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수석 애널리스트
2년 전 덴마크 벌크 및 프로덕트 탱커 선사인 노르덴(DS Norden)은 2014년 시장 회복 전망을 토대로 새로운 기업전략을 내세웠다. 노르덴 이사진은 당연히 시황 회복세에 편승하는 방향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어했다. 이에 따라 노르덴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도받는 조건으로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척, 파나막스 8척, 수프라막스 14척 등을 신조 발주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주기공략(exploiting the cycle)으로 일컬어지는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2014년에 들어서자 전년도의 낙관론이 틀렸음이 더욱 명확해졌고 이 투자사업은 2014년 1분기에 중단됐다. 노르덴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인도일을 최대한 연기하고자 하는 이유를 밝혔다.

아마 건화물선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르덴이 빠진 딜레마에 공감할 것이다. 2010년 이후 벌크화물 수요 회복 예상이 어긋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는 달리 중국의 광석 수요와 인도의 연료탄 수요는 증가하지 않았으며, 조선소에 이미 선박을 발주한 선사들은 기존 전략을 면밀히 점검해야 했다.

노르덴은 더 이상 주기공략 전략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대신 ‘주기 전체에 걸친 가치 창출(value creation throughout the cycle)’을 내세웠다. 이 전략의 핵심은 장기 운송계약(COA)을 맺은 선박 수와 단기 목적 선용 선박 수의 균형을 통하여 용선료 상승, 선박 관련 항해비용 절감 및 연비 개선, 그리고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유지 등을 꾀하는 것이다.

최근 노르덴은 이마바리 타도츠(Imabari Tadotsu)와 미츠이 치바(Mitsui Chiba)에서 건조한 6만dwt급 수프라막스 벌크선 3척을 매각했고 나중에 인도받는 조건으로 미츠이 치바에 수프라막스 2척을 신규 발주했다. 이로써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용선료는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노르덴은 투자자들에게 건화물선 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없다(no prospects)’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향후 용선료가 상승하겠지만 이는 단기적인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선소는 선사의 투자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는, 위의 경우, 건화물선 시장 전망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다. 현재 노르덴은 시장의 장기 약세를 예상하며 이에 따라 발주를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노르덴의 전망은 빗나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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