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컨사 합쳐 총합물류회사 돼야
제2의 해운산업합리화 해야할 때
벌크선사 제3국 과감히 진출하길

기자가 한국항만물류협회 이윤수 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진빌딩 16층 케이씨티시(KCTC) 부회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이 회장은 프린트 한 자료 한 뭉치를 내밀었다.

‘해운과 국제물류’, ‘한국해운의 진로’, ‘정기선해운의 역사’ 등의 제목이 붙은 이 자료들은 이 회장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을 일일이 카피한 것이었다.

해운에 관한한 최고의 이론가로 통하는 이윤수 회장은 아직까지도 해운의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중요한 자료들을 수집, 분석하고 공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자는 곧바로 한국해운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전문>

“무엇보다도 먼저 해운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시대적으로 봐서 대변혁기입니다. 소위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특히 IT의 발달로 해운은 물론 물류도 총합물류로 가는 시대적인 대 변화의 흐름 있는데, 이를 읽어서, 소위 글로벌 메가 트랜드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참고로 앞으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가 일류 씽크탱크가 됐는데, 소위 21세기라는 세계 경제의 구도가 어떻게 가고 있고, 거기에 따라서 해운의 역할은 어떻게 가야하고, 선진해운국은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것을 앞지를 수 있느냐 하는 장기적인 비전을 찾아내서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정기선 해운의 경우 역사를 뒤돌아보면 정답이 나옵니다. 컨테이너 정기선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스케일 메리트가 중요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기업과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대규모의 총합물류회사로 발전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수 회장은 이런 설명과 함께 과거 해운의 역사와 우리가 참고해야 될 점 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나갔다.

세계 해상물동량은 냉전의 종식과 함께 러시아와 동구권의 17억 인구가 자유시장 경제에 편입되면서 급격하게 늘어났다. 21세기에는 과거를 지배하던 이데올로기 체계가 무너지고 종교, 민족, 자연환경이라는 인류가 갖고 있는 근본적 가치가 중요시 되는 사회가 됐다. 국경이 무너지고 자본과 기술은 글로벌화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물류와 해운의 서비스도 다양화‧고도화됐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글로벌화는 급진전해 21세기에는 포트 투 포트의 해운기능에 더해 내륙운송까지 항만을 기점으로 연결하는 종합물류가 번창하게 됐고, 따라서 총합물류가 해운과 정기선의 대세가 됐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해운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나 중국 이펙트에 의한 대호황기에 잘못된 투자로 불황이 찾아오자 상당히 힘든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설명과 함께 이 회장은 한국해운을 살리기 위해서 필요한 대응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외항해운의 특징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외항해운은 완전히 국제시장으로 오픈돼 자유경쟁체제하에 있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환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해운시황이 잠시도 쉬지 않고 업 앤 다운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것이죠. 그 다음 외항해운의 최근 특징은 하주의 요구가 점진적으로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기선과 부정기선, 전용선의 사업구조가 다르므로 세계 트렌드를 보고 벤치마킹해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거기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시대 조류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데, 다 아시다시피 20세기 산업사회‧공업사회에서 이제는 정보화 사회로 변했습니다. 정보화 사회가 되다보니 네트워크, 수평적인 사회가 도래했고, 그래서 옛날에는 해운회사나 기업이 주도를 했지만 지금은 고객이 주도하는 마케팅이 돼야만 합니다. 고객이 필요해야 해운도 살고, 국가경제도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변화하는데 우리 해운의 역할은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 거기에 발맞춰 나가야 합니다.”

