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1. 선복과잉,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 윤민현 박사

“( )년대 말에 이르기 까지 극동항로에 취항하는 선주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들 난제들에는 과잉선복, 선복수요측면에서의 극심한 계절적 변동, 서항(w/b)과 동항(e/b)의 언-밸런스 등을 포함하고 있다. ( )년대의 과잉건조는 결과적으로 과잉선복을 초래했고 이런 와중에 각 선사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영업을 추구하면서 초래된 극심한 경쟁에는 정기선사뿐만 아니라 부정기선사까지도 가세하기에 이르렀다. 선주들은 계선하기보다는 과도할 정도의 저운임이라도 운항하는 쪽을 희망했다. 그 결과 운임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일견하면 이는 현재 주요 컨테이너 항로 현황을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극동운임 동맹(Far Eastern Freight Conference ; FEFC)의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0년에 출판된 FEFC 동맹사 ‘CARGOES(By Eric Jennings씨)’에 포함된 동맹결성 과정과 항로상황을 소개한 내용중 일부다. ( )안의 숫자는 ‘1870’으로 정확히 말해서 지금부터 145년전의 항로 상황이다.

그후 1984년 미국의 신해운법이 발효되면서 초래된 태평양 항로의 혼란, 2008년 10월 EC에 의한 동맹제도의 폐지로 촉발돼 오늘에 이르는 전세계 컨테이너 항로의 실상도 145년전과 다를 게 없다. 한마디로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 해운계 스스로 이를 시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해운시장은 선복의 수급에 의해 좌우된다. 즉 무역량이 증가하면 선복의 수요도 증가해 운임이 상승하고 곧 선박의 건조가 뒤 따르지만 불황으로 인한 잉여 선박은 어떤 형태로든 처분을 해서 자연조절을 해왔다. 이처럼 해운시장은 호시절 뒤에는 반드시 침체기가 도래해왔고 침체기 후에는 호황이 뒤 따랐다. 그래서 선박회사들은 침체기에는 실비(out of pocket expense)를 최소화하면서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우리는 해운시장의 주기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주기가 장기화되고 불규칙해졌다. 주원인은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trade pattern의 변화와 조선·해운의 구조적 공급과잉, 그리고 운송의 자급자족 현상이다. 과거 수입원목의 가공수출, 수입원유의 제품화 수출 과정에서 나타났던 삼각형 운송패턴이 축소되는가 하면 조선산업은 정책지원에 힘입어 해운의 수급사정을 도외시한 채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운 외적 환경의 변화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래전부터 그 흐름을 예고돼 왔다.

2. 동맹시대 종료, 무엇을 의미하나

선사간 과당경쟁이 공멸의 단초가 된다는 인식하에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짜내서 만든 대안이 민간 임의단체인 해운동맹이다. 이는 정부의 개입을 피하고 당사자간 자유로운 의사와 의지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이른바 해운자유의 원칙을 전제로 한 것이다.

동맹은 멤버 상호간의 신뢰와 협조정신을 바탕으로 하며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주적 절제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건전한 항로 질서를 통한 시장의 안정과 적정수익의 보장을 위해 결성된 국제 카르텔로서 과거 100여년 동안 정기선 해운경영의 토대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하주국인 미국을 필두로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해운세력이 확장되면서 동맹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1984년 미국 신해운법의 영향으로 당시까지 해운동맹의 근간이라 할 수 있었던 이중운임제가 폐지되고 동맹 태리프에 의거 공동운임제를 적용해야 할 회원사들로 하여금 태리프보다 싼 운임을 적용할 수 있는 이른바 Independent Action(I/A)의 도입을 의무화해 동맹의 어금니라 할 수 있는 공동운임 설정이 무력화되고 그해 10월 북미 복항동맹(WTRA)이 해산되면서 항로는 자유경쟁의 시대로 전환됐다. 선사간 집하경쟁이 격화되고 개방형 동맹의 취약점을 안고 있었던 미주항로는 일찌감치 사실상 대형 하주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과거 해운동맹시대에는 동맹이 GRI의 5%만 발표해도 시장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하주들은 이를 동맹의 폭거라고 까지 규탄했었다. 그러나 최근 간선항로에서 7월 1일부로 추진하고 있는 GRI는 teu당 1천달러로 시장의 운임률($240/teu all-in)대비 500%에 가깝지만 하주들의 반응은 거의 무반응에 가깝다. 왜 그런가? 시장의 구도가 선주들의 의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하주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GRI는 굳이 그 의의를 찾는다면 운임의 하락을 둔화시키거나 지연시키는 효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하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3. 왜 구조적 문제인가?

