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애널리스트
9월 초 런던국제해운주간(London International Shipping Week) 회의에서 열린 IHS 포럼의 발제자들은 중국 경제성장, 이란 원유수출 제재해제, 미국산 원유수출 재개 여부 결정을 석유시장의 3대 동인(driver)으로 꼽았다. 이러한 3대 동인이 글로벌 정유 시장 양상, 해운 운임시장 주기(freight market cycle) 등 2대 주요 요인과 함께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요소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국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철광석, 원유 및 기타 원자재 물동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는 유가 하락을 낳았으며, 유가 하락으로 작년 한 해 동안 1조 달러 이상의 구매력이 에너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동되었다. 서방 경제권과 아시아의 호랑이들(Asian Tigers)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고,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회원국들은 유가의 중기 하락 추세를 견뎌낼 수 있도록 자금을 비축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및 구소련 국가들은 타격을 입고 있다. 한편, 원자재 슈퍼 사이클(commodity super-cycle)의 종언을 알리는 징조가 뚜렷하며, 향후 몇 년간 회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HS는 2020년까지 중국의 연평균 GDP 성장이 공식 목표치인 7%에 다소 못 미치는 6.6%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원유 소비량은 저유가로 인해 하루 1천20만 배럴(b/d)에서 1천14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수입량은 2020년까지 하루 640만 배럴에서 760만 배럴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서양 지역발 원유 수입이 톤마일 증가로 이어짐에 따라, 이는 해운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주변 국가의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홍콩과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편, 호주, 일본, 싱가포르, 한국도 각각 수출의 25%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7월 주요 6개국(P5+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핵 협상 합의에 따라 2016년 1분기까지 대(對)이란 원유 수출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내년 말까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하루 5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해운시장은 2016년 중반까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증산으로 인해 유가는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고, 2016년 말까지 현재 수준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세 번째로, 미국 정부의 자국산 원유 수출금지 해제 여부 및 해당 결정이 원유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캐나다로 수출되는 알래스카산 원유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미국 원유 수출은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하루 50만 배럴 증가했다. 또한, 2014년 미국산 콘덴세이트 수출 허용에 따라 멕시코와 원유 스왑거래(crude swap deal)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IHS는 미국산 원유 수출규제가 2016년 말 또는 2017년 초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로 인해 일일 생산량이 2020년까지 930만 배럴에서 약 1천5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일 기간 내 원유 수출량은 하루 230만 배럴에 이르고, 이 중 3분의 2가 대(對)아시아 수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이란, 미국 관련 요인이 석유시장에 변동성을 일으킬 것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국제무역과 해운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유 시장에서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유럽의 정유 시장은 성숙 단계에 이르러, 합리화(rationalization)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올해를 넘어서도 지속될 것이다. 유럽의 정유 시장 환경은 원유 소비량의 추가 감소에 따라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정유 시장의 모든 성장은 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가 이끌고 있다. IHS는 중동의 일일 원유 소비량이 2020년까지 120만 배럴 증가할 것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내수용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의 경우, 역내 수요 증가에 힘입어 동일 기간 동안 일일 원유 소비량이 170만 배럴 증가하여 순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IHS 포럼에서 제레미 펜(Jeremy Penn) 발틱해운거래소 최고경영자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제조업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경제로 변화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비전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은 주기적인(cyclical)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며 의도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성장률은 5~6%로 저점을 찍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석유 시장 및 그 변동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의를 지닌다. 이란과 미국산 원유 공급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소비 주축이 되는 아시아 경제의 수요 감소로 인해 향후 5년간 유가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선단(fleet)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조선 시장에는 희소식이다. 앞서 말한 3대 동인과 주요 요인은 톤마일을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발주량 증가로 인해 운임은 현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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