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

▲ 고려대 김인현 교수
“오랫동안 공을 들여 어렵게 양성한 해상변호사가 해운업계에서 일해보지도 못하고 다른 분야로 간다는 것은 해운업계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대단한 낭비이고 또한 아쉬운 일입니다. 해운업계에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양성된 우수한 로스쿨 출신의 해상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국내 유일의 해상법에 특화된 로스쿨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김인현 교수는 요즘 제자들의 취업문제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밤잠을 설친다. 선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해상법을 연구해왔고 후배들을 양성해 왔던 김 교수가 혼신을 기울여 곧바로 해운업계에 투입돼 일할 수 있는 우수한 해상변호사들을 양성해 놨지만 정작 해운업계와 해상법 로펌들이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현 교수는 해상법 로스쿨이 양성하는 실무능력이 우수한 해상법 변호사들을 해운업계에서 소화해주지 않는다면 해상법 로스쿨 과정이 폐강돼 우수한 해상변호사 양성이 중단되고 종국에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해상법이 예속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해운업계와 해상법로펌에 로스쿨 출신의 우수한 해상법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고 앞으로 해상법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07년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후 4번째 졸업생을 배출하게 됩니다. 로스쿨제도가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로스쿨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상존하지만 해운계 관점에서 보면 로스쿨은 분명 도움이 되는 제도입니다. 한국해양대학이 설립된 1945년 이래로 해기사출신 변호사는 2010년까지 4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로스쿨제도 도입후 지난해까지 5년간 15명의 해기사들이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이는 큰 변화로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가진 해상변호사가 더 많이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해상변호사 시장도 해기경험을 가진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와 일반법학을 전공한 해상변호사로 양분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해상법 관점에서 보면 안타깝게도 퇴보됐습니다. 서울 로스쿨에서 해상법강좌가 개설된 학교는 고려대가 유일합니다. 서울대는 유동적으로 해상법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과대학 시절에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해상법이 단독 혹은 보험법과 같이 강의됐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로스쿨 도입후 해상법 수업을 듣고 졸업하는 법조인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게 됐습니다.

매년 약 30명 정도가 로스쿨에서 해상법 수업을 듣고 법조인이 됩니다. 고려대 법대시절 300명 모두가 해상법 수업을 들었고 로스쿨로 이동한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을 모두 고려하면 1000명 이상이 수업을 듣던 것이 30명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참으로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입니다.

-고려대 로스쿨을 통해 양성된 해상변호사가 얼마나 됩니까?
=해기사출신은 아니지만 해상법에 관심을 갖고 해상변호사를 꿈꾸는 매년 대여섯명이 정도됩니다. 올해 4기에도 해상법전문인증과정을 이수한 5명이 졸업합니다.

해상법전문인증과정 학생들은 민법, 형법, 헌법 등 기본 과목을 공부하고 2학년 1학기에 해상법, 2학기에 해상운송법(영어강의), 3학년 1학기에 해상보험법, 2학기에 선박충돌법을 이수합니다.

2학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해외 및 국내에 인턴쉽을 거칩니다. 싱가포르 라자탄, 알렌그랜힐, 홍콩의 리드스미스 리차드버틀러, 중국의 왕징, 일본의 오까베 야마구찌 등에서 2주간 해외인턴을 경험하고 법무법인 세경, 선율, 세창, 장금상선, Korea P&I 등에서 국내에서 2주간 추가로 인턴과정을 이수하게 됩니다.

3학년 여름방학에는 2박 3일 흥아해운의 선박에서 승선실습을 하며 변호사 시험을 종료후 졸업을 앞두고서 3학년 겨울방학에 고려대-홍콩대 해상법심화과정에서 1주일 연수(40시간)를 합니다. 졸업후 3월초에 신임해상변호사 과정(40시간)에서 초임변호사 실무교육을 받게 됩니다.

고려대 로스쿨의 해상법과정은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해상변호사, 해운·조선·해상보험업계의 목적에 맞는 사내변호사를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동안 해상로펌이나 해운기업에서는 사법연수원 출신을 선발한 다음 2년 정도 훈련을 시켜야만 해상변호사로 활동할 있었지만 고려대 로스쿨의 해상법 과정 출신들은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법시험체제와 로스쿨체제의 해상변호사 양성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체제의 해상변호사 양성은 졸업하면 곧바로 해상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과거 사법 시험하에서는 해상법을 특별히 배우지 않은 변호사를 선발해 각 로펌이 2년 정도 도제식으로 교육을 시켰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교수들이 로스쿨에 포진하게 됐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을 목표로 로스쿨이 설립됐습니다.