독일 킬(Kiel) 대학 세계경제연구소가 발행한 ‘Profitabiity in Shipping’의 저자 헬뮤트 소-멘씨는 해운불황은 구조적인 이유에서 비롯되며 다음 세가지를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첫째, 물리적 문제로 세계 조선시설의 과잉이다. 시설 자체도 과잉일 뿐 만 아니라 조선기술의 향상으로 전 선종에 걸쳐 과거보다 훨씬 단기간에 선박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유로 선복의 부족현상이 일시 예상되더라도 1년내 신조선의 대량 인도가 가능해져 선복공급부족으로 인한 시장의 호전은 일시적일 뿐 오래갈 수 없게 됐다.

둘째, 모든 국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보조정책이다. 한국이나 일본 등도 국가의 보조에 힘입어 해운의 기반을 다졌고 반대급부로 해운에 대해 다양한 유형의 간섭이 행해졌다. 정부는 간섭이외에도 공공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자금 원조를 계속해왔지만 이는 해운과 조선, 양업계로 하여금 시장논리에 근거한 수급조정 능력의 둔화를 초래했다. 정부의 보조정책이 지속되는 한 ‘완전한 자유경쟁을 통한 시장구축’이라는 기대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안이한 금융자세가 세계적 선복과잉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정부의 그러한 지원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로 이어져 해운불황의 장기화가 금융 탓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해운과 조선 양측에 주어졌던 지원이 조선쪽으로 편중됐을 때 해운업계에 미치는 엄청난 부담이다.

셋째, 다수국가의 정부가 간섭과 함께 해운과 무역측면에서 보호주의적 행동을 취하며 자국선 우선주의나 국기차별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의 3가지 현상은 이웃 중국을 보면 십게 이해가 가는 사실들이다.

4. 항로 재편과 대형화

1985년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와 글라스노스트(glasnost)로 표방되는 소련의 개혁정책, 1991년 사막의 폭풍으로 칭하는 걸프전쟁, 흑묘백묘론으로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과 2001년 WTO 가입 그리고 9.11 테러 등을 겪는 과정에서 해운시장의 구도에도 부문별 수요의 등락과 trade pattern상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와 세계경제나 무역구조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가시적 변화를 초래하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미주간의 컨테이너 화물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선복수요의 증대와 함께 선진해운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개도국의 컨테이너 선복량도 급팽창하며 수송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와 같은 동아시아의 부상과 trade pattern의 변화는 컨테이너 선사들의 경영체질을 변화시키게 됐고 90년대 후반부터는 컨테이너 정기선사간 국제적 제휴를 촉진해 운항원가의 절감을 위한 대형화와 함께 보유 선복량이나 선형의 구조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탱커를 제외하고 해운 전분야에 걸친 공급과잉 상태가 사실상 통제권을 벗어나고 있다. 현재 벌크선단의 공급과잉이 수요를 예상한 선주들의 선행적 발주가 초래한 결과라고 한다면 컨테이너선단은 수요부진을 알면서도 고육지책으로 행한 선주들의 생존전략의 탓이다. 벌커가 요행을 바라는 도박이라면 컨테이너선은 선택이 없는 도박이다. 혹자는 벌커의 침체가 2020년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운임은 하락 혹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시장은 전쟁 등 돌발변수가 있거나 아니면 시장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오퍼레이터의 축소)이 없이는 운임회복은 난망이다.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전망에는 예외없이 ‘추가발주가 없다면, 선주들이 자제를 한다면’ 등 단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단서가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차제에 장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우리의 현실을 한번쯤 되짚어 본다는 의미에서 몇가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 그에 대한 답은 각자의 몫으로 한다.

Q1 해운자유의 원칙은 붕괴됐는가?

