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5월 19일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는 사람, 자원, 상품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창조의 대륙'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을 관통해 대륙으로 이어지는 물류(物流)·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물류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구축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우리의 수출입화물을 철도로 유럽까지 보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국제 복합운송의 랜드브리지(Land Bridge)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다. 즉 미국이나 일본에서 해상으로 운송되어 온 화물이 우리나라의 항만을 통해 중국 동북3성이나, 중앙아시아, 나아가 유럽까지 복합운송 되거나, 혹은 반대방향으로 운송되는 관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단순히 이들 국제 화물이 흘러가는 통과지역이 아니라, 운송 중에 일부 제조 및 포장, 검사, 보관, 유통 등의 부가가치 활동 즉 고용을 창출하는 활동들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런 이유로 미래 후손들을 위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정책인 것이다.

이때 준비해야 할 사안은 당연히 통과지역인 북한을 국제적으로 설득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은 이들 국제화물의 관문역할을 할 항만의 운영 고도화이다. 지금보다는 생산성이 높아야 하며, 시간과 비용 경쟁력, 그리고 내륙연계운송 및 항만배후지에서의 부가가치 활동, 국제복합운송 주선 등이 준비되어야 한다.

비슷한 시점인 이달 16일에 일본 아베 신조 총리도 항만 최전선인 컨테이너 터미널을 방문하여 터미널에서의 하역 작업을 시찰했다. 이 자리에서 로꼬 아일랜드 주변의 기업입지 상황, 교역량 추이, 선박 대형화 등 한신항 개요를 설명 받고, 하역 작업이나 터미널 시설 등에 대해 질의응답을 했다고 한다. 항만은 사회 · 산업 인프라로, 사회정책 및 산업정책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총리에게 강조했다고 한다.

항만시찰의 목적을 알 수는 없지만 아베 총리가 작년부터 지정하고 있는 ‘국가전략특구’를 이번에는 항만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지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고베, 오사카 두 도시와 양 항만 부두회사 4자가 연대하여, 한신항 국제 컨테이너 전략항만을 국가전략특구로 제안하는 사업이 작년에 제안된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신항을 국제 허브항을 재구축하고, 국제물류를 강화하여 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과 기업의 자본· 인력·고용 확보를 목표로 한다. 또한 현재 일본 발착 컨테이너화물이 부산항 등에서 환적되어 북미·유럽으로 수송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시켜, 내항피더에 의해 한신항 등에 집적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정상이 물류 및 항만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일본의 항만정책이 좀 더 직접적인 것이라면, 우리의 물류정책이 항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책방향의 세분화, 논리적 보완 등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선진 항만 대부분은 수출입 화물량이 일정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항만개발 보다는, 오히려 항만운영 효율화, 화주위주의 질적인 항만운영에 더 정책적 무게를 두는 상황이다. 특히 항만의 성격이 화주의 공급사슬(SC) 전략을 실현시켜주는 한 노드(node)로서 역할로 바뀜에 따라 항만을 이용한 로지스틱스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수준의 질적 항만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 항만을 유라시아 대륙의 국제복합운송 기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만운영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루어야 할 아젠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항만을 이용하는 실제 의사결정의 주체가 선사에서 화주의 대리인인 3PL로 이전되는데 따른 항만의 대응 및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화주와 터미널이 공급사슬로 묶여져서 혁신을 통한 이익공유관계로 발전할 수는 없을까? 글로벌 경쟁을 위해 절실한 화주에 대해 이러한 항만이 포함된 SC 구축을 컨설팅해줄 수 있는 정도의 항만운영인력은 어떻게 양성해야 할 것인가?

공용터미널, 선사 전용터미널을 넘어서 터미널 이용자에게 더욱 편리하도록 유연성이 있는 전용 처리능력 항만운영 방식이 왜 도입이 되지 않고 있는가? 항만개발 주체의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 항만의 개발 및 운영 주체가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전용터미널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선석위주 항만개발 기본계획 수정 방향은 무엇인가? 첨단 터미널 개발을 위한 국내 기술수준은 어떤지, 그리고 첨단항만 핵심기술 개발 정책 방향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가? 항만의 생산성을 향상을 위해 어떤 장비와 운영시스템에 투자할 것인가? 기존 항만의 질적인 업그레이드 방안은 무엇인가?

수급 균형이 깨진 국내터미널 운영사의 난립과 영세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또 이런 정책이 글로벌 터미널 오퍼레이터(GTO) 육성과 어떤 정책적 연계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동북아 지역에서 항만간 터미널 소유 지분 교환 등 협력 및 네트워크 모델을 주도해 나갈 정책은 세우고 있는가? 동북아 지역에서 지리적 중심의 위치에 있는 이점을 살리는 중장기 국제물류 허브 전략을 추진할 항만이 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세워나가야 하는가?

해외의 항만 기능이 단순한 선박 양적하가 아니라 항만배후지 나아가 항만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지대로 확대되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나 일본의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항만 중심의 자유무역지대 확대정책에 우리가 계속 외면하고 있어도 되는가?

항만의 운영에 1차 책임을 지도록 한 항만공사가 항만 및 터미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항만공사가 화주나 선사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과 규정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인가?

항만물류업계에서도 이제는 체계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러한 아젠다를 포함해서 여러 현안들에 대해 항만운영 고도화라는 방향으로 공론화가 비중을 갖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업계, 학계, 정부가 머리를 맛 대고 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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