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

1. 들어가며

한국해운이 2008년부터 어려운 환경에 놓인지가 몇 년은 되었다. 이 장기불황이 얼마나 더 갈지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우리는 우리 세대에서 이미 여러차례 불황을 경험한 바있다. 어떻게든 한국해운은 다시금 일어날 것이다. 큰 경제의 흐름에 따라서 해운에도 불경기가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우리가 대책을 잘 세우면 그 불경기의 골을 깊지 않게 하고 그리고 짧게 하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불경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원인을 조금이라도 제거하게 된다면 우리의 장래는 그 만큼 밝은 것이 될 것이다.

해운이 가장 경기가 좋던 시기에 우리나라 선주들이 너무 많은 선박을 신조 발주하였기 때문에, 현재 소유하며 운항하는 선박의 금융비용이 너무 높다는 점을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완전한 국제경쟁하에 놓여있는 해운에서의 운임경쟁은 치열한데, 운송에 투입되는 도구인 선박자체가 비싸고 그 결과 금융비용을 많이 지출하게 되면 운송원가는 올라가서 운임을 많이 받아야 할 것이고, 용선료도 많이 받아야 할 터인데, 경쟁사들의 원가는 더 낮게 되어있다면 우리는 경쟁에서 뒤 떨어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해운경영기법을 보면 해운회사들이 선박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고 나용선등 용선을 하여 운항자의 지위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간 우리 해운인들은 너무 소유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정부도 소유의 개념에만 너무 익숙해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선박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면 소유자는 선박에 대한 사용, 수익, 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가가 올라갔을 때 그 선박을 매각하여 큰 차액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선가가 내려가면 금융비융을 많이 지불하여야 하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럴 때에는 오히려 소유하지 않고 용선을 하여 운항을 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물론, 선박을 소유하지않고 있기 때문에 비싸게 장기 용선을 하게 되면 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소유와 운항을 분리하여 각각 적당한 비율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사실은 모든 선대를 소유자로서 운항하는 것은 많은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전체로 보아 적당한 비율로 소유자도 있고 운항자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소유와 운항

우리 정부나 업계가 자랑하는 한국이 선박보유량에서 5위 혹은 6위라는 수치도 선박의 소유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수치는 편의치적선으로 파나마, 마샬 아일랜드에 등록된 선박으로서 한국회사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경우를 포함한 수치이다. 이러한 선박은 한국회사가 국취부 나용선이나 단순나용선의 형태로 운항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수치는 어떤 국가에 등록된 선박이 얼마인지의 개념과는 다르다. 등록선박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12위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한국국민이나 한국법인이 소유한 선박만 한국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지만, 싱가폴, 홍콩, 독일 등은 나용선도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이들 국가들은 이들 국민이나 법인이 소유하지 않아도 운항을 중심으로 보아 나용선한 선박도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 등록제도는 소유권의 목적이 아니라 운항과 해사행정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안정되게 해운을 영위하는 이들 해운선진국은 나용선 등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유의 관념보다는 운항중심의 관념이 일상화되어있음을 알수 있다.

현재 많은 경우 선박이 건조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선주의 선박이라고하여도 해외에 SPC를 세워서 건조하게 되므로 형식상 선주는 해외에 있고 우리나라 선사는 나용선자의 지위에 선다. 그러므로, 법적으로는 나용선자이지만 실질적인 선주인 우리나라 회사가 금융비용을 지급하여야한다. 이 선박들은 지배선대라는 개념하에 모두 한국선박으로 집계된다. 이러한 유의 선박은 모두 우리나라 선주가 소유하는 선박으로 보아야한다.

학계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일본의 에히메(이마바리) 선주들의 선박경영방식과 같이 선박을 소유하는 자들과 운항자들을 분리하는 해운경영비법을 배워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바 있다. 한종길 교수(전 해운물류학회 회장)는 “건전한 선주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대형운항사는 자기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선복을 확보하고 안정적 재무구조를 만들자”고 주장한 바있다(해양한국 2015.3.). 자본가들이 선박을 소유하면서 선박건조 등에 드는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대형운항선사들이 이를 장기용선하여 불경기가 와도 금융비용 때문에 외국 선사들과 경쟁에서 뒤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하는 해운경영의 구조가 갖추어져야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3. 변화의 모색

현재 우리나라 해운회사들의 경영기법상 (i) 소유중심, (ii) 소유와 운항중심, (iii) 운항중심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i)은 소유만 하고 모두 용선을 준 경우는 은행 등이 소유자가 된 경우와 일반 해운회사가 소유중심인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원가가 높은 선박을 보유하고있으면 불경기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반대의 경우는 도움이 된다. (ii)는 대게는 소유하는 선박도 있고 용선한 선박도 있는 구조이다. (iii)은 전혀 소유는 하지 않고 용선만 하고있는 경우이다. 필자의 견해에 따르면, (i)에서 자본가들이 소유만 하고 그 소유선박을 모두 용선을 내어보내는 비율이 높아져야한다는 것이 된다. (ii)의 경우에는 소유하는 비중을 줄여나가야 하고 (iii)의 경우는 소유와 동시에 직접운항하는 선박이 없으므로 경기변동에 따른 용선료의 증감에 너무 취약하므로 얼마간의 소유선박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무적으로 대형선박회사는 소유선박(사선)과 용선선박의 비율을 6:4 혹은 7:3으로 하는 구조를 가진다.

