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KMI 해양연구본부 전문연구원

김경신 KMI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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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일본 정부가 북극에 관한 국가 전략을 담은「일본의 북극 정책」을 발표했다. 2012년 일본의 해양 분야 싱크탱크인 해양정책연구재단이 “북극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추진 시책”에서 북극 문제 전담 컨트롤 타워 설치 등 정부가 추진해야 할 9가지 사항을 제시한 이후 3년만의 결실이다. 일본 정부는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를 획득한 2013년 5월에 범정부 차원의 북극 정책 수립에 착수했다. 동년 7월에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성·경제산업성·환경성·방위성 등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연락회의를 설치한 후 10여 차례의 검토 회의를 거쳐 올 10월 북극 정책을 내놓았다.

이번에 발표된 일본의 북극 정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극 정책을 수립하게 된 목적과 기본 방침, 북극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 추진 전략이다. 일본은 북극 정책을 수립하게 된 목적을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일본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북극에 관한 국제 규범의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다자·양자 간 긴밀한 국제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옵서버 자격을 획득한 후 앞서 북극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는 영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일본도 북극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의지를 제시함으로서 북극이사회 국가들로부터 자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북극에 대한 일본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은 이번 북극 정책에서 제시된 기본 방향에 함축되어 있다. 일본은 북극 문제에 대한 7가지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① 강점인 위성이나 해양 조사 등 과학기술을 최대한 활용, ② 북극의 환경과 생태계 보호, ③ ‘법의 지배’ 확보와 적극적 평화주의에 입각한 국제 협력, ④ 원주민의 전통성 존중, ⑤ 북극의 안보 문제에 충분한 대응, ⑥ 기후·환경 변화의 영향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적응을 목표, ⑦ 북극해 항로와 자원 개발에 대한 경제적 가능성 정밀 분석 등이다. 일본의 7가지 기본 방향은 북극 문제에 관해 국제 사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의제와도 대체적으로 부합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북극 정책에서 제시된 일본의 대응 전략은 연구 개발, 국제협력, 지속적 이용 등 세 가지이다. 먼저 연구 개발과 관련해서는 7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2015년도에 시작하는 ‘북극연구추진 프로젝트’를 통해 북극의 환경 변화가 미치는 지구 차원의 영향을 파악하고 그 성과를 이해관계자와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북극의 혹독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관측 장비 개발에 대한 투자, 북극 연구선 신조 건조, 국내 대학 및 해외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연구 거점 정비, 러시아·미국 등과 연구 및 관측 거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공동연구 추진, 북극에 관한 데이터를 국내 및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제 구축, 젊은 연구자 해외파견 등 인재육성이 주요 골자이다.

국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3대 과제를 제시했다.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수산 자원의 보전에 관한 규칙 등 북극에 관한 국제 규범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북극이사회에서 옵서버 역할 확대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고, 북극권 국가들과의 과학기술 협력 및 연구·관측 거점의 공동 활용 등을 통해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자국 기업의 북극 진출 및 상업적 활용과 관련하여 정부가 지원하는 기술·제도·경제 분야의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자국 기업의 북극권 시찰단 파견, 북극 경제 평의회(Arctic Economic Council)에 자국 기업 참여 등 업계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위한 기반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북극해 항로의 활용을 위해 해빙 분포 예측시스템과 기상 예측 시스템 등 항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운 기업이 북극해 항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북극해의 광물자원과 생물자원에 대한 지원 방안도 제시됐다. 우선 독립행정법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을 통해 그린란드 지역의 자원 탐사를 지원하고 해양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보전·관리 프레임을 관계국과 연계하여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이번 북극 정책은 우리나라 등 북극이사회 옵서버의 자격을 취득한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국가들이 북극권에 관심을 기울이기 이전인 1993년부터 ‘국제 북극해 프로그램(INSROP)’과 ‘일본 북극해 프로그램(JANSROP)’, 미국 국립해양대기청과 북극 위성 공동 활용 등을 통해 러시아,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등 북극권 국가와 과학기술 기반의 국제 협력을 추진해 왔다. 일본 스스로도 강점으로 주창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북극 전략이 북극권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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