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부산항만공사(BPA)는 1월 15일 정부, 지자체, 항만물류업계,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부산항 경쟁력강화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부산항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항만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현안과 대안을 마련하고, 부산항만공사가 세계물류시장에 진출하는 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협의회에는 해양수산부, 부산시와 경남도, 부산항만공사, 부산본부세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과학기술원, 부산항운노조, 부산상공회의소, 부산항만물류협회 등의 대표자와 학계 전문가 등 30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협의회 위원장으로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차관이 추대됐다.

BPA 우예종 사장은 부산항은 대한민국의 항만이 아니라 세계의 항만이라는 기준의 잣대로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협의회 위원들의 비판과 의견을 적극 정책에 반영해 부산항을 글로벌 항만으로 발전시켜 나갔겠다고 했다.

이날 협의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부산항만공사의 미래 발전방향'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부산항 국제물류 강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를 생각해 보려한다.

전 세계 항만의 생산성을 발표하는 JOC의 2014년 항만 생산성 자료에 따르면, 8,000 teu 이상 선박에 대한 생산성으로 본 JOC의 항만순위에 세계는 물론 아시아 10위 내에도 부산항이나, 우리나라 터미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항만생산성은 초대형선의 기항항만 선택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데, 부산항이나, 우리 터미널의 초대형선에 대한 항만생산성이 세계수준이나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진다는 얘기이다.

여기에다 부산항의 경우 동북아의 중심 거점항만으로서 중국과 일본의 환적화물 유치에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중국 항만에 직기항이 늘어나면서, 중국 환적화물의 유치가 중국 항만물동량 증가만큼 늘어나지 못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중국 컨테이너 물동량 대비 부산항 환적물동량의 비중은 2005년 6.8%에서 2012년 4.6%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부산항과 북중국항만간의 피더운송비가 상하이항이나 닝보항에서의 북중국으로의 피더 운송비보다 높음에도 부산항이 환적항으로 이용되는 주된 이유는 컨테이너 취급비용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적물동량은 중국항만의 처리능력이 여유가 생기는 여건 변화에 의해 얼마든지 사라질 수 있는 물동량이다. 이러한 잠재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이제 부산항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하역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중국의 환적화물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항만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방향으로 크게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항만 이용자의 재항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는 첨단터미널을 개발해야 한다. 우선 중국보다 물동량이 부족한 우리 항만이 동북아 물류중심항만이 되는 길은 초대형선 전용 첨단 로보틱 무인자동화 터미널로 가는 길 뿐이다. 저렴한 항만운영비, 초대형선의 재항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고도의 무인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 건설이 필요하다.

세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부산신항의 남은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이라도 세계 최고의 최첨단 무인 자동화 터미널로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해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도 2000년 이후 첨단 자동화 터미널 기술개발에 해양수산부가 기술개발을 독려해 많은 성과를 냈었지만, 2015년 9월에 개장한 네덜란드의 RWG 자동화 터미널은 컨테이너 크레인의 원격조정, 배터리 Lift AGV 등의 기술을 선보이면서 기술적으로 한층 더 앞서가고 있다.

문제는 터미널 상부 하역시스템 선정 및 설치를 운영사에게 위임하는 현재의 터미널 개발방식으로는 이와 같은 첨단 터미널 건설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부산신항 2-5, 2-6터미널 건설은 BPA가 직접 첨단 하역시스템으로 건설, 운영하는 체제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둘째, 북중국 항만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2014년 기준으로 부산항의 중국 환적화물 중 78%가 텐진, 칭다오, 다롄의 3개 북중국 항만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항만을 기종점으로 하는 부산항 환적화물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 항만의 터미널과 부산항 터미널의 지분 상호출자 혹은 지분교환을 통해 부산항에서의 환적이 중국 터미널에게도 이익이 되는 소유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2006년에 항만공사법 개정을 통해 BPA는 해외 항만에 대한 투자를 통한 운영과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우선 BPA는 부산신항 2-5, 2-6 터미널 건설 및 운영을 주도하면서, 조인트 벤처(JV)를 구성해 북중국 항만의 부산신항 터미널 투자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동시에 BPA는 북중국 항만 터미널에 대한 지분 투자방안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부산항 배후물류단지를 단순 창고가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조, 가공, 조립, 유통, 검사 등의 기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현재 부산신항 배후단지의 입주기업의 대부분은 단순 창고기능만 지닌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고부가가치 기능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BPA는 항만구역 내 배후단지 뿐 아니라 항만구역 밖의 배후단지까지 포함하여 어떤 고부가가치 기능을 갖는 배후단지가 되어야 하는지를 정책적으로 부산시와 협의하여 주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초대형선을 입항하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BPA의 몫이지만 배후단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일은 지자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배후단지가 광역화되고 고부가가치화 되면 부산항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산항 부산시 배후단지가 모두 자유무역지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부산시와 함께 BPA가 주도해 나가야 할 일이다.

나아가 항만배후지의 개념이 피더운송 대상지역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부산항의 항만배후부지는 부산항을 이용하는 일본이나, 중국의 화주들의 최종 화물도착지 혹은 발생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BPA는 이들 배후단지의 화주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개발하는 국제물류를 개척해 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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