4. 운항개념의 도입과 확산에 대응하는 법적제도의 변화

선박의 안전에 책임을 부담하는 자는 나용선자들이다. 전문선박투자자들은 선박을 소유만 하고 운항과 안전은 나용선자인 전문선박운항회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선박경영개념이 확대되게 되면 국취부 나용선의 숫자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소유와 운항은 분리되기 때문에 해운회사들이 굳이 국취부 나용선을 하면서 까지 특정 선박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국취부 나용선을 한국선박으로 취급해온 우리나라 특유의 법제도는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해운회사들은 국취부 나용선이 아니라 단순나용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법제도도 변경되어야 한다.

전문선박투자회사(선주업)가 직접 선박의 안전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선원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나용선자가 이러한 관리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전문선박투자회사는 선박을 해외에 SPC를 만들어 소유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나용선자가 그 선박을 10년 장기용선한 경우에 한국과의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의 나용선자가 선박안전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현행 법제도에서는 단순 나용선자가 비록 한국법인이라고 하여도 선박안전검사를 강제화할 법적 근거가 없다. 여기에서 나용선 등록을 허용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소유의 개념으로서의 등기 혹은 등록은 해외의 국가에 둔다고 하더라도, 운항이나 행정의 목적상 등록은 우리나라에서 가능하도록 하여주는 것이다. 나용선자는 여전히 영업, 선박관리, 선원, 안전, 보험 등에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전문선박소유회사는 소유자로서의 책임을 여전히 부담한다. 선박의 제거비용,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상 책임의 주체가 된다.

전문선박투자회사의 등장은 해상법에서의 변화도 요구한다. 채권자의 보호의 문제이다. 선박소유자가 직접 선박을 운항하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선박소유자이고 운송물을 실어 나른 그 선박은 채무자인 소유자의 재산이므로 가압류와 압류 경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유와 운항이 분리되어 선박운항회사가 용선자의 지위에만 있는 경우에는 해당 선박은 채무자인 선박운항회사의 소유가 아니므로 가압류와 압류경매를 할 수 없게 된다. 우리 법제도와 달리 영국을 포함한 영연방 국가, 미국, 캐나다 그리고 심지어 중국의 경우에도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좋은 제도인 대물소송(action in rem)을 가지고 있다. 우리 법상 유사한 제도는 선박우선특권제도이다. 채무를 발생시킨 선박자체가 채무자라는 관념이다. 따라서 소유자가 누구이던 무관하게 선박을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법은 완전한 대물소송제도는 없지만 국제조약의 입장을 받아들여 나용선자가 채무자인 경우에도 그 채무를 발생시킨 선박에 대하여 가압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입법의 공백을 막아야할 것이다.

5. 실현방안

이러한 전문선박운항개념으로의 전환을 위하여 (i) 선박투자회사의 활성화 (ii) 채권자 보호제도의 도입 (iii) 나용선 등록제도의 도입 (iv) 국취부 나용선 뿐만 아니라 단순나용선에도 국제선박등록법의 적용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 혹은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재 국취부 나용선에만 국제선박등록이 가능하다. 단순나용선의 경우에도 국제선박등록이 가능하도록 하여 전문선박운항회사가 외국선원의 승선이 가능하게 하고, 세제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전문선박투자회사를 양산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이들이 기꺼이 경기변동에 따른 금융비용의 위험을 부담하게 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해운은 투자의 매력이 있는 것이므로 안정적인 투자처임을 보여주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해운업은 밝고 긍정적이고, 국가적으로도 꼭 필요한 기간산업이고, 내가 여기에 투자하면 참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한다. Tonnage Bank 개념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구상이다.

자본가들이 선박을 소유하고 운항은 전문선박운항회사가 영위하자는 아이디어는 선박투자회사법에 의하여 실현되고 있다. 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이 선박투자펀드를 만들어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일반대중의 소액투자자들 이외에도 진정한 자본가들이 선박을 소유하면서 운항은 전문선박운항회사에 위탁하는 형태로 혹은 단순 나용선을 주는 형태로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유의 선박이 지금보다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우리나라 선박운항회사들의 선박금융비용에 대한 압박은 완화될 것이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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