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로 리스크 줄여 안정 성장
"오늘의 성공, 공부와 노력의 결과물"

우리 해운업계는 끝 모를 해운불황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원양벌크선사들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벌크시황의 침체로 인해 대부분의 선사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예외적으로 아주 선전하고 있는 외항 벌크선사들도 있어서, 이들의 활약상이 더욱 더 돋보이고 있다. 불황을 잘 극복하고 성장일로에 있는 이런 선사들은 앞으로 한국해운의 희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선사중의 하나가 비교적 젊은 2세 경영인이 이끌어가고 있는 동아탱커㈜다.

동아탱커의 이종명 사장(51)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오고, 미국 뉴욕대학에서 MBA를 마친 수재다. 그는 2005년부터 탱커 위주의 선사를 대형벌크선사로 탈바꿈 시키면서 성공신화를 써가기 시작해 선종의 다각화를 통해 장기간에 걸친 해운불황을 극복해냄으로써 2세 경영인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한국해운의 차세대 리더로까지 평가 받고 있는 그를 ‘올해의 인물’에 선정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동아탱커가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지난 2012년 12월, 법정관리 하에 있던 대한해운 인수전이 전개될 때였다. 해운불황이 본격화된 2008년말 이후에도 계속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유명했던 동아탱커가 대한해운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을 보고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들 깜짝 놀랐다. 대한해운과 같은 거대 선사를 인수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금력과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동아탱커를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됐던 것이다. 물론 동아탱커는 후에 인수를 포기했지만, 그 위상은 업계에 깊게 각인을 시켰다고 할 수 있다.

동아탱커가 내항 탱커회사에서 대형 벌크선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이다. 2000년부터 동아탱커 계열사를 맡아 실질적인 경영을 해왔던 이종명 사장은 벌크선이 호황으로 변하는 기회를 포착해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과감하게 도입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대형 벌크선 사업에 뛰어든 것은 호황이 예상되는데다가, 대형 선사들에게 쉽게 용선을 줄 수가 있어서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종명 사장의 판단은 적중해 해운호황기에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 선종을 다변화하고 해외 영업을 강화해 계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 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이종명 사장의 활약은 사실 호황기보다도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선종의 다변화와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방식의 경영을 한 결과, 지난해에는 매출 2948억원에 영업이익 486억원을 기록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올해는 영업수익이 지난해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역시 계속 흑자를 기록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놀라운 실적은 결국 이종명 사장을 중심으로 한 동아탱커 임직원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우리는 생존을 할 수가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끝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물을 운이라고 표현한 것이니까 반드시 운만은 아닙니다. 탱커의 경우 쉽 매니지먼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벌크선은 큰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큰 흐름을 잘못 읽으면 회사가 망하게 되니까요. 사실 저는 잠자는 시간 빼놓고 하루 종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직원들과도 치열한 토론도 합니다. 제가 경상도 출신이니까 정말 싸움을 하는 것 같이 되는 때가 많습니다. 더구나 제 입장에서는 차터링 부문과 오너십 부문, 그리고 쉽 매니지먼트 부문 등 3박자를 잘 맞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따라서 더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12월 4일 ‘올해의 인물’ 수상자 인터뷰에 응한 이종명 사장은 동아탱커가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하게 된 요인이 뭐냐고 질문하자, 2005년에 드라이 벌크선 분야에 과감히 뛰어든 것이 성공요인이었다며 그러나 그러한 변화는 쉽게 결론 지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종명 사장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자금 지원도 좋지만, 해운을 잘 이해해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해운에 대한 홍보가 되어야 하고, 해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해운세력 자체가 크게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종명 사장은 자신의 경영방침이나 향후 경영 계획, 정부에 건의할 사항 등에 대해서도 일일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 이후 인터뷰 내용을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해 봤다.

-2015년 한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인 것 보다는 동아탱커가 MR 탱커 3척을 무사히 인수한 것과 올해는 직원들의 결혼 소식이 유난히 많았다는 점입니다. 한 가정을 이루고 동아탱커 가족으로 합류한 분들에게 크게 환영하고 축하하는 바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동아탱커는 임직원의 노력으로 잘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 보다는 격려를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동아탱커의 올해 경영실적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고 좋은 실적을 올리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자체 분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업종도 예외는 아니지만 2015년 해운업종은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해보다 어려운 상황에 많은 동종사들이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아탱커는 2015년 목표대비 90%이상 성과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도 어려운 상황에서 무재해운동과 원가절감 등 전사적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6년은 해운시황의 상승을 기대하면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임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경영상 지침은 어떤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설정하신 경영 목표는 무엇입니까?
=소통과 창조입니다. 임직원간의 소통 그리고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창조해 나가는 것이며 여기에 자기개발을 통한 임직원 개인의 발전이 포함돼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 계속기업으로서 성장하고 외람되지만 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고객만족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영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아탱커가 오늘날과 같이 성공을 거두기까지 서비스 측면이나 경영상 남다른 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른 선사들과 비교할 때 서비스나 회사 경영에서 동아탱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첫째로 2005년 드라이 벌커 시장에 진입하면서 장기용선에 의한 안정적인 사업영위가 성공적인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고, 둘째 이를 통해 선대를 확충하고 사선위주의 영업을 하면서 꾸준한 금융상환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셋째는 1968년 창업이래 탱커 영업의 노하우를 보유해 최근 드라이 벌커에 비해 시황이 괜찮은 탱커에서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고, 뿐만 아니라 자동차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사업분야를 다각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고객중심의 경영을 통해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나갈 것입니다.

-동아탱커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향후 업종다각화 계획이나 선대 확충 계획, 서비스 강화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2005년 시설투자 후 장기프로젝트 일환으로 올해 국내외 조선소에 신조발주를 통해 선대 확충과 사업다각화를 실시했고 철저한 선박관리를 통해 고객만족의 서비스강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동아탱커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내년 이후 해운시황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요? 드라이 벌크 부문과 탱커 부문으로 나누어 전망을 해 주시고 국적선사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드라이벌크 시장은 중국 경제성장의 정체, 전세계적인 이슈인 대기환경문제로 인한 석탄사용량의 감소 및 지속적인 신조선의 투입으로 시장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개발도상국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7년 이후 신조선 오더북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금이나마 시황개선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장기화된 불황에서도 지금까지 잘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시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탱커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지만 신조 발주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 우려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예측이 어려웠던 것은 미국 금융위기 이후 많은 변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연내 미국 금리인상, 위엔화 기축통화 진입, 시리아 유럽문제 등 많은 변수들이 있기에 예측보다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기다리며 기회를 잡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외항선사들이 장기화된 해운불황의 여파로 매우 힘든 경영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 해양보증보험을 통한 제한된 지원 보다 더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사장님의 생각은 어떤지 묻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해운불황으로 해운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미약하다 하겠습니다. 해운‧조선‧금융이 공동위기의식을 가지고 공존할 수 있는 자구책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해양보증보험은 전문 인력과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장 지원이 절실한 기업들에게 제한적인 지원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해운업에 대한 지원은 정부차원에서 현실화된 지원방법과 적극적인 지원책을 고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영구채 발행지원이나 금융기관이 선박을 발주해 해운회사에 리스해 주는 구조 등 금융, 조선, 해운이 공존할 수 있는 구도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의 대형화주와 운송계약의 연결고리를 정부차원에서 홍보하고 지원한다는 발상 전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화주와의 협력 관계는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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