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급변하는 물류 환경 속에서 물류시설의 자동화·첨단화, 물류 IT(정보기술)의 지능화, 물류운영의 효율화 등 물류기술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물류산업의 경우 국가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한 물류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물류관련 정책, 산업, 연구·개발 분야를 통합하는 협의기반이 미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국가 물류 기술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미래 물류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를 위해 2010년 3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당시 국토해양부 소속 물류기술관련 정부출연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미래물류기술포럼(NeLT)'을 설립했다. 설립목적은 국가 물류기술 R&D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정책제안, 물류산업계의 현안 및 애로점 대응, 미래 유망 물류기술의 발굴, 물류 신산업의 창출 등을 통해 국내 물류기술의 선진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설립 후 5년이 지난 현재 동 포럼에는 정부 및 공공기관, 물류기업, 학계 등 총 200여개 기관, 700명이 참여하고 있어 국내 최대의 물류기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해외 공공기관, 연구소, 물류기업, 외국대학 등 80개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동 포럼은 물류기술 관련 R&D 과제 발굴, 세계적인 물류기술 동향 등 물류기술 정보 제공, 그리고 물류기술관련 정부 정책 제안자로의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물류기술 통합정보시스템(GLoTIIS)’를 구축해 물류기업 및 학계에 물류기술정보를 웹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GLoTIIS에는 현재 3천여 건의 물류기술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국내외 해운, 항만, 도로, 철도, 항공 등 물류기술 및 정책에 대한 최근 동향을 제공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한 물류기술 연구보고서 정보, 그리고 국내외 물류기술동향 중 상세한 연구가 요구되는 이슈를 분석해 제공한다. 현재는 정부출연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구축한 물류기술정보 사이트이지이지만, 향후 물류기업이 수집하거나 개발한 물류기술정보를 포함시켜 나가 국내 최대 물류기술정보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2015년 1월에 물류의 효율화 ·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IT, 로봇, 센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상황에 맞추어 ‘물류기술연구회’를 설치했다. 1차 회의의 의제는 파워 어시스트 슈트, 그리고 2차 회의의 의제는 소형 무인 항공기의 개발 동향이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최신 물류기술동향을 파악하고, 현장도입 방안을 위한 과제를 도출하고, 향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물류에 관한 최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대학, 연구기관, 그리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 등의 연구자로부터 듣고, 도입을 위한 과제를 정리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만들려면 그 기저에는 그 산업의 미래 기술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런 기술개발의 의지가 중요하다. 즉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개발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기술개발은 기술자나 연구자가 하게 되지만, 기술개발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시장에서의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루어지는 전략적 행동에서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 기술개발이라는 것은 개발 및 연구자뿐 만아니라,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전략적 사고를 갖고 있는 기업경영, 및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전략적 사고를 갖고 있는 기업인, 정책담당자, 연구자가 함께 논의하는 ‘미래물류기술포럼’의 역할이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중요한 이유이다.

KMI가 2015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래물류기술포럼(NeLT) 종합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3차원 증강현실 기술, 무선전력 송신기술, 실내 위치기반 서비스, 물리적 인터넷 등 첨단 혁신기술의 등장과 국내 물류산업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증강현실(AR)은 디스플레이로 건축도면을 비추면 실제 그 완성 건축물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기술이다. 이 경우 설계도면은 현실(reality)이지만, 그 완성된 건축물 모습은 증강현실인 것이다. 창고관리시스템, 운송관리시스템, 항행 네비게이션 등 물류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DHL 창고에서 현장 직원이 스마트 구글 안경(glass)을 장착해 유리에 비춰진 지시 정보를 바탕으로 피킹(picking)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무선전력전송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 트럭·철도·드론 등 수송 및 이송장비, 갠트리 크레인·YT 등 항만장비, AMP·리퍼컨테이너 등 항만설비, ASRS·AGV·센서 네트워크 등 물류센터 등이 있다.

그리고 금년 1월말에 여수에서 열린 동 포럼 운영위원회에서 사물인터넷(IoT)서비스의 개발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물류분야에 무궁무진한 적용가능성이 있는 기반기술이다. 노후선박을 이용한 항만, 창고, 발전소 등 각종 해상 플로팅 플랜트를 만드는 사업과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이렇게 제시된 미래 유망기술은 수년 내 물류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 신기술을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얼마나 빨리, 광범위하게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시켜 나가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미래물류기술 포럼’에서 논의된 미래 유망기술 개발에 대한 정책 과제화,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KIMST)의 R&D화, 기술 적용 시 해결과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 중소기업들의 기술 적용을 위한 관련기술 플랫폼 구축 및 커스터마이징 지원 등에 정부와 관련기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물류업계나 학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물류기업의 미래경쟁력이 물류기술의 수준에 달려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학계와 함께 물류분야에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야 할 것이다. KIMST에서 물류기술 R&D 과제를 선정하려 해도 학계나 업계에서 신청이 없어 못한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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