훈련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로펌에서는 그 만큼 비용이 절감되고 고객에게 청구하는 비용도 줄어들게 되므로, 우리 로펌은 국제경쟁력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해상로펌의 시간당 비용청구가 영국이나 싱가포르 변호사보다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시간당 비용청구에서 경쟁력을 가져오기 위해도 잘 교육받은 해상변호사가 로스쿨에서 배출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시험체제하에서는 고려대처럼 4과목을 배우고 선박에 승선해 실무를 익히는 일은 상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연간 8과목의 해상법과목이 개설되고 해상로펌에서 6개월의 실습을 받은 다음 변호사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평균 연령이 22세 정도이고 시간당 비용청구도 우리보다 결코 비싸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초임해상변호사와 우리 해상변호사들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변호사는 2년 정도 트레이닝이 필요하고 봉급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고객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맞춤형 교육을 받은 로스쿨 출신 해상변호사는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고 의견제시에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므로 그 만큼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로스쿨 출신 해양변호사들은 또한 해상법을 관심을 갖고 3년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직율이 낮습니다. 최근 해운회사 사내변호사나 해상로펌의 주니어변호사 이직율은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아마도 고려대 해상법이 유일할 것입니다. 이 전문인증과정을 유지하기 위해 도선사협회, 선급협회, 고려대 로스쿨 해상법 전공 변호사, 지도 교수 등이 해상법 장학금을 마련해 연간 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흥아해운, 법무법인 세경, 선율, 김&장, 광장,  외국의 해상로펌 등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이분들이 고려대에 도움을 주시는 것은 아마도 해상변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들 후원단체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고려대 로스쿨 해상법과정 취업상황은 어떻습니까?
=고려대 로스쿨 출신중 해운업계에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는 고려해운 1명, 법무법인 화우 1명, 법무법인 세한 1명, 법무법인 선율 2명 등 5명뿐입니다. 해상변호사의 꿈을 갖고 공부한 학생중 해운업계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다른 분야에 진출한 이들이 많아 아쉬움이 큽니다.

최근 대형선박회사가 선발한 변호사들이 동시에 3명이 퇴사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해상법에 애정이 없는 변호사들이 입사했다가 조건이 맞지 않자 떠난 것입니다. 고려대 로스쿨을 졸업한 해상변호사들은 해상법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그들과 달리 장기적으로 해운업계와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졸업한 4기 학생중 5명이 해상법 전문 인증과정을 밟았고 그중 2명은 군에 입대하고 3명이 구직중에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법대 4년을 이수했고 로스쿨 3년 과정을 통해 해상법을 공부한 우수한 인재들이라 자부합니다. 이들을 해상로펌이나 해운업계에서 뽑아주지 않으면 결국 다른 분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어렵게 양성한 해상변호사가 해운업계에서 일해보지 못하고 다른 분야로 간다는 것은 해운업계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대단한 낭비이고 또한 아쉬운 일입니다.

-어렵게 양성한 로스쿨 출신 해상변호사들의 취업이 잘 안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고려대 로스쿨 출신 인력들이 어려운 해운업계에 오겠느냐고 지레짐작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다른 곳으로 금방 이직하거나 연봉을 높게 부를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많은 분들이 주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그러한 걱정은 기우일 뿐입니다. 해상법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모두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해운계에 투신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의 제자들을 선발해주신다면 제가 자문교수로 보수없이 1년간 자문을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이 자리에서 드립니다.

해상법과정을 이수한 해상변호사들의 취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강생들이 줄어들고 종국에는 폐강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울에 해상법에 특화된 학교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상법과 해상변호사가 없거나 수준이 낮은 해상변호사들이 활동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 산업은 소프트웨어 부족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되고 해상법도 완전히 중국에 예속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채이식 교수님께서 2월 정년퇴직을 하시는데 해상법 교수를 추가하실 계획은 없습니까?
=한국해상법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하신 채이식 교수님께서 이번에 정년퇴직을 하십니다. 채교수님은 명예교수로 계속 강의를 하시지만 교수진이 약화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려대 해상법 규모로는 교수 2명을 둘 수 있는 사정이 못됩니다.

당분간은 겸임교수를 여러분 초빙하려고 합니다. 업계 최고의 해상변호사인 김&장 정병석 변호사님과 선박금융변호사인 광장의 정우영 변호사님을 지난 1월 겸임교수로 초빙했습니다. 영국법 등 외국과의 교류도 중요해 아시아 최고의 법과대학인 홍콩대학의 펠릭스 챈 교수와 영미법실무수습을 위해 리차드버클러의 리안준 리 변호사도 겸임교수로 초빙했습니다.

해상법 규모가 조금만 더 커진다면 해상법 교수도 한명 더 충원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프라 하나인 해상법을 업계와 힘을 합해 더 키워 동아시아 해상법 수요를 우리나라에서 모두 소화해 안전법제수출, 해상법 자문, 분쟁해결 등에서 큰 법률수지흑자를 달성하게 되면 해운에서 창조경제가 달성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려대 해상법 교수도 2명 이상이 돼야합니다. 대련해사대학 해상법교수진은 무려 10명이나 됩니다. 저는 장기적으로 학문하는 교수 2명, 실무교수 1명 등 3명의 교수진과 겸임교수 4명, 연구교수 2명, 연구조교 1명으로 구성된 해상법연구센터를 꿈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입니까?
=고려대 로스쿨 부원장과 취업지원센터장으로 1년 3개월 봉직했습니다. 이제 2월말로 무거운 짐을 벗게 됐습니다. 이제 시간이 조금 남기 때문에 해상법 발전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먼저 올해는 전업계를 대상으로 해사법정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무국장으로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둘째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에 해상법문제 출제운동을 벌이려고 합니다. 셋째 선박금융법연구회를 학회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선박금융법의 제문제를 논의하고 업계에 제공하려고 합니다.

넷째, 해상법 국제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몇 년간 참석하지 못한 IMO 법률위원회의 활동을 재개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보호하겠습니다. 다섯째, 외국에서 인기가 높은 해상법연구센터의 뉴스업데이트 발간(국문, 영어, 중국어), 해상법잇슈진단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려대 일반대학원에 업계의 해상법실무자들을 가능한 많이 받아들여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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