외항해운은 해운자유의 원칙을 근간으로 민간기업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간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적 관행으로 확립돼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의 해운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국 선대를 보강해야 하나 민간섹터에 이를 맡길 경우 오랜 시간을 요할 것임을 우려해 정부가 직접 해운활동을 주도하고 규제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국선 우선정책, 국기차별정책 등 70년대 이전에나 있을 법한 보호주의 정책이 재현되고 있고 원자재 하주국은 자국 선대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대형 하주 역시 물량을 무기로 시장을 요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침체된 현시황에서 한가닥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 수출 조차도 지난해 12월 Oil과 Gas 등 미국의 에너지 수출시 자국선 우선사용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했다. 해운자유 원칙을 강조하는 유럽선주들과 들어 내놓고 보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세계 최대 하주국 중국이 시장을 주도할 경우 그 틈새에 끼어있는 선사들의 진로는 순탄할 것 같지 않다.

Q2 선주들의 자발적 절제 가능할까?

‘무역이 활발해지고 수요가 증가하면 운임률은 개선된다’ 맞는 말이다. 현재 세계 경제가 완만하지만 그래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운임이 조금은 활성화 조짐을 보여야 마땅하지만 과연 그런가? 선주들은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선견지명으로 자승자박해야 했던 수년전의 아픈 기억을 아직 지우지 못하고 있음에도 또 다시 발주에 나선다. 이러한 선주들의 고질이, 하주들의 원가 개선 압박이 언제쯤 멈출 것으로 보는가?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prisoner’s dilemma’라고 하는데 혹시 선주들이 그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Q3 현재 Buyer’s Market이 달라질 가능성은?

석유·철광석·석탄 등 원자재의 국제거래, 선박의 건조, 해운서비스 등의 시장은 Buyer’s market으로 바뀐지 오래지만 선사들은 Seller’s market으로 전환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2008년 극동운임동맹이 무력화되기까지 시장에서는 동맹 폐해론과 유용론이 부딪치면서 해운업계는 물론 무역업계에서도 동맹폐지에 따른 후유증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인지 동맹폐지와 거의 동시에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로 인해 시장이 동반 추락하면서 동맹폐지에 따른 시시비비를 논할 겨를도 없이 시장은 4대 얼라이언스로 재편되기에 바빴고 폐지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중 분명한 사실은 이제 가격(운임) 결정권은 해운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사가 아니라 이용자인 하주의 수중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그뿐인가? 과거 동맹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던 경쟁당국의 시선마저도 이제는 얼라이언스의 시장지배력을 경계하고 해운의 반경쟁적 활동을 감시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선사간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없는 만큼 중요한 것은 운임수준이며 하주들은 싼 요율을 찾아가기 마련이고 하주를 유치하려면 경쟁사보다 더 싼 운임을 제시해야하고 결국 자신의 원가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주의 입장에서 선사는 다다익선이다. 하주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갈망하고 있는 선사들이 많은 만큼 TIOL(Take it or leave)의 자세다. 원가는 꾸준히 낮추되 공동운임 설정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현상황이 장기화돼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종점이 어디인지, 선사들의 원가절감의 하한선이 어디인가이다.

Q4 서비스의 차별화 가능한가?

기업은 상품의 질(quality)과 가격으로 경쟁한다. 질이 시장의 평균에 비해 떨어지면 자연 도태되고 질이 우수하더라도 구매자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Premium 지불을 원하지 않으면) 가격을 시장 평균에 맞출 수밖에 없다. 일반 상품은 질과 가격의 차별화 전략이 가능하다. 고급을 원하는 사람은 돈을 더 내고 전문 매장의 최상품을, 보통 사람은 일반 시장에서 중급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해운은 어떤가? 해운의 국제성을 논하지 않더라도 현재 얼라이언스를 포함, 20대 선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살펴보면 질적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평준화돼 있다. 한 구역에 소재하는 20개 백화점이 동일한 질의 상품을 팔고 있는 형상이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가격이라도 같으면 좋겠지만 소비자 단체나 당국에서 공동가격 설정행위(collective pricing)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어떤 형태이든 가격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가격을 기준으로 백화점을 선택한다. 더구나 소비자 규모에 비해 백화점이 너무 많다.

