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2016년 들어서도 계속되는 건화물선 시황 폭락이 심각하다. 건화물선의 운임 및 용선시황의 경기추세를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 ; 런던 발틱해운거래소가 1일 1회 공표하는 건화물선 운임지수로 1985년 1월 4일 지수 1000 기준)가 2월 10일 290까지 하락한 후 12일 이후 반발하면서 현재 307로 하락세가 일단 멈췄다. 그러나 2015년 12월 24일 지수 478 이후 2월 10일까지 전일 대비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고, 매 영업일마다 과거 최저를 갱신해 왔다. 전일 대비 지수가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은 29 영업일 만에 처음이다.

세계 철광석, 석탄, 곡물, 비료, 시멘트 등의 해상운임을 나타내는 BDI 지수는 2015년 2월에 198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50대를 기록했다. 8월에는 1200대까지 회복한 후 9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1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500대를 밑돌았다.

역사상 최저치인 BDI 지수 290은 연간 평균으로 지수산정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운임을 기록했던 2015년의 평균 BDI 지수 718(1일 용선료 기준 1일 7000달러 정도)과 비교해도 60%나 하락해, 케이프사이즈 1일 용선료가 2600달러까지 떨어지는 참상이 일어난 것이다.

운항중인 케이프사이즈선의 경우 선가 낮은 것을 기준으로 해도 선박관리 비용을 포함한 용선료 기준이 되는 1일 원가 1만 8천~2만 달러의 1/8 수준이고, 변동비만 보더라도 1일 7000~8000달러가 발생해서 이정도의 운임은 이미 계선점을 지난 낮은 수준인 것이다.

선주들이나 선박운영선사, 선박브로커업체, 그리고 시황분석가 모두 역사상 유례없는 이와 같은 시황 폭락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그리고 향후 시황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폭락장세는 예상치 못한 수준이었으나, 시황이 2016년에도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해오던 터이다. 전 세계 철강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철강생산의 침체 속에서 선박공급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Poseidon)은 바다의 신으로 과격하고 난폭하며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신으로 묘사된다. 그의 상징인 삼지창(trident)으로 지진을 일으켜 해안을 흔들어 움직이게 하기도 하고, 폭풍우를 불러내기도 한다. 클락슨사는 최근 자료에서 현재의 건화물선 시황 폭락은 마치 포세이돈의 지진 속에 있는 형국으로 비유하고 있다.

첫 번째 지진은 전 세계 건화물선 물동량의 1/3을 차지하는 철광석 교역에서 나타났다. 2014년에 15%의 높은 성장을 기록한 철광석 교역이 중국의 수입수요 침체 속에서 2015년에 2% 성장에 그친 것이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2011~2014년 동안 연평균 11%씩 증가 했지만, 2015년에는 중국 철강생산이 2% 감소되면서 증가세가 3%에 머문 것이다.

두 번째 지진은 건화물선 교역량의 1/4을 차지하는 석탄 교역에서 나타났다. 중국의 수입수요 감퇴와 예상치 못한 인도의 수입 감소로, 그리고 주요 선진국의 청정연료 사용 증대로 2015년 석탄 수요가 전년대비 5% 감소된 것이다.

세 번째 지진은 마이너 벌크 화물에서도 나타났다. 전체 건화물 물동량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마이너 벌크 물동량도 중국 수요 감퇴로 2015년에 1% 증가하는데 그친 것이다.

2016년 수요 전망도 비관적이다. 중국강철공업협회(CISA)는 2016년 철강생산이 2015년의 8억 600만 톤보다 낮은 7억 83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철광석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 해상 수입 철광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BIMCO는 2016년 중국과 인도의 석탄수입도 2015년처럼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공급측면에서는 2013년과 2014년 상반기까지 발주된 1억 5천만dwt의 건화물선이 인도되면서 공급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2015년 3000만dwt를 기록한 선박해체에 이어 2016년에도 발틱국제해운동맹(BIMCO)에 따르면 4000만dwt의 선박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락슨 보고서에서는 2016년 신조인도량이 9200만dw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작년 말 이후 침체된 경기에 따라 인도 지연, 제작 기간 조정 등으로 통해 BIMCO는 실제 5000만dwt가 인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사상 최대 해체량으로 기록될 2016년 해체에도 불구하고 신조인도량 증가로 약 1000만 dwt의 선박이 증가할 것이다. 2015년 수급상황만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선박에 필요한 수송수요 약 6000만 톤의 물동량 증가가 뒤따라야 한다. 곡물 등 일부 품목의 증가가 예상되지만, 철광석과 석탄의 수요 감퇴로 물동량 증가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6년의 건화물선 시황은 2015년 수준보다 낮아 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Drewry사는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기록적인 선박해체가 이루어지는 공급측면의 특단의 조정이 이루어져야만 2018년부터 건화물선의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케이프사이즈선의 경우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선령 12년 이상 선박의 절반인 2000만dwt가 해체되거나 계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건화물선 경기 침체는 수년 더 지속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시황폭락이 선박투자의 기회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신조선 재판매 가격은 3500만 달러까지 하락해서, 선박관리 비용을 포함한 용선료 기준 하루원가가 1만 4000달러까지 하락했다. 1991~2015년의 케이프사이즈 4항로 평균운임은 2만 9700달러이다. 여기서 슈퍼 싸이클 기간인 2004~2008년을 제외해도 1일 평균 용선료는 1만 7800달러가 된다. 이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신조선 리세일 선박의 1일 비용보다 하루 약 3800달러의 흑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선주는 신조선을 구매하고, 구입 후 바로 계선하고 있다고 한다. 수익은 발생하지 않지만 운항비, 관리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자본비만 감내하면 되는 것이다. 1~2년 후 시장이 회복 단계에 접어들면 선박을 재가동해 투자를 회수하려는 전략이다. 투기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황 상승시기에 고가로 선박을 발주하는 것보다 경영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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