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최근 필자는 우리나라 물류산업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주제로 조그만 원탁 세미나에서 발제를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물류산업 지원에 대한 산업정책적 측면의 토의가 이루어졌다. 오랜만에 물류산업 이외의 산업정책 전문가들과 진지하게 토론한 유익한 자리였다.

문제 요지는 간단하다. 일반적인 산업정책은 작은 정부의 역할과 왕성한 기업가 정신에 의해 이루어지는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어야 하는데, 물류산업은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큰 정부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꼭 그렇게 할 물류산업의 특수한 당위성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매우 어려웠다. 물류산업이 민간 기업에게 맡겨두어서는 세계 물류산업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야 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들은 모두 이와 같은 이유로 큰 정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류산업만의 고유한 정부지원 당위성과 국제경쟁력 향상방안을 살펴보자.

물류산업은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제의 9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는 수출주도 통상국가로, 물류가 국가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류는 기업들의 글로벌 기업경쟁력 강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업 활동의 글로벌화에 따라 글로벌 공급사슬관리(SCM) 같은 물류경쟁력이 곧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물류산업은 세계은행 평가에서 무역규모에 비해 낮은 21위의 국가 물류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낮은 이유로 물류기업이 영세하고 생산성이 낮은 문제점, 그리고 2자 물류기업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전문화된 제3자 물류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있는 상황 등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큰 문제점은 기업 규모가 영세할 뿐 아니라, 운송부문에서 단순위탁서비스를, 그리고 보관 및 재고관리 부문에서 단순 임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화주기업은 최근 물류네트워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수,배송 관리시스템, 창고 관리시스템, 글로벌 공급사슬관리 시스템 등 최신 물류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국내 물류업체들은 인력 및 자본과 기술 수준에서 화주기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물류산업이 이런 상황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물류활동이 글로벌화되고 전문화되어 세계적인 기업들은 제3자 물류서비스 제공자인 물류기업에게 자국 및 글로벌 물류활동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량화주인 재벌 및 대기업들은 물류기능을 통제가 가능한 자회사에 넘겨 관리하는 2자 물류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독립적 제3자 물류서비스 시장 성장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 초래하고 있다. 즉 성장기반 약화는 물류기업의 역량 부족으로 나타나며, 글로벌 영역의 서비스와 토털물류서비스를 요구하는 화주의 니즈에 부합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 물류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기를 제약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제3자 물류시장 육성의 근본 해결책은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할 이유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세계 무역량의 9% 차지하고 있지만, 물류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5%밖에 되지 않는다. 글로벌 물류기업 대비 열세, 물류기업의 해외진출 미흡, 글로벌 리더 물류기업 부재 등의 문제점도 우리 물류산업의 낮은 국제경쟁력 요인들이다.

2012년 기준 국내 물류기업 20대 기업 중 12개는 해운, 항공회사이며, 물류전문기업은 8개사이다. 이들 물류기업 8개사의 평균 매출액은 1조 7천억 원이다. 그러나 DB Schenker, DHL, 퀴네 나글 같은 8대 글로벌 물류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8조 5천억 원이다. 국내 8대 기업 평균 매출액은 글로벌 기업의 9.3%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시설 및 장비투자 규모 지표인 유형자산 규모도 글로벌 기업 평균이 11조 8천억 원 인데 비해 국내 8대 물류기업은 평균 6,900억 원으로 5.8%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네트워크의 차이가 곧 기업의 국제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물류산업에서 국내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물류기업과의 네트워크 경쟁에서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DHL은 220개국, UPS도 120개국에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진출 3대 기업을 보더라도 고작 수십 개 국가에 진출하고 있는 정도이다.

세계 10대 물류기업에 포함되어 있는 DP World, Cosco 등은 각각 아랍에미레이트와 중국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이다. 또한 과거 정부기업이던 것을 민영화한 DHL, DB Schenker 등은 민영화 당시 막대한 정부자산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어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시작한 기업들이다. 이밖에도 세계 유수 물류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해당국가의 대표적 기업으로 정부 유착(government friendly)기업이라 할 수 있어 직 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물류기업의 경쟁력은 철도, 도로, 항만, 항만배후지, 물류단지 등과 같은 물류관련 사회간접자본을 얼마큼 활용할 수 있고, 통제 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런 해외 물류 SOC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투자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류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검토해 보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추진했으면 하는 정책을 제안해 본다. 우선 경쟁력 있는 제3자 물류기업을 만드는 일이다. 2자 물류기업이 주도하는 국내물류시장에서 2자 물류기업 간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민간주도 2자 물류기업 간 인수합병에 따른 규제완화와 세제지원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이 있는 제3자 물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수합병과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글로벌 리더 제3자 물류기업을 육성할 자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금년 말 자본시장법 업종제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물류산업 펀드조성이 가능하다. 물류산업발전기금을 조성하는 일도 바람직하지만 정부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수익성과 안정성이 있는 민간자금 펀드를 조성하는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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