대안은 무엇인가? 소비자의 수가 백화점 규모에 맞게 증가하거나 백화점의 수(공급)가 소비자의 수(수요)에 맞게 줄어들어야(합병 혹은 철수 등)한다. 그런데 백화점 업계는 서로 상대가 물러서기를 기대하며 가격경쟁을 한다. 이것이 시장의 현주소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소비자는 이런 구도를 십분 활용하되 백화점 업계를 위해 공생의 길을 모색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특단의 대책이나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취약한 선사는 사라지고 결국 해운자본의 독과점화를 초래할 것이다. 20대 선사중 취약한 선사들에게 엄중한 생존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Q5 얼라이언스 선택인가, 필수인가?

얼라이언스가 결성되면서 선박 대형화가 빨라지고 있다. 왜 그런가? 간단하다.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해 대형화가 불가피하지만 혼자서 1만 8천teu급 선박의 소석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선사들이 함께 채우는 것이다. 즉 원가절감과 소석률 확보를 위한 방법은 얼라이언스 형태가 최적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럽항로는 각 얼라이언스들이 Daily service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5개사로 구성된 얼라이언스는 1개사당 15척 정도의 ULCs를 확보해야 한다(11척/string×7일/5개사).

현재 시장에서 독자운항은 논외로 하고 배정된 척수의 ULCs를 확보하지 못하면 얼라이언스내에서 멤버십이 흔들릴 수 있으며 얼라이언스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곧 항로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 ULCs 확보는 생존을 위한 전제 조건이지만 ULCs가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No guarantee to survival, But can't survive without it!).

물론 원가절감을 위한 대형화가 또 다른 공급과잉의 요인이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지만 적어도 현재 시장에서 대형화와 얼라이언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Q6 한국해운의 대외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ULCs란 1만 3천teu급 이상을 칭한다. 향후 선대 구조는 유럽항로는 1만 4천~2만teu급이, 태평양항로는 1만 3천teu급이 주력마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대 얼라이언스가 사실상 3대 간선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만큼 선대의 Upsizing은 2017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라이언스별로 필요한 척수의 주력마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현 회원사들이 능력면에서 고르지 않기 때문에 얼라이언스 내부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의 발주 추세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1개 선사가 1 string(10~12척)을 발주하거나 혹은 나누어서 1/2 string(6척)을 발주하고 있다. 여기에는 얼라이언스 재편에 대비한 각사의 전략이 반영돼 있는 것이다.

현 시장은 얼라이언스간 경쟁은 물론 얼라이언스 내부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한 경쟁구도를 갖고 있다. 문제는 경쟁력이고 경쟁력의 핵심은 고정비와 변동비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화물비, 항비, 연료비 등으로 구성된 변동비는 선사간 격차가 미미한 만큼 변수는 자본비 즉 선가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규모의 선박이더라도 선가가 정점이었던 시기(2007~8년)에 발주한 선박(고선가 선박)과 조선업계가 침체된 최근(2014~5년)에 발주한 선박(저가 친환경선박) 사이에는 teu당 선가가 50% 이상 차이가 있으며 이 차이는 아무리 유능한 경영수완을 발휘하더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다.

경쟁의 원리란 바꾸어 말하자면 힘의 원리로 강자의 주도가 통하게 돼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제해운시장의 흐름과 해상화물의 질적·양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축적하는 것이 해운기업의 급선무다. 경쟁을 감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시장의 재편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경쟁력의 평가를 위해 편의상 선사의 구도를 선대의 구성, 자본조달능력 그리고 시황에 대처하는 선사별 성향의 3부문으로 나누어 보면 ①선대의 구성은 ⓐ중저가 친환경선박 ⓑ고선가 젊은 선단 ⓒ저선가 노후선으로, ②자본조달능력은 ⓐ자급자족형 ⓑ금융권 조달가능형 ⓒ취약하거나 불능형으로, ③시황 대처형으로 ⓐ돌파 주도형 ⓑ신중 관리형 ⓒ 시장 의존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2014년 실적 상위 선사그룹은 ⓐ내지는 ⓑ군에 속한다. 문제는 ⓒ군에 해당하는 선사들의 경쟁력이다.

