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 서동희 변호사
A는 일본 회사로서 한국 회사 X에 철구조물을 CFR 조건으로 수출하면서, 일본의 선적항에서 한국의 양하항까지의 운송을 O(해상운송인)에게 의뢰하였다.

그런데 A는 선하증권의 원본이 일본 선적지에서 곧 바로 회수되는 것으로 하여 줄 것을 O에게 요청하여, O는 자신이 이용하던 선하증권 서식의 표면만을 복사한 뒤, 그 복사본에 “SURRENDERED”라는 단어의 스탬프를 찍은 것만을 A에게 제공하였다.

이 선하증권서식의 이면에는 소위 Himalaya 조항이 있었고, 또 손해배상책임은 포장당 666.67 SDR 혹은 중량 1킬로그람 당 2 SDR 중 더 큰 금액으로 제한된다는 조항도 있었다. 위 철구조물을 선적한 선박은 항해 끝에 한국의 양하항에 도착하였고, O의 지시를 받은 Y(하역사)가 철구조물을 양하 하다가 과실로 해상에 추락시키는 사고를 야기하였다.

X는 Y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Y는 자신의 손해배상책임이 선하증권 이면 약관상의 손해배상책임조항에 따라 제한 된다는 항변을 하였다. Y의 주장이 인정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 해운실무에서 비교적 자주 위 사례에서와 같이 소위 서렌더 선하증권이 교부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서렌더 선하증권에 대하여 당연히 이를 규율 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어서 법원에서 자주 다툼의 대상이 된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이 딱 한번 판결을 내린 적이 있는데, 위와 같은 사례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사한 사안에서 선하증권의 발행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 기한 주장을 배척하였다(MV EMPRESS호에 관한 대법원 2006.10.26. 선고 2004다27082 판결).

서렌더 선하증권은, 운송거리가 단거리이어서, 선하증권 원본을 포함한 서류들 보다, 운송선박이 더 빨리 양하항에 도착하게 될 경우, 화물의 인도가 이루어지려면, 원칙적으로 선하증권의 원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하인은 그 원본 선하증권을 운송인에게 제시하고 화물을 인도 받아야 할 것인데, 이는 화물을 양하지에서 신속하게 인도 받아, 이를 스스로 사용하든 혹은 제3자에게 매도하든 하여, 현금화하여야 하는 수입자에게 부담이 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송하인(운송의뢰인)이 수입자(수하인)의 요청을 받아, 운송인에게 선하증권의 원본을 발행하지 않고 운송을 진행하여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발생한 것이 서렌더 선하증권이 교부되는 관행이다. 서렌더 선하증권은 선하증권의 본질적인 속성인 상환증권성이 없어진 것이므로, 선하증권과 달리 보아야 함은 능히 이해가 되는데,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의 전부 또는 일부 조항이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의 계약조건으로, 혹은 운송인과 수하인 사이의 계약조건으로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인지 의문이 발생된다.

MV EMPRESS호에 관한 대법원의 위 판결은 “선하증권의 발행이 되지 않았다”라고 전제한 뒤, 이면약관 상의 책임제한 조항에 근거한 운송인의 항변을 배척하였는데, 서렌더 선하증권에 관하여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자체로 명료한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대법원 판결이 해당 사안에서 이면약관의 어느 규정도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의 계약조건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운송인과 수하인 사이의 계약조건으로 인정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서렌더 선하증권을 이용하는 실무는 일본에서도 빈번히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은 아직 최고재판소의 판결례는 아직 없으나 지방재판소 및 고등재판소의 판결은 하나가 내려져 있는데(동경지방재판소 2008.3.26. 평성19년 와 제886호 판결 및 동 판결에 대한 항소심 동경고등재판소 2008.8.27. 평성20년네 제2500호 판결), 서렌더 선하증권이 정상적인 선하증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서렌더 선하증권에 대한 원본 선하증권이 이면약관에 기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결과의 측면을 보면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과 동일하다.

그런데 일본법원은 해당 사안을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은 경우”로 보고, 일본 상법 제583조 제1항(해상편에 준용되는 우리나라 상법 제140조와 동일)에 의거하되, 이면약관 상의 중재조항이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효력이 있고, 추후 해당 화물이 양하항에 도착된 시점에서 송하인이 운송인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의무가 수하인에게 이전되었다고 보고, 해당 중재조항이 수하인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점은 어쩌면 우리나라 대법원이 입장과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글 머리에 제시된 사례를 본다면, 하역사 Y가 소위 Himalaya 조항을 원용하려면 전제조건이 우선 해당 선하증권이 정상적으로 발행되어, 적어도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 효력이 있어야 할 것인데,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그러한 경우가 아니므로, 전제요건의 흠결이 되며, 따라서 Y의 주장, 즉 자신의 손해배상책임이 선하증권 이면 약관상의 손해배상책임조항에 따라 제한 된다는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본다1). 참고로 필자는 해운회사들이, 근거가 박약하여 분쟁의 소지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서렌더 선하증권을 이용하는 것 보다 상법에도 이미 도입된 해상운송장을 이용하는 것이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참고하기를 바란다.


[1]이러한결론은일본법원은서렌더선하증권은정상적인선하증권이아니라고보고있으므로, 일본의위판례에의하더라도달라지지않을것으로본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