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육해상 여객운송서비스 제공

한일고속은 고속버스회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30여년간 완도-제주항로를 운항해온 국내 대표 연안여객선사다. 완도-제주, 완도-추자-제주, 여수-제주 등 3개 항로에 대형여객선 총 4척을 운항중인 한일고속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게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종합여객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53년 작은 버스회사로 출발한 한일고속이 지금과 같이 육해상을 연결하는 종합여객운송회사로 탈바꿈시킨 이가 바로 ‘2015 올해의 인물’ 내항선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최석정 사장이다. 선친에 이어 가업을 물려받은 최석정 사장은 1970년 고속버스 면허를 취득한데 이어 2년뒤 정부의 여객선현대화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국내 최초로 쾌속선을 신조, 포항-을릉도 항로에 투입하면서 한일고속을 종합여객운송회사로 키워냈다.

포항-울릉도항로는 여러 여건상 3년여만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석정 사장은 국내 최초 장기 관광항로인 포항-울릉도항로를 성공적으로 취항시킴으로써 한국 연안여객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최석정 사장은 고객서비스 제고를 위해 항상 선도적인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2년 차량 45척과 여객 572명을 싣고 완도-제주항로를 1시간 40분에 주파할 수 있는 3천톤급 대형 초쾌속 카페리선을 도입하는 가하면 올해 9월에는 여수-제주항로에 국내 최대 크루즈급 카페리선 골드스텔라호를 투입했으며 연안여객선사 최초로 여객선 안전앱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로 여객선 선령이 25년으로 제한되고 각종 안전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국내조선소에 대형여객선을 신조 발주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연안여객선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일고속 최석정 사장을 만나 30여년간 연안여객선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고속버스회사가 어떻게 연안여객선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1976년 교통부 외청으로 해운항만청이 설립되면서 연안여객선현대화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해운항만청 제의로 계획조선자금을 활용해 한국 최초로 한일1호라는 쾌속선을 일본에서 신조해 1977년 7월 포항-울릉도항로에 취항시켰습니다. 한일1호는 20노트로 운항이 가능해 10시간 이상이 걸리던 포항-울릉도항로를 6시간대로 대폭 단축시켰습니다. 1979년에는 완도-제주항로를 새로 열었고 이듬해 여수-제주항로를 개설하는 등 연안여객선사업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포항-울릉도항로는 예상보다 연료유 소모가 큰데다가 입도시설이 열악하고 겨울철 기상악화로 운항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 수익성이 악화돼 1981년 대아고속에 매각했습니다. 여수-제주항로는 600톤급 쾌속선을 투입했는데 역시 기상악화로 운항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 면허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연안여객 운송서비스를 현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지만 실제 여객선을 운항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여러 여건상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자들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30여년간 연안여객선사업을 지속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저는 사업을 키우는 것보다 정리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여년간 여객선사업을 한다고 재산도 많이 털어 넣었지만 한국에서 유일하게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여객운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습니다.

오랫동안 여객선사업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꾸준히 마케팅을 전개하고 선박 서비스를 강화된 덕분에 지난해부터 조금씩 흑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만 없었더라면 완전히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월호 참사 영향이 아직까지 미치고 있습니까?
=여객수요는 거의 회복됐지만 정부의 과도한 안전규제 때문에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안전운항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업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해운선진국 조차 요구하지 않는 지나친 안전설비 강화로 선박관리비용과 운항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한일고속은 총 4척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데 안전설비강화로 선박검사비용만 연간 약 300억원 정도를 쓰고 있습니다. 정부가 탄력운임제를 허용해 주말과 성수기에 10% 정도 운임을 올릴 수 있게 됐지만 늘어나는 안전관련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올해 여수-제주항로에 신규 취항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면허 반납후 거의 30여년만에 여수-제주항로에 다시 취항하게 됐습니다. 30여년전과 지금은 여수-제주항로의 여건은 완전히 다릅니다. 과거 600톤급 쾌속선은 기상이 조금이라도 악화되면 취항이 불가능했지만 이번에 투입한 골드스텔라호는 1만 5천톤급 대형선박으로 기상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운항이 가능합니다. 여수엑스포로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져 여객수요도 상당한데다가 택배, 활어차, 중장비, 각종 생필품 등 화물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아직은 어렵지만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여수-제주항로를 다시 열게 된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완도-제주항로 때문입니다. 근래 제주항로가 여럿 개설되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는데 완도-제주항로와 여수-제주항로의 상호 보완체제를 구축한다면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재취항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연안여객선 선령기준이 25년으로 강화됐습니다.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현재 운항중인 선박 4척이 모두 선령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체선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여객선사들이 일본에서 중고선을 도입해왔지만 최근에 도입할 만한 중고선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설령 중고선이 있다하더라도 선령이 25년으로 강화돼 사용연수가 줄어들어 경제성이 없습니다.

결국 신조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국내에 초쾌속선이나 1만톤급 이상 카페리선을 건조할만한 조선소가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대형조선소의 경우 경제성을 이유로 연안여객선을 건조할 의사가 없고 중소형조선소들은 설계대로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여객선 건조 능력을 갖춘 일본 조선소가 가장 확실한 대안이지만 최근 엔저현상으로 건조 물량이 몰리면서 도크가 거의 차 신조 주문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할 때 어쩌면 투기일 수도 있지만 국내조선소에 여객선을 신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한 조선소와 여객선 신조 발주를 위한 협상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정부가 초쾌속선과 대형카페리선 대체를 지원하기 위해 여객선 현대화펀드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객선 현대화펀드는 선박건조비용의 50%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선박금융 조달이 어려운 연안여객선사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상품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4000억원 규모의 펀드자금이 모아져 선박대체 자금으로 지원이 된다면 여객선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조선소에 선박을 건조해야한다는 제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국내조선소의 여객선 건조품질을 담보할 수 없고 선가도 비싸기 때문에 항로 유지를 위해 당장 선박을 신조해야 선사들로서는 국내조선소 이용 조건이 큰 제약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안해운을 보다 활성화시킨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해외조선소도 이용 가능하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펀드이용조건도 완화해 펀드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라도 연안여객선을 육성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연안여객선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만으로는 결코 산업을 육성시킬 수 없습니다. 규제 일변도로 가게 되면 결국 그 산업은 공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과도한 안전설비 기준을 완화하고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박검사비용도 현실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현대화펀드도 해외조선소까지 문호를 개방하고 이용조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선사들의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한일고속 최석정(崔晳政) 사장 약력>

△1942. 10 출생 △1965.2 서울대학교 법과대 졸업 △1967. 3 한일여객자동차㈜ 상무 △1970. 4 ㈜한일고속 상무 △1980. 3 ㈜한일고속 전무 △1992. 9 ㈜한일고속 대표이사 사장 △2008. 1 연안해운 경영대상 △2009. 4 연안여객선사 고객만족 경영대상 △2014. 1 연안여객선사 고객만족평가 종합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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