생존 경쟁을 위한 선사들의 원가 개선 노력은 중단할 수 없지만 그 전략은 지속적이고 시스템을 통한 절감대책이라야 한다. 선진 선사들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건각을 유지하면서 군살을 빼는데 비해 그렇지 못한 선사들은 눈앞에 보이는 쉬운 방법, 즉 사람, 사무실, 인건비 등을 포함해서 Manpower와 업무의 질을 희생시키는 악수를 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군살보다는 근육을, 건각을 헤치게 되고 결국 스스로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Q7 한국은 해운대국인가?

2013년말 기준(Clarkson) 한국의 선복량은 5440만gt로 독일(9650만gt)에 이어 세계 5위의 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운대국이란 표현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해운국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정의한 사례를 보지 못했지만 산업용어로서 해운국이라고 한다면 GNP의 중요부분을 해운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를 말한다. 또는 산업인구의 상당부분이 해운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라로 상식적으로 해운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옛날부터 해운업을 영위해왔고 해운자원이 풍부한 나라 혹은 자국적 선박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 등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선복량을 제외한 다른 측면에서도 한국이 과연 해운대국인가?

Q8 한국에서 해운이 기간산업인가?

이 표현은 해운이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한국의 중요산업에 해당하는 가이며 만약 그렇다면 당연히 정책적 지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 해운업이 기간산업인지에 대해서는 산업용어상으로 아직 정착돼 있지 않은 것 같지만, 기간산업의 사전적 의미는 산업의 토대가 되는 또는 기초가 되는 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활동을 원활히 하는데 필수적인 중요산업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가경제를 위한 정책적 의도에 의거, 보호육성되는 철강, 석탄, 전력, 석유, 전자, 자동차, 조선 등을 포함, 최근의 전략산업까지 예시돼 있지만 해운산업이 과연 그 안에 들어가는지는 의문이다.

해운계 스스로가 외부의 시각과 무관하게 해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한국 수출입 물자의 안정적 수송에 기여한다는 공익적 측면과 자기 평가를 높이고자하는 해운업계의 긍지를 모아 기간산업에 준하는 정책(지원)을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책입안자 가운데 ‘해운은 기간산업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지….

한국사회에서 해운업의 위치는 어디인가? 해운국, 기간산업,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 등 다소 막연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국민과 사회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해운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각인 시킬수 있는 해운계의 사회적·공익적 활동, 그리고 좀 더 유연하고 비즈니스라이크한 표현을 통해 쉽게 와 닿는 수 있는 해운의 이미지는 없는가?

Q9 누가 시장재편을 주도할 것인가?

해운업은 타산업에 비해 기업합리화가 매우 어렵고 불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장기침체의 가장 큰 이유다. 타업계는 저성장이나 코스트 구조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과잉설비의 폐기나 동결, 비경제부분의 삭감, 인력의 재배치 혹은 정리, 에너지 절감 등 이른바 감량경영을 통해 침체기를 감내해 나가는 것이 해운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

육상의 자동차와 해상의 선박을 비교해보면 선박이란 상품은 주문에 의해 건조되는 반면 자동차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수요를 예상해 생산한다. 그러다가 수요가 감소해 생산과잉상태가 되면 즉시 조정에 들어 갈 수 있어 수요에 대한 탄력적 적응이 가능하지만 선박은 그런 측면에서는 매우 비탄력적이다. 비경제선을 처분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고 해체하지 않는 한 선원과 선박은 그대로 시장에 남아있고 육상 Management 인력은 이미 최소화된지 오래다. 바꾸어 말해서 선사 자력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 해운시장에 대해 재편의 불가피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그 타당성 여부는 제쳐두고 과연 재편한다면 누가 주도할 것인가? 해운업계 스스로 구조조정하기에는 어렵다면 정부인가 아니면 금융업계인가? 만일 정부 스스로가 그런 일에 끼어들기를 원하지 않고 금융업계도 굳이 들춰내서 시끄러워 지는 것보다 덮어두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한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혹시 2004년 이후의 Boom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시황회복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전쟁을 통해 선박이 대량 소모되는 일도 생각할 수 없다. 결국 해결책은 두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어차피 시장 자율에 의해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될 수 없다면 해운업계에 잠재해 있는 화근이 밖으로 노출될 때까지 철저하게 방치해 약육강식의 체력전을 통해 시장이 재편되기를 기다리거나, 선복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선별기준을 엄격히 수립해 자생력이 한계에 이르러 스스로 시장에서 후퇴하는 기업이 나올 때까지 엄격하게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는 그야말로 만용에 가까운 결심과 추진력이 없이는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이 두가지 어느 한가지도 할 수 없다면 결국 연명 치료가 장기화되더라도 현시장을 지켜 보는 수밖에 없다.

