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 耕海 김종길

역사는 누구의 편일까

이집트 왕 파라오가 조산원에게 히브리 남자 영아(嬰兒)들을 죽이라 명했다.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모세를 광주리에 담아 나일강에 띄워두었다. 공주가 나일강에 나가 모세를 발견하고 양자로 삼아 양육했다. 범람하는 나일강을 관리하는 이집트는 기하학, 건축학, 천문학이 발달된 문명국이었다. 모세는 명문교육을 받아 지식과 교양이 뛰어났다. 모세가 자기 동족을 학대하는 이집트인을 살해했다. 살인자가 되어 미디안으로 피신했다. 동족을 위해 호화찬란한 궁중생활을 버렸다. 이때 모세가 40세였다.

호렙산에서 떨기나무가 불타는데 누군가가 “모세야! 모세야!”라 불렀다. “예, 여기 있습니다”라 답하고 누구시냐고 물었다. “나는 나다.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다”라 했다. 모세가 두려워 얼굴을 가렸다. 인간이 하느님을 뵈올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허나, 모세가 신비를 체험하고 야훼의 존재를 확신했다.

히브리 민족은 이집트에서 430년간 종살이를 했다. 강제노동과 영아살해, 온갖 학대와 학정을 못 견뎌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에 닿았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탈출시키라 명했다.

살인범 모세가 대문명제국의 왕 파라오에게 대적하라니! 달걀로 바위를 깨는 격이다. 파라오의 철의 장막을 뚫고 히브리 민족을 탈출시키라니! 천부당만부당했다. 그럼에도 야훼의 계시를 순종하여 미디안에서 이집트로 돌아왔다. 이때 모세가 80세였다.

야훼와 파라오와 히브리민족의 삼각관계에서 모세가 중재자가 됐다. 이는 야훼가 모세를 선택했음이었다. 또한 모세의 기도였다. 기도는 마음의 쓰레기를 깨끗하게 청소한다. 정결한 마음에 야훼가 함께 한다. 하여, 기억력, 상상력, 사고력을 발휘하면 어떠한 난제도 해결할 수 있는 예지(叡智)가 우러난다. 기도는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한다. 모세는 그랬다.

개구리와 모기, 등에와 메뚜기가 창궐해 파라오를 압박했다. 나일강물이 피바다가 됐다. 우박이 쏟아졌다. 재앙이 그치질 않았다. 파라오가 항복했다. 모세가 지팡이를 내리쳐 홍해가 갈라졌다. 히브리 민족이 홍해를 건너 이집트를 탈출했다. 430년의 질곡(桎梏)이 끝났다. 히브리민족은 해방을 쟁취했다.

약속의 땅은 40일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도 40년이 걸렸다. 광야에서 방랑은 파란만장했다. 고난의 대행진이었다. 거기에서 <탈출기>와 <민수기>가 기록됐다. 탈출의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야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 거룩하고 정결한 율법 <레위기>와 <신명기>도 기록됐다. 이 기록들은 창세기와 더불어 모세오경이다. 모세오경은 히브리 민족정신의 정수(精髓)다. 이는 또한 성경의 뿌리다. 성경은 히브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와 철학을 뛰어넘어 세계의 것으로 승화됐다.

모세는 히브리 동족을 위해 호화로운 궁궐생활을 버렸다. 약속의 땅을 찾아 생을 바쳤다. 허나, 요단강을 건너지 못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밟지 못했다. 코앞에 있는 요단강을 건너지 못하고 모압에서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죽다니! 안타깝다. 숙명이다. 야훼의 섭리를 인간이 어찌 알랴! 이때 모세의 나이가 120세였다.

모세의 역사적 실재성에 대해 학자들 간에 의문이 있었다. 허나, 최근 고고학과 비문학(碑文學)의 연구로 모세의 실재성이 밝혀졌다. 모세오경은 세계最古 함무라비 법전과 비견된다. 루브르박물관이 함무라비 법전비석을 소장하고 있다. 세계 모든 박물관이 성경을 소장하고 있다.

파라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허나, 모세는 지금도 세계무대를 주름잡는다. 그 후손 다윗과 솔로몬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예수가 다윗의 혈통에서 태어났다.

히브리민족은 나라 없는 백성으로 2천년을 유랑하다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세계 정치, 경제, 문화, 과학을 그들이 장악한다. 파란만장한 고난에서 야훼에 대한 모세의 굳건한 신앙은 자손만대를 이어갈 토대가 구축됐다. 하여. 그 후손들이 위대하다.

역사는 강자와 승자의 편일까? 아니면 약자와 정의의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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