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학교 법대교수(선장, 법학박사)

▲ 김인현 고려대 교수
1. 나용선의 의의

나용선(裸傭船) 혹은 선체용선(船體傭船)이란 일정 기간 선박소유자로부터 용선해 용선자가 자신의 선장을 고용하고, 관리하며 자신의 영업에 활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이러한 내용을 가진 선박소유자와 나용선자 사이의 계약을 나용선계약이라고 한다.

나용선 계약에는 국취부 나용선(소유권 유보부 나용선, BBCHP)과 단순나용선이 있다. 국취부 나용선의 경우 나용선기간이 종료돼도 선박이 선박소유자에게 반환되지 않고 용선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점에서 특이점이 있다. 용선기간의 만료에 비례해 한국국적에 근접하는 특징이 있고 이는 한국선박으로 간주되는 근거가 된다. 이에 비해 단순 나용선은 용선기간이 만료되면 선박은 선박소유자에게 반환되게 된다.

2. 나용선 등록의 의의

A국가에 원등록이 된 선박이 B국가로 나용선되는 경우 B국가가 나용선 등록을 허용하는 법제도를 가진다면, A국가 등록은 정지되고 B국가에 나용선 등록이 된다. 그 결과 그 선박은 나용선 기간 동안 B국가의 선박이 되고 B국가의 각종 안전규제(선박법, 선박안전법, 선원법 등)의 적용을 받게 된다. 다만 소유권 등의 목적으로 등기된 것 혹은 등록된 것은 A국가에서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영국, 독일, 홍콩 등이 이와 같은 나용선 등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국민 소유권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나용선 등록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국취부 나용선에 대해서만 국제선박등록이 가능하지만 이는 원등록국의 등록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나용선 등록과는 다르다.

3. 나용선 등록의 장점

한국 선주들이 편의치적선제도를 이용해 선박을 사실상 지배하면서도 파나마 등지에 등록된 경우 선박안전에 대한 파나마 정부의 감독이 소홀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에 입항한 그 선박에 대해 한국정부는 원칙적으로 그 선박을 검사할 권한이 없고 그 권한은 파나마 정부에 있게 된다. 선박에 나용선 등록이 허용되면 원등록국의 등록은 정지되기 때문에 파나마 정부의 검사를 받지 않고 나용선이 등록된 한국정부의 검사를 받게 된다.

현행 선박안전법에 따르면 국취부 나용선은 한국정부의 선박검사(KR의 정부대행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국인 파나마 정부의 검사도 받아야한다. 이것은 파나마 정부는 선적국이기 때문에 선적국법에 따른 검사를 받게 되는 것이고, 국취부 나용선은 국적선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법률의 규정에 따른 한국정부의 검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는 선주들에게 상당히 경제적인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이중정부검사에 대해 불만이 가중되게 한다. 만약 동 선박에 대한 나용선 등록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다면 파나마 등록은 일시 정지되기 때문에 파나마정부의 검사를 받을 이유가 없어지게 돼 한국정부만의 검사를 받게 된다.

나용선 등록이 되면 한국선적을 가진 선박의 숫자가 늘어나게 된다. 각국의 선박톤수를 나타내는 수치는 지배선박기준과 등록선박기준이 있다. 우리나라가 5위라는 것은 편의치적 등을 포함한 지배선박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등록선박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11위권이다. 나용선 등록을 허용하면서 우리나라 등록제도의 이점을 제공한다면 많은 수의 선박이 한국선적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고 등록선박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선박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해사안전법이나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박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정부의 검사를 받는 선박의 숫자도 늘어나고 한국선원이 승선해야하는 숫자도 늘어날 것이므로 고용창출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개방을 앞둔 한국선급의 정부대행검사 건수도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선주가 사실상 선주이면서도 편의치적된 선박에게 나용선 등록을 허용함으로써 한국정부가 이 선박들을 관리해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4. 예상되는 단점

나용선 등록제도는 원등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원등록국과 나용선 등록국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중국적은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원등록국의 등록이 일시 정지돼야 한다. 등록이 정지되지 않은 상태라면 상당히 복잡한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외국적 요소가 개입된 경우에 국제사법이 적용되는데 선박우선특권이나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제도를 적용할 때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지는 선적국법에 따른다. 이 경우 어느 나라 법을 선적국법으로 해야 할지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다.

최근 우리법원은 소유와 관련되는 것은 원등록국의 선적국을 따른다고 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해결됐다고 생각된다(대법원 2014.11.27.선고 12014마1099결정). 대법원은 소유권, 선박우선특권, 저당권 등 사법적인 관계는 원등록국을 따르고, 행정규제는 나용선 등록국을 따른다고 한 것이다.

나용선 등록이 돼 한국선원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선원비의 상승이 예상된다. 이것은 국제등록선박법을 개정해 국취부 나용선 뿐만 아니라 단순 나용선에 대해도 일정숫자의 외국선원의 승선도 가능하게 하면 될 것이다.

5. 실행방법 및 남은 과제

현행 선박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이나 법인이 소유하는 선박만이 한국에 등록이 가능하다. 선박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모든 나용선에 대해 강제적으로 등록을 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선박법상 허용되는 한국인이거나 한국인이 소유하는 선박회사가 나용선자인 경우에만 나용선 등록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더 많은 선박을 유치하기 위해는 한국에 대표자만 둔 경우에도 나용선 등록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편의치적선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안전에 방점을 두는 제도이므로 선령에 상한선을 두거나, 단일격벽의 유조선(single hull tanker), 카페리(Ro-Ro Ferry) 등에는 등록 제한을 두는 것도 고려할 요소이다.

나용선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와 도입시의 장단점을 더 깊이 연구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국제선박등록법, 톤세제도 등의 도입이 상당한 긍정적 파급효과를 우리나라 해운에 주었듯이 나용선 등록제도의 도입도 침체된 해운산업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를 일이다. 등록톤수기준 세계 1위국가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면… 이는 국격(國格)의 상승 및 해운에 대한 대국민적 홍보효과도 있을 것이다. (2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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