5. 한국해운의 위치는?

한국해운사를 돌이켜 보면 지난세기까지만 해도 두 차례 걸친 해운산업합리화 등 다소의 기복은 있었지만 세계의 흐름에 맞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Boom & Burst 기간을 거치면서 한국해운이 과연 불황에 대한 내항력이 있는지 걱정스러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대형선사들 가운데 문패가 바뀌는가 하면 우량 카드는 남에게 넘기고 버거운 카드만 쥐고 힘겨운 게임을 펼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위기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할 정도로 우울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고 상장해운사의 주식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세계 최강의 조선산업이 존재함에도 해운력이 갈수록 약화돼가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시황부진이 주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운업계가 벼랑 끝으로 밀리고 해운업의 소셜 스테이터스가 추락한데는 해운인 자신에게 일단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업계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위기를 관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이다. 그런 차원에서 해운업계 리더는 호황시 최대 수혜자이자 불황시 최대 피해자의 위치에 있는 자라야 한다. 한국해운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위기의식을 인식한 업계의 확실한 리더가 있고 그가 정확한 상황인식을 토대로 업계 전체를 리드할 경우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좀 더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과 해운을 비교할 때 조선산업이 여러모로 정책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해운업계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뭉칠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해운이 거의 뒷전으로 밀리고 조선에만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부어 선복과잉을 심화시키는 정책 드라이브를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위기이후 시장은 여러모로 변모하고 있다. 전환의 속도가 다소 둔화됐지만 세계 해운산업의 대세는 해운자유주의 원칙으로, 행로는 시장논리를 향하고 있다. 이는 경쟁력의 수준이 해운기업의 향배를 좌우할 것인 바 보호주의에 기대하는 정책의존형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해운계의 상황이 위중해 정책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화급한 사안임에도 지금까지 행보로 볼 때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무부처의 파일 속에 한국 외항해운과 항만의 장래에 대해 어떤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 수 없다. 외견상으로는 해운의 손이 닿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금융정책과 이를 집행하기 위한 일부 조직의 지방 이전, 그리고 크루즈 깃발만 보일뿐 터널을 헤매고 있는 한국 외항해운호를 안내해 줄 수 있는 길라잡이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외항해운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이라면 혹은 가시적인 조치가 없다면 외항해운 특히 원양정기선사들의 국제해운시장에서의 위상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팽목항 쇼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동력장치가 무기력해졌다면 내일의 해운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국 경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전용선 혹은 부정기선사는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굴지의 대형선사를 육성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원양컨테이너 정기선사의 경우는 다르다. 정부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고 무역업계가 전력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국제컨테이너 시장구도를 볼 때 한번 기울어진 대형정기선사를 수년내에 복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뿐인가? 외항해운이 위축되면 항만도 침체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해운과 항만을 살펴야 할 주무부처의 위상도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정책 지원이 없으면 정부의 간섭도 약화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불가피한 정책 차원의 요청(혹은 간섭)에 대해서도 남의 잔치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의 간섭을 하지 말라는 비판을 접할 수도 있다.

해운산업의 육성은 어느 특정지역의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진심으로 어느 지역이 한국의 해운센터로 발전되기를 바란다면 사무실 몇 개를 유치하기보다 한국해운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심해야 할 때다.

6. 맺는 말

(1) 공급과잉 해소 기대 접어야

조선산업이 해운보다 정책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기자본까지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계로 밀려오면서 선복과잉상태를 심화시키고 있다. 영구선복과잉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 침체시황을 벗어나기 위해 과당경쟁이나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강조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선주들의 탐욕을 논하지 않더라도 ‘Shipping always kills the goose that laid the golden egg’, ‘Shipping has a dreadful reputation for never working together’이라고 하듯이 선주들이야 말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단합하기 어려운 집단이라는 사실이 해운역사를 통해 익히 검증된 사실이다. 이제는 교과서적인 해소방안에 의존하거나 기대하기 보다는 만성 공급과잉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시장에서 적응하고 생존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 벤치마킹 대상 분명히 해야

세계 상위권 선사들의 성향을 분류해보면 유럽선주들이(머스크, MSC, CGM CMA) 돈과 추진력을 겸비한 돌파형, 공격형, 시장 주도형이라면 일본(3대 선사)은 신중 보수형이며 이 양대 그룹의 강점을 취합한 조합과 조정형(에버그린, OOCL)이 있다.

