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전국이 메르스(MERS) 공포에 싸여있다. 부산 등 전국에서 6월 중에 개최 예정이던 해운, 항만관련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가 연기됐고 KMI의 해운시황전망세미나가 취소됐다. 정부의 소규모 자문회의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보면 수백 건 이상의 모임이나 행사가 연기되거나 최소됐다.

주로 병원내 감염이 진행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행사까지 취소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의견도 있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된 경우 행사에 참석하면서 근처사람에게 코로나 독감 전염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철저한 대비를 한다는 전제하에 정부나 단체가 행사를 정상적으로 개최해 국민들에게 의연함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례적인 무더기 연기나 취소는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최근 수출이 부진한 우리 경제에 메르스는 또 다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바이어들의 방한 취소, 우리 수출 상품에 대한 이미지 추락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 관광객의 급감이 관광업 및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감소와 내수부진, 그리고 해상관광객 급감은 곧 우리 해운물류업계에도 큰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크루즈선의 승객하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일 및 한중 카페리선사에게도 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메르스의 경제적 영향을 가늠해 보기 위해 2002-2003년에 중국과 홍콩에 창궐했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미친 경제적 영향을 먼저 살펴보자. 당시 사스에 의한 소비수요 위축으로 각각 GDP 성장률이 1~2%씩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는 내수 소비위축에 의한 영향이며 여기에 수출 감소, 상품 개발 및 생산 지연 등 제품의 생산이나 수출에 미치는 영향, 외국인 투자 감퇴 및 해외이전 등을 포함하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과 실업률 증가도 중국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 바 있다.

당시 사스에 의해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여객과 화물운송 감소로 800억원 대의 피해를 보았으며, 호텔 및 해외여행 예약률이 70% 감소됐었다. 이에 따라 무역과 해운업계 매출도 30% 정도 감소를 경험했다. 물론 이는 중화권 전체에 대한 우리나라의 영향이었으며, 사스가 크게 확산된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놓고 추정했던 영향이다. 메르스 사태가 2~3개월 내에서 진정된다면 경제적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풍토병도 아니고 1명의 해외 감염 환자로 인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크게 확산된 이번 메르스 사태의 확산의 주 통로는 병원 내 감염이었다. 어린아이까지 병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현실에서 ‘병원 내 감염 책임은 내방객에 전적으로 있지 않느냐?’는 식이 아니었는지 병원들이 자성해야할 대목이다. 환자 내방에 대한 엄격한 규칙과 시설 보완 및 소독관리 강화 등 병원 내 감염방지를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유행하는 독감이 의심되면 스스로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도 함께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이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해 현재까지 감염 확산을 막았다고 한다. 한국인 입국자의 동선을 신속히 공개해 모든 접촉가능자들에게 신고해 달라고 언론에 공개했다. 아마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스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격리에 공권력이 엄격하게 적용됐기 때문일 것이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격리를 거부하면 징역형에도 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규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각종 경제적 규제(economic regulation)는 당연히 완화돼야 하고 지속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해나가야 한다. 특히 아직도 특정 지역 및 기업군,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 여타 기업이나 산업의 진입을 막는 규제 같은 것은 주변에 널려있고 언젠가 이는 해소돼야 할 규제들이다.

그러나 모든 역대정권의 규제완화의 문제점은 국민생활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구실 하에 사회분야의 규제가 완화된 점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규제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중에는 안전, 보안, 보건위생, 환경 등과 같은 사회적 규제(social regulation)가 포함돼 있다. 이점이 최근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각종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이 아닐까?

인권과 재산권이 철저히 보호 받는 선진국에서도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사회적 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것이 추세이다. 사회적 규제는 경제적 규제와 달리 개인의 이익을 규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보안을 강화하고, 보건위생을 강화하고, 환경을 보호 하는 등 사회 공동체를 보호하고, 구성원인 시민들을 보호하는 규제인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해 여러 해결방안이 제안되고 있지만, 모두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보건정책의 공공성이 병원 및 발병 개인은 물론 특정 지역 주민이 받을 수 있는 재산권과 인권의 불이익에 우선하는 국가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처럼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엄중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얼마든지 사적 영역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큰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규제를 강화하고, 초기부터 시스템적 접근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대폭 신설, 보완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역(疫)병을 막는 방역(防疫)활동 시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규제하는 정부의 명령이 먹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비록 추후에 개인의 시간낭비로 나타나거나, 음성판정으로 나타나더라도, 이를 보건정책의 공공성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한다. 이런 정책을 누가 방역활동을 빙자한 독재적 규제라 할 수 있는가?

메르스 발생 초기 체계적인 대응에 실패해 뭇매를 맞고 있는 당국이지만, 그래도 이후 자택격리 확대 등 조직적이고 선제적인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메르스가 여름 장마 이전에 진정되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과성 사태로 지나갈 수 있다. 우리는 위기 때 침착하게 나라를 우선으로 생각해 온 국민이다. 이번에도 합심해 이 위기를 이겨낼 것이다. 부디 국민과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는 이번 메르스 사태가 빠른 시기에 진정되고 종식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