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Richard Clayton),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수석애널리스트
6개월째 지속되는 유가 약세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2009년 봄 수준으로 하락했다. 유가 내림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결국 골드만삭스나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전망한 것처럼 배럴당 40달러 선 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가 폭락요인으로는 경제수요 둔화, 각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강세, 미국 셰일 오일(tight oil) 산업의 급격한 성장 등을 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1월 산유량 감산에 반대한 것을 두고 음모론을 펼치기도 한다.

지금 세상의 관심은 유가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에 쏠리고 있지만 사실 이는 요지를 벗어난 질문이다. 유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변동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9년 사이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서 45달러로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내렸지만, 그 후 반등하여 2011년 봄에는 120달러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2011년 1월과 2014년 9월 중순 사이에 요동이 있긴 했지만, 줄곧 100달러 이상을 유지해왔었다.

따라서 지금의 유가 하락이 단순히 단기적인 약세인지 혹은 구조적인 재조정인지에 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시장분석가들은 올해 중반까지 유가가 계속 하락해 배럴당 40달러를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 이후에 유가가 반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하락 기간만큼 하락 폭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배럴당 최저 100달러를 기준으로 사업을 계획했던 해운업계는 현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2015, 2016년 지출예산을 편성하는 에너지업계는 오죽하겠냐 만은 말이다.

당분간 유가가 40달러에 머무른다면, 셰일 오일에 대한 투자가 지연될 것이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친환경 정책은 잠시 미뤄둔 채, 원유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만이 유일한 동인이라면, 엔진 효율성 개선과 배기가스 감소에 대한 해운 관련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벙커유가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될 경우, 감속 운항(slow steaming)을 계속 하게 될까?

현재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2009년처럼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임대하여 해상에서 원유를 보관하는 것이다. 비톨(Vitol), 트라피규라(Trafigura), 셸(Shell)은 이미 12개월간 거래하거나 보관할 수 있는 비축용 탱커를 다수 확보해두었다고 한다.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올 1월 초에 비해 2015년 말 인도분의 경우 배럴당 8달러 높다고 한다. 현재 1000~1200만 배럴 정도가 해상에 있다. (참고로, 2009년 해상에 비축된 원유가 1억 배럴이었다.)
2014년 각종 전망은 고유가로 인해 효율 극대화에 대한 투자, 연료 사용량 감소, 엄격한 지출 관리 등을 전제로 이루어졌다. 이 경우 벙커유 비용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환경보호 노력이 약화되면서 위에 언급한 투자나 노력에 대한 필요성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가 요동이 낳는 가장 큰 문제는 해운정책이 비용에 따라 늘어나거나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6년간의 긴축정책은 그 결과야 어찌 되었든 해운 부문의 재평가를 가져왔다. 업계는 환경보호, 선원안전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10년 전보다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개선할 부분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각종 안전사고는 모범사례를 준수하지 못했다는 또 다른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석유유출 사건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는 지난달 국제유조선선주오염연맹(ITOPF)의 발표는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고유가에 대한 선박운영업체의 부담이 감소함에 따라 그동안의 개선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배기가스 규제는 기업의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상관없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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