우리는 종종 일본의 선하주 협력 체제를 거론하며 왜 우리는 그렇게 안 되는가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한국해운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유럽이나 그리스 선주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이른바 ‘주식회사 일본(Japan Inc)’이라고 하듯이 기업의 지배구조, 문화, 정서가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타업계와 공생, 상생의 도리를 이해하고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또한 일본의 해운회사들의 지배구조나 경영진의 성향이 우리와는 다르다. 우선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바통을 이어가며 회사를 이끌어 오면서 리스크 관리가 철저하다보니 오히려 지나치게 신중한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보수적이고 실무적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과 같은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시장환경에서 그들은 2등은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세계 해운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유럽선주들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세계의 Top3를 점하고 있는 유럽선주들은 경쟁력과 정석경영으로 무장한 명실상부한 선두주자들이며 그리스의 경우 자국 수출입물량이 점하는 비율 즉 자국선 적취율이 1%도 안되지만 전세계 선복량의 17%를 점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해운국이다.

한국은 어떤가? 혹자는 ‘호황기에는 철저한 시장논리주의자이고 불황때는 보호주의에 기대려는 성향이 있다’고 평한다. 이 시각이 크게 틀린 말이 아니라면 한국해운계는 어쩌면 평소 불황에 대비하기보다는 불황이 닥쳐오면 Fire sale과 인력조정 등 미봉책과 함께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데 익숙해진 시장의존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3) 우열은 가려지고 있다

얼마 전 상위 20대 정기선사들의 2014년 실적이 개략적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물론 시장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대다수가 적자를 냈지만 그중 1/3정도가 흑자를 냈고 그것도 목표를 초과 달성한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면에서 별로 차별화가 될 수 없는 동일한 항로에서 어떤 선사는 ‘Extremely successful’이고 어떤 선사는 수억 달러의 적자 운영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Cost structure, Service network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세부적인 요소를 떠나서 이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원인은 업계 공통으로 처해 있는 외적 요인이나 시황 탓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곧 서비스 차별화가 아니라 경영 전략의 차별화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될 것 같다.

(4) 리더십이 다르다

유럽의 선두그룹 선사들의 차세대들이 부상하고 있다. 전세계 컨테이너 해운의 지각변동과 항로 재편을 초래한 P3, 2M 결성의 주역들은 2세대들이다. 선두그룹선사들의 지배구조를 보면 공통점이 가족경영이면서도 실제 회사의 일상 업무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제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경영회사이기 때문에 경영의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차세대들이 기업에 Join하는 과정은 다르다.

Constant Care(고객에 대한 배려), Humbleness(겸손), Uprightness(강직함), Our staff(조직구성원에 대한 관심), Our name(회사의 대외 신뢰도)을 그룹이 추구해야 할 5대 핵심가치로 하고 있는 머스크그룹의 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인 Uggla여사(67세)는 2년전 작고한 선친 Arnold Maersk Mc-Kinney Moller회장의 3녀다.

Mc-Kinney Moller회장은 3녀에게 승계한 이유에 대해 머스크그룹을 이끌 수 있는 경영자적 자질을 3녀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머스크그룹도 이제 4세대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Uggla 여사의 두 아들 가운데 한사람은 조그마한 항구(Aarhus)에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한사람은 자회사인 Salvage회사(Svitzer)에서 근무하면서 경영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이처럼 모기업으로 돼 있는 그룹사 중 소규모 회사에 들어가 본인의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후라야 모기업에 진입할 수 있다.

환언하면 장자 우선 승계도 아니고 아들이 딸보다 우선되는 것도 아니며 능력에 따라 경영승계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눈으로는 시장을, 조직을, 기술의 진행과정을 살펴보고 두뇌로 이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다. 한마디로 그들은 내 사람보다는 경영능력 즉 잘하는 사람을 더 우선시 하는 것이다.

