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애널리스트
해운산업은 10년간 중국의 영향력 확대, 환경 관련 규제 개혁, 혁신기술 등 다양한 변화에 대응해 발전해 왔다. 이런 점에서 2016년 해운산업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선박금융이나 신흥국 해상 인프라 투자 등과 같은 부차적 요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해운산업이 지난 1년간 저유가 환경에 적응해왔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2016년 역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16년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5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해운시장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켜 왔다. 2001년 이후 세계 해운업계가 올린 수익의 상당 부분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2007년부터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연 15%에서 7%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중국의 경제성장 완화는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해 의도된 것일까, 아니면 중요한 고비에서 성장동력을 상실해 나타난 결과일까?

필자는 중국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우려해 의도한 것으로 본다. 즉 중국의 경제 위축은 주기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1~2년 안에 중국 경제가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중국은 지금처럼 엄청난 수입량을 기록하지 않을 것이고 수출에도 크게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7% 아래로 내려가는 등 경착륙을 할 경우, 건화물선과 컨테이너선업계는 최소 2년 동안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의 경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롭게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것도 대안이 아니다. 게다가 선박 해체량이 신조 인도량을 따라가지도 못할 것으로 보여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와 동시에 원양 해운에서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필요한 자원을 역내에서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지역간 운송은 장거리 무역과 달리 거리가 짧아 소규모 선박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가운데 환경 보호는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만약 지금보다 더 강력한 규제와 기술적 요구사항들이 적용된다면, 해운업계는 운송의 효율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친환경 녹색산업으로 탈바꿈을 준비해야 한다.

대기오염방지협약(MARPOL Annex VI)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를 전 세계 대부분(95%)의 선박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 협약은 2030년까지 개별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30% 가량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결과, 해상무역과 화물선적 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국제선박이 차지하는 비율은 국제해사기구 통계 기준 2007년 2.8%에서 2012년 2.2%로 줄었다.

이번 달초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협의도 이미 고전하고 있는 해운업계에게 부담이다. 물론 해운업계가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것을 고려해 국제해사기구에 추가적인 규제도입을 위임할 수도 있다. 총회의 결론이 어떻든 간에 분명한 것은 해운업계에 있어 2016년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 면에서 보면, 최근 들어 선박을 소위 '복합시스템(a system of systems)'이라고 부르는데, 선교(bridge)와 엔진 제어실이 선주의 상황실과 통합되고 있다는 점과 센서를 탑재한 엔진이 위성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이 같은 규정이 적합하다.

이와 함께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기술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이 외에도 2016년에는 무인선박 프로토타입 개발과 더불어 원격으로 조종되는 소규모 선박들이 등장하는 등 여러 기술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련 기술이 이미 시연 단계에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다만 이 같은 혁신적 기술을 채택할 기업이 나타나는 것이 관건이다.

기술의 발달은 선박 에너지 효율 향상에도 기여했다. 엔진의 연료 효율성은 개선되었고, 액화천연가스, 메탄올, 바이오 연료 등과 같은 대체연료 사용도 가능해지고 있다. 또한, 속도와 에너지 소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화물을 선적할 수 있게 개선된 선각(hull lines)도 기술 발달의 결과이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하려는 최근의 경향은 선박에 대한 해운업계의 이해를 바꿔놓았다. 이 같은 흐름은 초창기 고사양 시추선, 근해 지원 선박, 유람선과 연락선에 한한 것이었지만 점차 벌크선, 대형 선박과 컨테이너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봤을 때, 앞으로 선주는 자신이 소유한 모든 해상 자원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선박 승무원들도 언제든 운영부서 및 용선주 소속 직원들, 그리고 육상 기술 전문가와 함께 업무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대외환경적 요소를 고려할 때 해운업계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현재의 국제정세로 볼 때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을 것 같지 않으며, 2016년 세계 주요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극소수뿐이다. 게다가 중국의 구조적인 침체는 해안사업을 억제할 것이고 업계의 공급과잉 상황은 건화물선 해운업체들을 손익분기점의 압박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럼에도 희소식은 있다. 새로운 기술개발로 선박의 운영효율은 높아질 것이고 오염물질 배출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선박과 육지 간 소통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해운업계를 더욱 매력적이고 유망한 업종으로 만들어 미래의 선원들을 끌어당길 것이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개선된 의사결정을 산출하는 능력은 파마나 운하 및 수에즈 운하의 확장이 그랬듯 업계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해운업계가 다음 10년을 향해 기술의 혁신을 추구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산업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모든 것이 연계된 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이 노력들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2016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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