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IHS 애널리스트
2009년 이후 매년 4분기 마다 벌크선 시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측돼 왔다. 그러나 거의 매년 기업 및 산업 분석가, 기자들이 내놨던 이러한 예측들은 어긋났다. 시장 회복에 대한 확신이 계속 줄어들긴 했지만 나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2015년이 지나고, 2016년에도 희망이 매우 희박할 것이라는 사실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운임이 상승해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오게 될 것이라는 업계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의 믿음이 새해 첫주부터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은 상당한 진전이다. 왜냐하면 마침내 건화물 시장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당분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우며, 주요 시장인 아시아‧ 북미‧유럽이 지속해서 위축되리라는 것을 기반으로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선복량은 수요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스팟이나 기간용선 시장에 투입될 신조 선박들은 여전히 많은 상태다. 이들 선박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발틱운임지수(BDI)는 역대 최저치인 445p로 하락했다. 케이프 스팟운임은 일일 3159달러로 운항 비용인 6천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했던 2016년 케이프 평균 운임 1만 5천 달러, 2017년 1만 7천 달러는 터무니없어 보인다. 이제는 선주 스스로 선복량 조정을 위한 계선을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계선은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했다가 시황회복시 언제라도 다시 운항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선복량 조정을 위해서는 해체가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선박해체 시장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중국 철강메이저들의 공급과잉으로 철제품들이 전세계에 넘쳐나 선박해체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즉 1980년대 초와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선박들이 너무 적은 화물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2016년뿐 아니라 어쩌면 2017년까지 지속될 지도 모른다. 투자자들이 금융기법을 활용하고 엔지니어들이 선박의 운항효율성을 5% 이상 끌어올려서 선박운항비용을 지금보다 더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벌크선 운항비용을 줄이더라도 수익성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2년간 투하자본수익률 10%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보고서들이 지적한 것처럼 건화물 시장의 변동성(volatile)이 커진 것은 아니다. 급작스럽거나 예측 불가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군다나 건화물 시장은 롤러코스터처럼 하강, 회전, 상승, 보합 구간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은 이미 뉴노멀(new normal) 상태에 진입했다. 이 상태에서 외부 경제 동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NYK 타다아키 나이토(Tadaaki Naito) 대표가 신년사를 통해 밝힌 “2016년 건화물 시장이 불투명하다(not very clear)”는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황에 민감한 사업에 대한 자산은 가볍게 하고 운임안정형 사업은 확대해야한다”는 성장 전략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전략들은 비교적 선령이 낮은 벌크선을 해체하거나 매각하고 자체적으로 선박을 운항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선대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세일앤리스백하는 방법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어두운 전망은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뉴욕 자본가는 건화물 시장에서 손을 떼고, 중국 조선업체는 전기차로 눈을 돌려야 하며 선주는 계선, 폐선, 심지어 개조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자는 숫자(data)뿐만 아니라 때로는 가혹한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시장 침체는 여느 순환적(cyclical) 저점과는 다르다. 저점 기간이 기존의 한 주기만큼이나 긴데 이는 해운업계 자정 노력만으로는 선복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