이 회장은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간 중간 컨테이너 정기선의 경우 장치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스케일 메리트를 향유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몇 번이고 주장했다. 기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이 어려운 상황을 실제로 풀어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업계를 재편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우리나라도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를 했지만, 일본은 1963년에 해운집약화를 해서 6대 선사를 만들었고, 1999년에 이들을 다시 재편해 NYK, MOL, K-Line 3사로 통합시켰습니다. 여기서 참고적으로 얘기하면 두 번째 재편은 민간주도로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원양 정기선사가 2개사나 돼야 하나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두 회사가 얼라이언스에 들어 있어도 점유율이 적어서 발언권이 별로 없습니다. 정기선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스케일메리트가 중요합니다. 두 회사를 합하는 것이 우리나라 해운이 살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부는 통합을 전제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만 합니다. 특히 원양정기선은 1만 8000teu 이상 초대형선박이 꼭 필요한데 자금이 없어서 신조는 생각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을 정부가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지을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윤수 회장은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조심스레 통합론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통합된 회사는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총합물류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컨테이너 부문만 따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것은 일본의 대형선사들이 백화점식 경영을 하는 것이 롱런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을 하는 것을 봐서는 종합백화점식 해운회사가 더 좋다는 생각하는 것 같았다. 통합된 회사를 가정했을 때 그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다른 선사들 보다는 중국선사들과 손을 잡고 중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부정기선 부문에 대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 일부 언급을 했다.

“국적선사들이 부정기선 중에 핵심적인 부분인 에너지, 철광석, 석탄 등 메이저 카고는 장기 계약을 70~80% 가져가도록 유도하고, 프리 선박은 20~30%를 유지해 불황이 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도록 선대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여기서 운영자금이나 건조자금이 없을 때는 이런 중요한 화물에는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드라이 벌크선들은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FFA나 풀링제와 같은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동차전용선, 중량물선 등에 대해서도 우리 국적선사가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 벌크선사들이 이제는 특정화물을 중심으로 제3국 시장에 과감히 진출해야만 합니다. 마이너 벌크 부분은 민간에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만….”

이윤수 회장은 정기선 전문가이지만 부정기선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특히 중국에 발레막스 벌크선들이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벌크선 대형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컨테이너선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벌크선도 커지고 있습니다. 발레막스 같은 선박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우리 항만은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은 9개 벌크 전략항만이라고 해서 수심과 부두를 대형선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포스코, 한전 등과 협의해서 초대형 벌크 전략항만을 개발해 발레막스 선박이 들어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회장은 이 얘기를 하면서 결국은 우리 선사들이 총합물류회사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총합물류회사라는 개념을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종합물류회사와는 다르게 쓰는 것 같았다. 종합적인 물류회사이면서도, 국가를 대표할만한 메이저 선사를 지칭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러한 총합물류회사가 우리나라에 1~2개사 정도면 충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합물류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원양선사들의 M&A는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서 이런 업계 재편은 근해항로에서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여 말했다.

“인트라아시아항로에 연간 5900만teu의 화물이 있지만 현재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게다가 유럽항로에서 탈락한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캐스캐이딩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국적선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한다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국적선사는 2개사 정도로 압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해항로중 한중항로나 한일항로는 특수항로이기 때문에 내버려 둬도 됩니다. 한중항로가 현재 어려운 실정인데 중국과 손을 잡는다든가, 어떤 식으로든 방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윤수 회장과의 인터뷰 말미에 기자는 다시 어려운 해운업계를 구원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를 질문했다. 이윤수 회장은 처음에 얘기했던 마스터플랜 얘기를 다시 꺼냈다.

“제가 보기에 정부가 해운산업을 구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미약했던 것은 확실한 마스터플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2의 해운산업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것이 안 되면 해운은 다 죽는다. 우리 경제도 망가진다’고 선전을 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확고하게 10년 정도 장기 전략을 세워서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재편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운영자금, 건조자금 지원이나 LNG 같은 신산업 분야 참가권이라는 확실한 떡을 내밀고 재편을 유도한다면 재편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역시 정부 당국의 확실한 계획과 실천 의지입니다.”

이윤수 회장은 마지막으로 국적선사 경영자들에게도 당부할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고 하자, 국적선사 CEO라면 해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인물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유럽식 경영 방법보다도 안정적이면서도 오래가는 일본식 경영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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