(5) Big Data 시대다

차세대 해운시장의 승패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좌우된다고 한다. 머스크라인의 성공적인 경영의 이면에는 Data와 Risk 관리가 있다고 할 정도로 머스크라인은 해운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Keenest data user로 잘 알려져 있다.

Data가 경영에 접목되는 과정을 보면 우선 Data의 발굴(mining)·수집(collection)·취합(gathering)에 이어, 분석(analysis), 상황판단·인식(situation awareness)을 거쳐 의사결정(decision), 전략수립(strategy), 실행(enforce)으로 이어진다. 실행의 결과를 종합(feed back)해 분석(analysis)하고 전략을 재검토(review of strategy)한다.

이러한 과정은 곧 기업의 Risk Management의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R/M의 주체는 곧 Risk Principal 즉 Risk의 최대 피해자이자 수혜자가 되는 사람이다. 흔히 하는 말로 오너인 것이다. R/M이 Backseat driver처럼 원격조종이 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듯이 해운기업의 경영도 마찬가지다. Big data·시스템·조직과 구성원을 관리하는 것이 기업 Management의 몫이라면 Corporate culture & Governance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너 혹은 주주들의 몫이다.

결국 현대 해운기업의 경영은 조직(Management)이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국제 정기해운의 경우에는 조직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단, 오너, 주주들의 역할은 Culture와 지배구조를 통해서 Management가 생산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켜보고 지원하는 것이지 오너가 먼곳에서 Management 영역까지 원격조정하기에는 지금의 해운시장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유럽의 선두주자들처럼 본인이 직접 Management 일선에서 핸들을 잡고 ‘모든 책임은 내 책임이다, 나를 따르라’라는 자세로 조직을 이끌더라도 생존을 보장받기에는 현 시장이 그렇게 녹녹치 않다.

해운경제 전문가들은 차세대 Management는 Professional(전문성과 경륜)하고 Leadership을 구비한 Risk Principal이 주도해야 하며 향후 50년에 걸친 차세대의 해운경영은 smarter technology, smarter data, smarter money, smarter people이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중 기술, 데이터와 돈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지만 사람은 개별회사의 역량에 따라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고 손이 닿지 않는 먼곳에 있을 수도 있다. smarter people이란 내 사람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이며 내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6) 위기는 예방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

기업문화와 경영체질의 개선은 단시간에 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만 현 시장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급박하게 진전되고 있다. 급선무는 재기를 위한 강한 의지와 필요시 경영권도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만용에 가까운 결심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리더십의 주체가 오너일 수도 있고, 정부 혹은 금융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상황인식과 그에 근거한 결단과 결심이다. 정부 주도의 신보호주의가 왜 다시 나타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의 체력전 양상이 너무나 엄중해 업계 자율에 맡겨두고 방치할 경우 자국의 해운 안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존의 해운회사가 재정적 이유로 시장이 요구하는 경쟁력이 있는 선박을 확보할 수 없다면 필요할 경우 법을 고쳐서라도 선박의 소유와 운송을 분리해 제3섹터(조선, 금융)에서 선박을 소유하고(Tonnage provider) 이를 기존회사에게 용선해주는 형태도 고려해봐야 한다. 어차피 한국이 지배하는 선박이라면 반드시 홍길동이나 박문수만을 위한 기득권 옹호보다는 조건부로 개방해 한국해운호를 보강하는 것도 차선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세계 해운시장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차세대 라운드에 진입하고 있는데 한국은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지 아니면 비켜서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한국해운호는 망망대해에서 주변에 통항선도 없고 본선에는 구명정도 없는 상태에서 태풍에 휩쌓여 표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직 기대할 것은 유능한 선장의 리더십과 정통 시맨십으로 무장한 건전한 선원들이다. 가능성은 별로지만 정책지원이 없는 한 한국해운의 살길은 일방적으로 외치는 선하주 협력이나 조선해운의 공생 추구가 아니라 언제 회복할지 불확실한 시장회복만 고대하기 보다는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황파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내항력과 제2라운드에 대비한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2015년 7월 2일
윤 민 현(Penb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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