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노련과 대화·정책연대 지속 추진
“체계화된 부원양성제도 추진하겠다”

1986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에서 승선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줄곧 선원 노동운동에 몸담은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 하성민 위원장. 30여년의 선원 노동운동을 뒤로 하고 이제 은퇴를 생각해야할 나이가 됐지만 하 위원장은 30년전 첫배에 올랐던 그 설레임으로 출범한지 1년도 안된 상선연맹의 수장이 됐다.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노조를 분열시킨다는 맹비난을 받았지만 상선 선원 권익보호와 복지향상이라는 절심함을 가진 노조들이 결의해 전국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상선연맹)이 만들어졌다. 그 조직이 강력한 정책연맹으로 자리 잡아 상선 선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해내는데 그가 꼭 필요하다는 대위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하성민 위원장은 연맹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하성민 위원장은 30년 가까이 선원 노동운동에 몸담아오면서 선원 보험문제, 선원 복지문제, 조직 갈등 문제 등 숱한 어려움들을 끈질긴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낸 경험을 갖고 있다. 선원 노동운동 선배로서 그의 그 숱한 경험들이 해상노련과 실타래처럼 꼬인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후배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것이다.

하위원장은 지금 당장 해상노련과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대화와 협력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해상노련과 대화채널을 열어 놓고 대정부, 대선사 정책연대를 실현해 선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위원장은 앞으로 상선연맹이 흔들리지 않고 정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부원양성제도를 비롯해 이번에 설립한 선원정책교육연구소가 제대로 선원정책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하성민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상선연맹을 왜 설립하게 됐나?
=해운노조와 수산노조의 오랜 분쟁이 곪아 터진 결과다. 해상노련은 1차 산업 근로자 어선원들의 수산노동조합과 3차 산업 근로자인 상선선원의 해운노동조합으로 구성되다보니 그동안 정책방향이나 가치관 차이로 늘 조직다툼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연맹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갈등이 극에 달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역대 위원장들이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을 아우르면서 해상노련이 60여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14일 해상노련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전국원양산업노조 염경두 위원장은 불행히도 그러하질 못했다.

포용의 리더십이 아니라 선거반대 세력을 제거하려는 정치 보복과 장기집권에 방해되는 세력 축출을 위해 연맹 집행부와 중앙위원회에 대한 전횡이 자행됐다. 이러한 전횡을 일삼는 해상노련과는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전국선박관리선원노동조합, 한진해운노조, 현대상선노조, 팬오션노조 등 소속 조합원 8천여명이 결의하고 연대해 지난해 8월 상선연맹을 설립하게 됐다.

-해상노련은 재통합을 이야기하는데…
=통합의 전제는 반성과 신뢰다. 그동안의 전횡들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태 이전으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는 노력없이 말로만 화합과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 더구나 앞에서는 대통합과 화합을 이야기하며 뒤에서는 상선연맹 소속 가맹조합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는 이중플레이를 하는 집단은 신뢰할 수 없다.

해상노련이 우리연맹의 실체를 인정하고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대정부, 대선사 정책연대를 실현하는 것이 양 연맹이 상생하는 길이며 선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초대 연맹위원장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을 꼽는다면?
=초대 위원장은 제가 아니라 팬오션 해상연합노조 이임수 위원장이다. 이 위원장께서 발기인대회부터 연맹 설립까지 초대위원장으로서 궂은 일을 맡아주셨고 저는 지난 2월 27일 대의원대회에서 2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2대 위원장으로서 저의 소임은 상선연맹이 흔들리지 않고 정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일이다. 이미 국내문제(외국인 선원 협상권)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현재 ITF 가입문제가 남아 있다. 이는 우리 연맹 소속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근로조건 유지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려고 한다.

정책적으로는 부원양성제도를 만들고 싶다. 부원은 별도의 양성제도도 없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손쉬운 외국인부원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갈수록 한국인 부원이 줄어들어 한국 선원이 의무 승선해야하는 국가필수선박과 지정선박 조차 외국인 부원을 태워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ILO, ITF, MLC 등으로 선원임금 차별금지 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저임금 외국인 부원에 의존해야하는 국적선사들은 곧 한계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체계화된 부원양성제도를 마련해야한다. 부원양성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동원선박에 승선하는 부원선원에 대해 승선근무예비역제도에 준하는 병역혜택을 부여하고 부원선원 특별기금을 조성해 월급여의 일정부분을 보전해줘 급여를 현실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

-가맹조합 확대가 가장 시급하지 않나?
=물론이다. 그러나 서두를 생각은 없다. 연맹의 설립배경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동감하는 노조와 조합원들이 많이 있다. 다만 여러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많은 노조들이 가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몇몇 노조는 이미 연맹에 가입했다.

현재 외국인선원관리지침 부칙에 의해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외국인선원에 대한 대표권을 해상노련으로 한정해 놓고 있는데 내년 1월 17일부터 상선연맹도 해상노련과 동등한  대표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조직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위원장님께서 지향하시는 선원노동운동의 방향은?
=우선 현재 해운시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 해운불황으로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선원노조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선은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기 때문에 노사 상생에 모든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회사의 요구대로 노조가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며 회사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걸 맞는 요구와 타협이 필요하다.

상선연맹은 선주 및 정부에 억지를 부리거나 협박, 폭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노동운동은 지양하며 대화와 타협, 조정 등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선원정책교육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육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연구소가 많이 있다. 이들 연구소들은 노동이슈와 법률, 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선원정책과 교육문제를 다루는 연구소는 없다. 또한 선원과 관련한 실질적인 통계자료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연맹이 설립 초기임에도 부설기관으로 선원정책교육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 앞으로 연구소는 다양한 분야의 정책자문위원들을 위촉해 선원에 대한 다방면의 연구와 정책대안 등을 제시하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제안해 나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관련기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부와 선사측에는 배를 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동안 선원들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해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해 주셨으면 한다. 선원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에서 24시간 비상 대기를 해야 하는 극한의 직업이다. 선원들의 복지를 위한 노조의 요청을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동반성장을 위한 협조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해상노련에게는 우리연맹의 실체를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과 정책연대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반성과 신뢰없이 재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상생의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두연맹의 갈등이 지속되면 공멸할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젊은 후배 선원들이 될 것이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두연맹의 싸움이 길게 가서는 안된다.

30여년간 노동운동을 하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대화와 협력으로 접근하면 무엇이든 이뤄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비록 지금 두연맹이 싸우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열어 서로 인정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생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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