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애널리스트
지난달 중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개최된 북극써클회의(Arctic Circle assembly) 총회에서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프랑스 대통령이 한 기조연설은 훌륭했다.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올랑드 대통령은 다른 국가수반들보다 친환경적인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각국 대표단에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경고한 전 세계 학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하며, COP21을 이끌 때도 올라푸르 그림손(Ólafur Grímsson) 아이슬란드 대통령과 함께 빙하 후퇴 지역을 방문한 것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무분별한 극지 개발에 대해서도 “환경을 담보로 기업활동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해운업계는 이 발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기업활동은 환경을 담보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해운업계는 현재 사업을 하기 위해 몸담고 있는 환경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업계의 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설립취지가 해상안전 외에도 세계 해양보호가 아니던가.

북극 해빙으로 말미암은 신규 항로 개척 기회를 강조한 중국과 독일 대표단의 발표는 충분히 악의없어 보였다. 원주민과 국제 조약 및 협약을 존중하고 추가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업계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 속뜻은 ‘북극이 해운업계에 좋은 기회를 제시하고 있으며, 해운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깨끗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북극 항로개발이 기후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북극써클회의는 해운업계의 극지방 개발 전면 중단을 원하는 이들과 채굴산업에 선박 운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컨테이너선 운항사들이 북극항로 활용 시 발생하는 시간·거리 단축 및 배기가스 감축 효과가 선박 고장, 좌초(grounding) 또는 복구 보장이 없는 환경오염 등의 위험 가능성보다 크다고 여기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들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에 비견할만한 재앙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독일 대표단 중 한 명인 브레멘항만공사(Bremenports)의 대표는 아이슬란드 북동부의 신규 항만 건설에 대한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발표했다. 피나피요드르(Finnafjördur)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단순한 환적 시설이 아닌 북극지방의 산업 거점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사상 최대로 얇아진 빙하 두께와 확장된 해역 덕분에 수많은 선박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갈 것으로 기대된다. 자국 대통령 자신이 북극에 대한 논의에 앞장선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슬란드와 같은 국가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의아해 보일 것이다. 항만 건설이나 그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들이 해당 지역에 과연 이로울까 아니면 해로울까? 만약 기업이, 이 경우에는 항만업계가,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환경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는다면, 항만이 지역개발에 미치는 이득에 관계없이 이를 막아야 할까?

COP21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의 선박 거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는 해운이 “환경에 가장 적은 피해를 주는 운송수단”이라고 주장한 바 있지만, IMO는 배출통제지역(ECA) 내 벙커연료 유황 함유량을 10년 전 1.5%에서 현재 0.1%로, 그 외 지역은 현재 4.5%에서 2020년이나 2025년까지 0.5% 수준으로 낮출 것에 합의한 바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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