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위상제고ㆍ업계와 소통이 중요”
IMO 문화를 바꾸는데 시간 필요하다
한국 IMO 대응역량 중국보다도 뒤처져

3월 2일 오후 기자가 IMO 사무총장실을 들어갔을 때 임기택 총장은 예의 파란 IMO 깃발을 뒤로 하고 앉아 있었다. 기자는 임 총장과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사진을 찍고 함께 그 깃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기자는 임기택 사무총장이 취임 전에 한국에서 했던 인터뷰 가운데 개도국과 선진국의 화합을 이끌어낸 최초의 사무총장이 되고 싶다고 한 내용이 있는데, 그것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임기택 총장은 “큰 배가 방향을 트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라면서 최근에 유럽 쪽과 소통 노력에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어서 유럽을 설득하는데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3주전에 브뤼셀에 있는 EC를 가서 EC 교통부장관을 만났습니다. EC 교통부장관은 여성이었는데, 한시간 반 정도 허심탄회하게 나의 철학을 얘기하니까 EC 교통부장관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나중에는 나와 하이파이브까지 하게 되고, 런던의 IMO 본부를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해줬습니다.

이것을 보고 동석했던 우리 직원들은 많이 놀라워했고요. 서로서로 좋은 마음으로 대화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뜻밖에 큰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갈등에는 유럽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사실 기자들이 제게 와서 하는 질문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유럽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정책적으로 IMO와 유럽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 대답은 간단합니다. ‘유럽은 IMO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유럽이란 고마운 존재입니다. 지금까지 대화가 부족해 서로 간에 이해가 부족했던 것인데 저는 소통을 강화해 유럽과 관계를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임기택 총장은 결국은 소통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가장 큰 숙제인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갈등을 풀기 위해서 우선 지난 사무총장 선거 당시에 자신에게 반대표를 던졌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의 이해를 잘 구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유럽과의 소통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IMO 내에서 유럽은 개도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왔고, 임기택 사무총장 당선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취임 초반에 잘못하면 유럽의 해사관련 지도자들로부터 찍히게 되고, 이후에 그것을 만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임기택 총장은 부임 초반부터 열심히 관련인사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임기택 총장의 최근 활동은 IMO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은 몇 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것이 IMO의 분위기를 바꾸고 그에 걸맞게 사무국 기능을 강화하는 문제다.

사실 IMO는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테크니컬한 쪽으로만 치중해 왔다. 따라서 IMO가 산업현장과는 별도로 동떨어진 구름 위에서 산업계를 지도하는 고자세의 조직이었던 측면이 있는데 이제는 산업계와 소통을 강화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임기택 총장의 생각이다. 또한 사무국의 조직도 정책 기능을 보좌하는 쪽으로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저는 우리가 업계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IMO는 룰 메이커로서 그 위상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 무대에서는 정부를 비난하는 일은 있어도 IMO를 비난하는 일은 극히 드믄 형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산업계와 거리가 생기고 실제로 산업계와는 위상의 차이도 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원들의 얘기도 귀담아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도를 시행했을 때 그 효과가 무엇인지를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실질적인 실효성에 대한 조사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빠른 피드백을 거쳐 바른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임 총장은 산업계와 소통을 여기저기서 강조하고 다닌다고 했다. 3월 1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렸던 ICHCA International 컨퍼런스에서도 소통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고, 그 바람에 자리를 뜰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회의장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며 웃었다.

임 총장이 IMO 위상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 중의 또 하나가 언론과 소통 강화이다. 임 총장은 런던 IMO 사무총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영국의 3대 해사언론 매체인 로이드리스트, 트레이드윈드, 페어플레이를 직접 찾아가며 언론과 소통을 강화했다.

