 4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쳤고, 급기야는 작년 말 케이프사이즈 용선료가 하루 3,000달러 대까지 떨어져 2년 내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금년 1월 중순에도 4,000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

철광석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성장률 둔화를 겪으면서 케이프사이즈 금년 초 운임이 작년 초 3만 7천 달러 대에 비해 90% 정도까지 하락한 것이다. 중국의 금년 성장률이 7%로 지난 25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2008년 리먼사태 이후에도 계속 증가해왔다. 그러나 2014년 중국의 철광석 수입 증가율이 5%에 그쳤고, 이와 같은 추세가 201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과거 10-20%의 증가에 비해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알라딘의 램프에 기름이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케이프 사이즈 시황하락의 또 다른 요인은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Vale)사가 침체된 철광석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하를 줄여나간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발레사가 말레이시아의 중계 기지용으로 40만 중량톤 형의 발레막스(Valemax)선을 사용하여 철광석을 수송하고 있는데, 이 수송은 발레사의 자사 화물이기 때문에 용선시장에 나오지 않아 브라질 산 철광석 성약 수를 감소시키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플라토(Platou)사의 분석에 의하면 케이프사이즈 운임은 금년에도 낮은 상태에 머물겠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형 벌크선인 파나막스선 시황도 장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항로 평균 운임은 작년 2월부터 현재까지 1만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금년 1월 중순 기준으로 1일 5,200 달러선에 머물고 있어 손익분기점인 1만 ~ 1만 2,000달러의 거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는 리먼 쇼크 후인 2008년 4분기의 평균치인 7,435달러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주 원인 중 하나는 역시 세계 최대 연료탄 수입국인 중국향 석탄물동량의 둔화이다. 중국 버블 경제가 전환점에 접어 든 데다 환경 문제나 자국 탄광 보호에 의해 석탄 수입량에 제동이 걸려있다. 또 다른 요인은 만성적인 석탄, 곡물수출항 체선이 축소된 점과, 곡물수송에서 화주의 선제적 선복 확보로 인해 시황변동이 억제된 것을 들 수 있다.

동부 호주에서 중국 향 석탄물동량이 둔화된 것과 함께, 뉴캐슬 항만이 2010년부터 도입한 '선박 도착 시스템'(VAS)에 의해 체선이 크게 완화되었다. 동시에 남미 동안에서는 곡물운송 물류 정비가 진행되어, 하역 일정이 크게 개선된 것도 체선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2013년 가을 시황급등을 경험한 곡물 메이저들이 다수의 정기용선 선박을 선행적으로 확보하여 현물시장에서 용선비율을 낮춘 것도 시황이 크게 상승할 기회를 갖지 못한 요인이 되었다.
 
해운시황은 물동량이 꾸준히 있다고 좋아지질 않는다. 일시적으로 또는 일부 수역에 화물이 집중되어 국지적으로 선복이 부족할 때 시장이 크게 상승한다. 그렇지 않다면 선복과잉이 계속되는 것이다. 즉, 시황 상승은 시간에 따라 또는 장소에 따라 변화하는 불균형에 기인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 드라이 벌크 시황은 케이프 물동량 둔화와 함께 파나막스 시황 평균화가 지속되어 크게 상승할 계기를 갖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비해 유조선 시장은 모처럼 밝은 분위기에 싸여있다. 유조선 시황은 작년 12월 VLCC (초대형 유조선)의 현물시장 운임이 중동-일본 항로에서 WS (World Scale, 유조선 운임지표) 80 이상을 보이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1월 중순에도 70대를 보이고 있다. 1일 용선료로 환산하면 8-9만 달러 대까지 상승한 것이다.

초대형 유조선(VLCC) 시장은 신조선 대량 준공으로 2011-12년은 거의 바닥세를 면치 못했다. 2013년 겨울 성수기에 일시적인 급등 국면이 있었고, 2014년 여름에 이어 연말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조선 시황이 드디어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것인가?

이는 그동안 시황 침체가 이어지면서 신조선 발주가 감소하고 해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공급부문의 개선으로 공급과잉이 크게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VLCC의 연간 신조선 준공 척수에서 해체선 척수를 뺀 순 증가 척수는 2013년 9척, 그리고 2014년에도 10척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황 상승의 요인을 선박 수급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시황 상승의 요인이 유가하락과 이에 따른 오일 메이저들의 원유비축 증가에 의한 단기용선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면 유가의 향방에 따라 용선수요가 변화할 수도 있다. 또한 최근 용선료 상승으로 감속 운항에서 이탈하는 VLCC가 나오고 있고, 해체도 일시적으로 정체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시황상승에 부정적인 요인들이 될 수 있다. 일본해사신문의 분석에 의하면 선령 15년 이상 VLCC는 75척이지만, 금년 신조선 준공은 25척 전후가 될 것으로 보여, 선박 순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 유가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금년 말 VLCC 시장은 오래간만에 큰 폭의 증가국면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2015년 부정기선 시장은 부문별로 명암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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