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지난 20년 동안 컨테이너선의 진화는 슬롯 당 비용을 절감하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지난 10년 동안 컨테이너선은 2006년의 최대선형 8,160 teu에서, 현재의 세계 최대 선형 1만 9224 teu로 대형화되었다. 최근 Port Economics지에 따르면 북유럽과 극동아시아간 취항 컨테이너선의 평균 선형은 2015년에는 12,200 teu로 대형화되었다. 북미서안 항로의 경우도 2014년 기준으로 취항선박 평균선형이 8,000 teu에 육박하고 있다.

Drewry사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1만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총 244척, 316만 9천teu로 전체 선박량의 17.8%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60척, 50척 이상 준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2016년 말에는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이 총 354척, 473만 6천 teu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년 들어 8월까지 1만teu 이상 초대형선이 또 다시 150여척 이상 발주되어, 이들 선박이 인도되는 2017년 말에는 1만 teu 이상 초대형선이 총 600척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년 들어 1만 8천teu 이상 2만 teu 급 극초대형선의 발주가 집중되고 있다. 금년 9월 초까지 발주된 이들 극초대형선이 69척에 달해, 기존 운항선박 30척 및 발주잔량을 포함하면 총 99척이며 옵션을 포함하면 100척을 돌파하는 규모이다. 이들 선박이 대부분 인도되는 2017년에는 2만 teu 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의 도래하는 것이다.

금년 들어 2만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초대형선 시장 선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아시아-유럽 항로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머스크사는 실적 호조를 보였고, 특히 2014년에는 이익은 55% 증가한 23억 4100만 달러로 2009년 리먼 사태 이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실현하였다. 여러 분석기관에서는 그 이유로 비용 경쟁력이 높은 1만 8천teu 급 컨테이너선을 제일 먼저 유럽항로에 취항시켜,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매출이 증가하고 이익증가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2만 teu 급 선박 투입 및 발주도 이러한 요인에 의해 경쟁적으로 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둘째 요인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2016년부터 선박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더욱 규제하는 대기오염방지 3차 규제(Tier Ⅲ)를 실시하기로 되어 있다. 내년부터 이 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연내에 신조선을 발주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만teu급 신조 발주도 주요 선사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여타 선사들도 이 새로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연내 신조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대형선 건조 경쟁은 개별선사에게는 운항 선박의 운송 유닛 당 비용 절감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지만, 모든 선사가 초대형선을 취항시킨다면 원가경쟁력은 다시 같아지고 선복을 채우지 못하는 공급과잉 리스크가 커지는 문제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반기 유럽항로 운임은 사상최저치로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항운교역소가 집계한 상하이 발 북유럽 향 현물시장 운임은 6월 기준으로 20피트 당 200달러대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 근해항로 운임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대형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1만 8천teu 이상 초대형선은 2개 엔진으로 건조되었지만, 2014년 11월에 준공한 현대중공업의 1만 9천teu 선박은 하나의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정기선 산업의 감속운항 추세에 맞추어 저출력 엔진을 장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선박은 기술적으로는 2만teu를 넘어서, 2만 4천teu 혹은 3만teu까지 선박도 가능해졌다.

2014년 11월 현대중공업에서 제작한 1만 9천teu급 컨테이너선의 제원을 보면 길이 400m, 폭 59m, 만재흘수 16m다. 말라카해협 통과 한계인 흘수 20미터에 아직 크게 미치지 못하는 사양이다. 문제는 수에즈 운하 통과 사양이다. 초대형선이 주로 취항하는 아시아-유럽항로가 기존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데, 이 수에즈 운하를 항해 가능한 선박은 선박길이 400미터, 선폭 60미터로 제한되어 있어, 2만teu급 선박이 이 한계에 임박한 선박이다.

수에즈 운하 폭이 더욱 확대되는 경우가 있겠으나, 그 대안이 상업화 될 수 있다 해도 그 정도의 크기(예, 3만 teu)의 선박은 항만에 입항할 수 있는 흘수, 크레인의 작업열수 등의 제약으로 여러 항만에 기항할 수 없는 문제점을 갖게 되어 쉽게 상업화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도 2만~2만 4천teu 정도가 거의 한계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컨테이너선의 초대형선화에 대응하는 선사의 전략은 간단했다. 경쟁선사에 뒤지지 않도록 선박을 초대형선으로 대체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초대형화가 거의 한계에 다다르면 그 이후부터의 경쟁력은 다시 고객서비스에 달려 있게 될 것이며, 비용경쟁력도 선박이 아닌 인력 및 조직 감축, 글로벌 운영 효율성 제고 등 경영혁신을 통해야만 할 것이다. 평준화된 선사서비스의 차별화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고, 선사별 인력, 조직 감축 및 운영효율을 제고하는 일도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선사들은 화주에 대한 해운서비스 경쟁이라는 기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경쟁은 화주가 요구하는 운송서비스의 차별화, 고도화에 따른 가치 창출이라는 공급사슬관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화주들은 세계 각지에서 원자재 및 부품을 조달하고, 세계적으로 분업화된 생산 활동을 원활하게 연결하고, 전 세계 판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고도의 공급사슬 형성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시장에서의 가치창조는 제품의 생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치밀하게 대응하는 해운 등 물류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범태평양 해운컨퍼런스(TPM Conference)에서 Seaintel Maritime Analysis사의 CEO인 젠슨(Lars Jensen)은 2020년에 세계 컨테이너 산업이 10개 선사, 혹은 이보다 적은 수의 선사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초대형선이 한게에 다다르면 혁신을 통한 서비스 차별화와, 범위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진정한 정글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얼라이언스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일정 부분 얼라이언스가 M&A를 통해 초대형 공룡기업으로 흡수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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