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클러스터 Mac-Net 만든다는데…>

한국선급은 지난 2월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양산업 클러스터(Maritime Cluster) 전략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해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해양클러스터를 구성하여 서로서로 상생 발전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선급이 왜 이러한 해양클러스터 구성에 발 벗고 나섰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관련 기관 가운데 한국선급의 조직이 가장 큰데다가, 클러스터 구성을 지휘하고 있는 부산광역시가 한국선급에게 그 산파역을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고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여하튼 한국선급이 사무국 역할을 맡는 해양클러스터인 Mac-Net이, 구랍 24일, 24개 기관과 단체들이 모여 업무협력 협약서를 공동 체결함으로써 공식 출범하게 됐다.

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해양 클러스터 구성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해양산업의 발전이라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자신의 업종이나 분야를 밀도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4일 기자단 브리핑에서도 설명이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클러스터 즉, 산업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만든 예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헐리우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양 생태계를 실리콘밸리나 헐리우드처럼 연관산업들을 하나의 장소에 집적시켜서 상생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산업생태계로 만들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와 한국선급이 주도하는 해양 클러스터 구성 계획은 아직은 생각해야 할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클러스터라는 것이 일정한 목표 아래 설계한 대로 강제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클러스터란 모여서 클러스터를 구성해 보자고 해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의 속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같은 산업생태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듯,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는 마을 만드는데 있어서 사람들을 집단이주를 시키듯이 힘 있는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해 계획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들이 많이 봐 왔듯이 그러한 강제적인 조치는 성공을 거두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해양클러스터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규격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오히려 조장과 육성의 대상이 되는 자연스러운 생태계여야만 한다고 본다. 따라서 부산시는 해양클러스터라는 범주에 해양관련 산업들을 묶어놓을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해양생태계가 제대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해양산업 자체에 대한 지원을 늘림으로써 자연스럽게 건전한 해양생태계가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부산시가 해양생태계를 제대로 육성할 진정한 뜻이 있다면 부산시의 동삼동 등 해양 관련 업단체들이 몰려들 수 있는 지역을 지정하여 세제 혜택을 주고 금융을 지원하는 일부터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다른 조직체들과 비슷한 업무를 함으로써 서로 경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봐야 한다. 해양수산분야에는 현재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라는 조직과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라는 조직이 건재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일찍부터 이들은 이미 하나의 클러스터로 구성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많은 행사들을 회원사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힘을 합쳐 정부에 건의를 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지역에 모여 있지 않다는 점만을 빼면, 부산에서 하려는 해양클러스터와 서로 비슷한 조직에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옥상 옥’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클러스터의 조직구성과 그에 따른 육성방안은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양클러스터를 의미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부산은 세계적인 항구도시이고 ‘월드포트’이다. ‘월드포트 부산’의 해양클러스터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대한민국의 해양수도 부산의 클러스터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클러스터라고 하면 자칫 국내 다른 항만을 중심으로 하는 클러스터들의 집단적인 반발에 부딪칠 우려가 있다.

어찌보면 해양클러스터는 이미 우리 해운항만업계에 형성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름대로 클러스터 형태의 조직이 형성이 되어 있지만, 그것이 특정지역에 몰려있지 않고 집단성이 아직은 미약하기 때문에 외부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부산지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럼에도 부산시에서 클러스터를 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보다 명확하게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그것을 발전 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산시와 한국선급이 제시하는 해양클러스터인 Mac-Net에 당연히 정치인과 언론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국회나 정부내에서 해양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양관련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관료나 정치인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해양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해양관련 언론사 혹은 홍보기관의 육성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선급과 부산시가 빼어든 ‘해양클러스터’의 화두가 당장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닐지라도 해양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검토를 해나갔으면 한다. 그를 위해서는 우리 해운업계 선후배 사이에 전승되어 오는 ‘해운 한솥밥 정신’을 먼저 되살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