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브릿지서비스 개발, 한중항로 새 지평
카페리선 2척 신조발주, 데일리서비스 추진

지난 2008년 석도국제훼리가 군산항과 중국 산동성 석도항을 연결하는 카페리항로를 개설할 당시만 하더라도 해운업계에서 성공가능성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미 인천‧평택과 산동성을 연결하는 카페리항로가 여럿 개설돼 서로 물량을 빼앗고 덤핑운임이 난무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예측대로 석도국제훼리는 취항 초기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다. 취항 첫해에 자본이 완전 잠식됐고 곧이어 해운불황이 불어 닥치면서 항로존폐위기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취항 3년째를 맞은 2010년 석도국제훼리는 그동안 한중카페리업계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한중일 연결하는 랜드브릿지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완전히 다른 선사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던 선사가 수십억원의 흑자를 내는 견실한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그동안 까먹었던 자본금을 모두 회복했고 여세를 몰아 올해 1만 9천톤급 카페리선 2척까지 신조 발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석도국제훼리가 항로존폐의 위기에서 시쳇말로 잘나가는 선사로 변신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어제와 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김상겸 사장이 있었다. 한국해양대학교 항해과 29기로 30여년간 해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상겸 사장은 어떻게 하면 군산항이 가진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을 가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것이 한중일 랜드브릿지 서비스다. 선도적으로 선박 2척을 신조 발주하고 데일리 서비스 준비를 시작한 것도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들기 위해 김상겸 사장이 고민 끝에 내놓은 새로운 전략이다.

한국해운신문이 선정한 ‘2015 올해의 인물’ 여객선 분야 수상자인 석도국제훼리 김상겸 사장을 만나 석도국제훼리가 지금과 같이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경영실적을 어떻습니까?
=올해 지난해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는 장밋빛 기대를 갖고 시작했으나 메르스 사태로 단체 여행객 취소가 속출하면서 여객 수입이 급감했습니다. 여객부문에서만 약 20억원 정도의 기대이익을 상실했고 아직까지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박 유류가격 안정세가 지속되고 경비절감을 위한 전직원의 노력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비교적 빠른 시간내 항로를 안정화시킨 비결은 무엇입니까?
=군산과 석도는 배후 인구가 많지 않은 소도시로 소비재 수요가 많지 않고 공업지역도 없어 공산품 수요도 부족해 여객과 화물 모두 일정 이상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이러한 환경을 인정하고 잘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전문화 시키고 공략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군산-석도는 한중카페리항로 중 항로거리가 가장 짧고 군산과 부산과의 육로 운송거리도 인천, 평택에 비해 상당히 짧은데다 교통체증도 없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부산항의 한일카페리선과 연결해 한중일 랜드브릿지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한중일 랜드브릿지 서비스는 고객들의 운송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현재 우리가 처리하는 물량 중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로 안정화 이후 사업 계획은 무엇입니까?
=단기적으로는 신조선을 건조해 대체 투입하고 중기적으로는 항차 수를 늘려 저비용으로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업계획에 따라 지난 8월 1만 9천톤급 카페리선 1척을 발주했습니다. 현재 운항중인 스다오(Shidao)호가 선령 26년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보수‧정비 비용이 증가하고 효율성도 저하되는데다가 세월호 이후 일반사람들이 선령과 선박안전이 정비례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돼 회사의 신인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어렵지만 신조선 발주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중장기적으로 항차수를 늘리기 위해 동형선 1척에 대한 옵션계약도 함께 체결했습니다. 1만 9천톤급 카페리선 2척을 군산-석도항로에 투입해 데일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한중해운회담에서 항차 증편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내년 해운회담에서 항차 증편이 합의돼 면허조건이 변경되면 옵션계약을 행사해 2018년말 선박을 인도받아 데일리 서비스를 개시하려고 합니다. 신조선가가 600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면허없이 신조 발주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옵션계약을 체결하게 됐습니다.

-아직까지 한중항로에 데일리 서비스가 없는데 성공가능성이 있습니까?
=그동안 한중항로는 신규항로 개설, 항차 증설 등을 항권으로 규제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중카페리항로의 자본과 영업, 본사 기능 등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적카페리선사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항차 증설 문제도 이와 같은 시각에서 우리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산-석도항로에 데일리 서비스를 도입하면 당장 운항비용은 증가하지만 하주 서비스가 크게 개선되고 이에 따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성공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석도국제훼리는 현재 연간 145~150 왕복 항차를 수행하고 있으나 40~50항차는 화물 수요에 맞게 선복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화물은 화주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다 보니 관련 화물 전체가 인천항이나 평택항으로 빠져나가 군산항 화물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군산항은 선복이 부족해 선적하지 못한 화물은 2~3일 기다려 다음 항차에 선적하거나 타 선박을 이용해야 하는데 군산항은 이용할 수 있는 선박이 제한적이어서 물량자체가 타항만으로 빠져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군산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항차 수를 증편해 화주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데일리 서비스를 하기에는 군산항의 여건이 좋지 못한 것 아닙니까?
=항차 증설문제가 해결되고 옵션 행사로 선박을 인도 받아 데일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18년말 이후입니다. 2018년 이후 군산항을 둘러싼 여건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중 FTA 효과로 물량 자체사 늘어나고 새만금 중국인 투자구역이 가시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인근 익산에 진행 중인 식품클러스터가 많은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여건 개선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항차 증설과 같은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신조선에 대한 선박금융은 어렵지 않으십니까?
=선박금융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국내 어느 금융회사도 선박금유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카페리에 대한 금융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이 중국에서 선박금융을 조달했는데 국내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금리가 높아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국내에서 재금융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중FTA 발효, 국제여객선 안정규정 강화 등 한중카페리항로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입니까?
=한중FTA가 한중카페리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양국간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다품종 소량 화물이 늘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CY에 CFS 창고를 건설하는 방안을 군산 해양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습니다.

안전문제는 선사가 사활을 걸고 지켜야 하는 필수 요건입니다. 지금 당장 중국과 한국 행정 당국이 중복되게 규제 일변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지만 감내하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중국 위해 해사국은 겨울철 서해 편서풍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해 항만통제를 수시로 하고 있으나 지역별 현상에 맞지 않아 선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 운항이 최우선입니다만 정확한 근거 제시없이 일방적인 통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련업계와 정책당국에 건의하시거나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먼저 업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서로 어려움과 해법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한다면 운임덤핑 등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협회를 중심으로 단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예방정비 등에 힘쓴다면 안전 운항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책 당국에게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실정에 맞는 정책적인 배려를 해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선사 결정으로 신조선 또는 저선령 선박으로 교체할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선사가 감당할 수 있는 저금리 선박 금융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석도국제훼리 김상겸 사장 약력>

△1955년 출생 △1973.2 마산고 졸업 △1977.2 한국해양대학교 항해과 29기 졸업 △1977 라스코해운 승선 △1981 조양상선 운항관리부 △1989 현대상선 선주감독 △2006 영화기업사 △2007. 8 창명라이너스 대표이사 △2008.1 석도국제훼리 대표이사 △2011. 4 한중카페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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