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4.13 총선, 업계의 과제>

국내외의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와 유가의 하락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부진양상은 새해 들어서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의 세계 교역량 자체가 미증에 그쳤고, 무역 규모(액수)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발생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1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위기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증시도 큰 폭의 하락과 반등을 계속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금리를 인상했던 미국은 더 이상 금리인상의 카드를 꺼낼 수 없는 분위기에 휩싸이는 등 불안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상이 세계경제가 공황(恐慌)으로 빠져드는 전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국내 정치도 매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4월 13일)이 50여일 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도 여야 간에 선거구 획정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요법안의 처리를 놓고 갑론을박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 이번 국회의원 총선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은 얼굴을 알릴 수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분파로 나뉘어져 그야말로 저급한 ‘싸움박질’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경제의 불안, 그리고 그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수출 급락에 대처하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짜내야 할 民意의 대변자들이 오히려 국민들의 근심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해운항만업계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혼란의 와중에 있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해양산업에 관련된 인사들이 되도록 많이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어 해양 관련산업의 후견인이 되도록 만드는 일이 그것이다. 비단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해양산업을 후원하는 ‘해양서포터즈’를 만들어나가는 문제는 해양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눈앞에 닥쳐와 있는 이번 총선에서부터 해운항만을 대변할 정치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우리 업계의 당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4년전 제19대 총선에서는 해운물류업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여당 측의 후보가 당선되어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의 문제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음으로써 업계에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또한 야당 측에서도 해양수산부 공직자 출신 후보가 당선되어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상임위를 다른 쪽으로 정하는 바람에 해양 관련산업과는 거리를 두게 되어 후견인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항운노조 관계자가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지만 역시 노조를 대변하는 역할에 더 무게가 실렸기 때문에 진정한 해양산업의 우호세력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제20회 국회의원 선거에서만큼은 과거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든 해양산업과 관련된 인사들을 많이 당선시키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해양산업의 후견 세력으로 키우는데 업계가 총력을 기울여 나가도록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선주협회가 중심이 되어 있는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해양산업 후견인 후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해운계 인사를 비례 대표 의원으로 제20대 국회의원에 진출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해운항만청 출신이나 해양수산부 출신 가운데 제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역 의원인 인천 남동갑의 박남춘 의원을 비롯해 인천 부평갑의 정유섭 위원장, 부산 남구갑의 이정환 위원장, 경남 진주시을의 김영호 총장, 서울 구로을의 박장호 국장, 충북 제천시‧단양군의 권석창 국장 등이 여의도에 입성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물론 업계에서 힘을 모아서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당선의 영광을 안도록 했으면 한다. 이들은 결국 해양수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향후 해양 관련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운산업에 정통한 전문가를 우리 손으로 뽑아서 국회에 직접 진출시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운항만관련 노조 관계자들이 업계의 대표성을 가지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하지만 해운산업을 대표하는 전문성 있는 비례대표 의원은 아직까지 그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번에 해운항만 관련업계에서는 과거 해양수산부 부활 운동을 했을 때 한마음 한뜻이 되어 움직였듯이, 해운산업을 대변하는 비례대표 의원을 국회에 입성 시키는데 일치단결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해양산업에 대한 우호세력을 끊임없이 확대해 나갈 필요성도 절실하다. 특히 요즈음과 같은 장기적인 해운불황기에 정부 내에서의 해양산업에 대한 정책 우선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양에 대한 우호세력 내지 지원세력의 응원이 꼭 필요한 사항이다. 분야를 가리지 말고, 연령을 따지지 말고 해양에 대한 우호세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해운업계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워진 오늘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너무나 어려운 해운 시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해운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양산업의 발전을 위한 일들을 모두 포기한 채 위축되어 숨죽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요즈음은 업계의 이러한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는데 정부당국의 지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 스스로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결국,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해운업계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시험 무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해운항만 업계는 이번 기회에 혼연 일체가 된 노력으로 해운항만업계를 대변해 줄 정치인들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