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애널리스트
생각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내는 사람들은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3월 18일 이런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테러리스트들이 튀니지 바르도박물관(Bardo Museum)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2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 가운데는 크루즈선 MSC 스플렌디다호와 코스타 파치노사호의 승객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 각 선사는 발 빠르게 비상 대책 시스템을 가동했다.

비록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이 응급절차가 두 선사가 기대했던 것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들의 최우선 순위가 바로 안전이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선사들 대부분은 안전을 제일의 가치로 둔다. 그 이유는 크루즈산업과 개별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안전을 포함한 승객의 기대에 부응하는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또한 크루즈산업은 높은 효율성이 요구되는 반면 이윤은 낮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승객들이 세계 유산과 같은 기항지 관광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따라서 당연히 승객들에게 기항지 관광이 안전하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 선사들이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우선 튀니지 테러처럼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평판이 나빠지고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시급한 것은 당장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상황이 잘 통제되도록 육·해상에 있는 긴급대응팀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부분과 관련한 두 선사의 대처는 적절했다.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건이 일어난 후 크루즈산업의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책임하게 대응한 선사 하나 때문에 크루즈산업 전체가 피해를 본 것이다. 크루즈를 자주 타지 않는 사람들은 콩코르디아호가 질리오(Giglio) 섬 인근에서 좌초된 이후에도 현란함과 화려함의 상징인 크루즈산업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살아남아 있다.

새로운 선박은 진수식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고 크루즈가 기항하는 항구 도시마다 수백만 달러의 경제가치가 창출된다. 크루즈 여행은 선박산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야말로 하나의 축제(carnival)다. 다만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축제가 해양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크루즈는 마을과 도시를 방문하지만 그곳은 디즈니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곳, 행복과 안전이 보장되는 동화 속 나라는 아니다.

그럼 튀니지 테러는 크루즈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고 수준으로 강화된 보안대책과 노선 재검토, 행선지 취소라는 조치가 뒤따랐다. 그래도 쇼는 계속된다(The show goes on). 수년 동안 크루즈산업을 위협했던 요소는 소말리아 해적이었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심각하지 않다.

코스타와 MSC 크루즈는 당분간 튀니지 기항을 재고하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항지와 다른 박물관이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여전히 불안한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파리와 코펜하겐 테러에서 보듯 테러리스트의 공격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일어날 수 있다. 튀니지와 바르도박물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크루즈산업 보안 담당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크루즈 선사들이 통상 경비인력의 중요성을 공공연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3월 18일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보여주듯 이들이야말로 성공적인 여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특히 크루즈는 불만을 품은 개인과 단체가 쉽게 겨냥할 수 있는 목표물이 되기 쉽다. 그리고 목표물이 큰 만큼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요구된다. 바르도박물관에 대한 공격은 크루즈산업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 이는 크루즈산업이 속해있는 관광 산업에 대한 공격이었다.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참사가 여러 대응 단계에서 무사안일의 자세와 오만한 태도라는 잘못된 기업문화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줬다면 코스타 파치노호와 MSC 스플렌디다호 승객에 대한 이번 박물관 참사는 안전이야말로 올바른 기업 문화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축제의 요란함은 기쁨과 환희의 기분을 안겨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표면 아래 있다. 바로 안전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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