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현대상선이 지난 9월 1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컨테이너 전용터미널 RWG(Rotterdam World Gateway) 개장식을 가졌다. 현대상선은 2012년 글로벌 선사인 APL, MOL, CMA CGM,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DP월드와 함께 로테르담 항만에 RWG 개발을 시작했으며 터미널 개발비는 10억 달러가 소요됐다. 현대상선의 지분은 20%이며 운영은 DP월드가 맡는다.

이번에 개장한 RWG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의 최신 컨테이너 터미널로 막스플락테 터미널 2지역에 건설됐으며, 세계 최첨단의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다. 3선석 총연장 1150m, 수심 20m 안벽 위에 세운 컨테이너 크레인(CC) 11기는 관리동 운영 룸에서 원격 조작하는 자동화를 이루었다. 운영자는 혼자서 여러 크레인을 조작한다.

컨테이너 야드의 하역 시스템도 완전 무인화를 실현했다. 레일식 자동화 야드크레인(Automated Stacking Cranes, ASC) 50기와 당초 59대로 계획했던 무인이송차량(Automated Guided Vehicles, AGV) 62대를 프로그램 제어에 의해 자동으로 컨테이너가 장치되는 자동화를 구현했다.

AGV는 최신 기술이 아니지만, RWG의 AGV는 Lift AGV로 AGV가 본선 하역 측의 안벽 에이프런과 컨테이너 야드 측을 오갈 뿐만 아니라, AGV 자체가 승강 기능을 갖춘 야드 측의 구조물에 직접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수직배치 블록의 해측에 리프트 AGV용 랙(racks)을 열별로 설치하고 AGV는 받침판을 위로 들어 올려 랙에 컨테이너를 걸치게 하여 장치 해두고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즉 야드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받으러 오지 않아도 AGV가 컨테이너를 야드에 두고 갈 수 있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인 AGV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 크레인 당 소요되는 AGV의 대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한 RWG의 AGV는 디젤 구동이 아닌 배터리에 의한 전동 구동식(Battery Lift AGVs)을 채용했고, 배터리 유닛의 교환도 배터리 유닛의 잔량이 부족하면 배터리 보관 창고에서 자동으로 장치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완전 자동화했다. Lift AGV 개발사인 Terex사는 RWG사로부터 2012년 7월에 배터리로 구동하는 Lift AGV의 개발을 요청받아 당초 디젤로 구동되던 Lift AGV를 배터리 구동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전동식 AGV는 디젤식 AGV에 비해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의 배기가스와 미세먼지 발생을 제로화시킬 뿐만 아니라, 소음발생도 줄여 지속가능한 방식의 장비이다.

RWG터미널에는 총 50대의 자동화 야드크레인(ASC)이 설치되는데, 25개 안벽에 수직으로 배치된 블록마다 2대씩 설치된다. 25대중 16대는 5단 10열이며. 해측에서는 AGV, 그리고 육측에서는 외부트럭에 대한 컨테이너 상하차작업을 하게 된다. 특히 육측 외부트럭에 대한 작업의 자동화를 위한 완전자동 트럭적재시스템(FATS)이 장착돼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안트워프 게이트웨이 터미널에 설치된 기술이다. 나머지 9대의 ASC는 12열로 양쪽에 캔티레버가 있는 형태로 해측 AGV가 블록열 이외에도 ASC의 캔틸레버 하방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여, 해측 작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도록 했다.

세계 최첨단의 완전 자동화 터미널을 실현한 RWG 터미널의 가장 큰 특징은 컨테이너 크레인의 원격 조작화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올해 가동을 시작한 APMT 막스플락테II 터미널에 최초로 도입됐고, 인근 RWG 터미널도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남아있는 유인 작업은 컨테이너 선박에 하역된 컨테이너에 대한 고박(래싱)작업뿐이다.

세계 최초의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이 1993년 로테르담과 2002년 독일 함브르크 항만의 자동화 터미널이 가동될 때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 전역, 아시아, 호주를 중심으로 많은 컨테이너 터미널에 자동화가 도입됐다. 현재 세계 30개 이상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드디어 2015년 들어 안벽 컨테이너크레인까지 자동화된 완전자동화터미널이 설치 운영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시작한 과학기술부와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추진된 ‘자동화터미널 설계기술개발’사업의 결과로, 10년 전에 자동화터미널을 세계 세 번째로 설계했고, 자동화 야드크레인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6년에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에 자동화 야드크레인을 이용한 자동화터미널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안벽에서 야드까지 우선은 유인 스트래들 캐리어를 사용하는 2011년 개장한 부산신항 2-3단계 터미널이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ECT나 독일의 CTA 터미널이 자동화 터미널이 야드가 안벽에 수직으로 배치된 수직배치 터미널이라면, 신선대에는 야드가 기존터미널처럼 수평으로 배치되어 있는 상태에서 자동화를 구현한 세계 최초의 터미널이다. 특히 야드 크레인 주행로 밖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형태(캔티레버 타입)로는 세계적인 자동화시스템이다.

또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추진한 '지능형 항만물류시스템 기술개발'로 당시 Lift AGV보다 진보한 개념의 자가 하역 AGV인 ALV(Automated Lifting Vehicle)를 우리나라 서호전기에서 세계 최초로 시제품까지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장한 RWG 터미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자동화터미널은 무인화 기술이나 적용 범위에서 뒤진 구형 자동화 터미널 방식에 머물고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정부의 첨단항만 기술개발지원으로 세계적인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이를 우리 터미널에 적용하지 못한 점, 그리고 그 기술들을 더욱 발전시켰다면 RWG 터미널 이상의 자동화 터미널을 설치도 하고 수출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보다 물동량이 부족한 우리 항만이 동북아 물류중심항만이 되는 길은 첨단 로보틱 무인자동화 터미널로 가는 길 뿐이다. 세계적인 자동화 터미널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을 최첨단 무인 자동화 터미널로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첨단 자동화터미널 기술개발을 준비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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