“IMO 대외적인 위상을 더 높이는 것 중의 하나가 언론 관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IMO에서도 조만간 대변인을 지정할 생각입니다. 언론에게 그냥 보도자료만 보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해야 합니다. 제가 부임하자마자 주요 해사언론 3개사를 직접 찾아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들이 어떠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가를 직접 보고, 그 자리에서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소통을 한 것입니다. 앞으로 언론과의 소통 강화에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 총장의 소통 강화는 사실은 IMO사무총장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이미 시작됐다. 주요 외교계, 해사산업계의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2월 3일 IMO를 방문해 IMO 직원과 각국의 외교관들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설하게끔 한 것도 바로 임 사무총장의 아이디어였다. 이에 대한 내부직원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임 총장은 앞으로도 외국의 지도자, 특히 해양에 관련되는 국가 지도자가 런던에 방문하게 되면 IMO에 초청해 연설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IMO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인 셈이다.

▲ 인터뷰직후 기자(오른쪽)와 임기택 총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 총장의 줄기찬 대외활동과 분위기 쇄신 노력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국 현지의 해사 관계자들이나 사무국 직원들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변화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임 사무총장은 “큰 배가 방향을 트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로 표현했다.

“여기에는 오래된 문화가 존재합니다. 전통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에 사실은 저처럼 밖에서 들어온 사무총장은 기존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무척 힘든 일입니다. 문화에 대한 차이가 있고 문화차이를 적정하게 조정해가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배의 방향을 조정해 나가려고 하면 시간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EU와 IMO의 협력 관계가 앞으로 잘 될 수 있다는 건전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업계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상당히 환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임하고 난 두 달 동안의 변화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IMO의 문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 문화를 새 사무총장이 바꿔 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높고 보면 임 총장 앞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한둘이 아닌 것 같았다. 임 총장은 이런 난관들을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해양수산부 선박직 공무원으로 출발해 해양수산부 공보관을 거쳐 중앙해난심판원장과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까지 커가는 과정에 엄청난 난관들이 있었으나, 경쟁하면서 쌓아온 경험으로 차례차례 해결해 나감으로써 오늘날의 성공을 이뤘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잡초처럼 자란 자신을 단련시켜 주고 일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준 대한민국에 감사한다고 했다.

임 사무총장과는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에 진행된 내용을 아래에 문답식으로 정리한다.

- 총장님께서 가장 신경을 쓰는 위원회 활동이나 의제는 어떤 것입니까?

“제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환경위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 중순과 10월에 열리게 되는데, CO2처리 문제와 선박평형수 처리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문제는 꼬일 대로 꼬인 상태로 제가 인계를 받아서 참으로 곤란한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과정으로 오게 된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내가 사무총장에 부임한 이상 과거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현 상태에서 어떻게 해법을 찾아가야 하느냐를 가지고 두 달 째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문제는 미국과 관계가 관건입니다. 미국은 현재 다른 기준을 만들어 독자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되기까지는 아쉬운 점이 좀 있지만, 지금 현재 상태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계속 고민하고 있고, 향후 대응을 위해 그 내용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공부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7월초에 열리는 이사회도 IMO 일반관리 전체 예산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 IMO에서 추진하는 것 가운데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가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3월 1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ICHCA 컨퍼런스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것도 2014년도에 IMO에서 솔라스 협약을 만들어 이제 시행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준비가 많이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다른 나라에서 전시해 놓은 것을 보고 많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계측 장치가 굉장히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듣고 보니 이것이 산업유발 효과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컨테이너에 제품을 싣는 제조공장, 창고, 항만 등이 모두 계측 장치를 갖춰야 합니다. 선박평형수관리협약 저리가라 할 정도로 큰 산업 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대응이 늦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ICHCA 컨퍼런스에 아무도 참가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우리나라의 IMO에 대한 대응을 현재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십니까?

“IMO에 대한 한국의 대응 역량이 아주 부족한 실정입니다. 반면에 중국이 얼마나 앞서 나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해양수산부도 잘 모르고 있는 상태여서 걱정이 큽니다. 중국은 벌써 4-5년 전에 한국을 앞서 버렸고, 이제 거의 일본의 역량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중국의 연구 역량은 일본만큼은 안 되지만 대응 역량만큼은 이미 일본을 앞서 버렸습니다. 행정력이 앞서 있다는 얘기인데, 한국은 완전히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런던 대표부를 설립하는 문제도 지금 잘 안된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은 IMO 전체를 총괄하는 인원이 100명 정도나 됩니다. 일본은 IMO에 관계된 사람이 150명이나 있습니다. 한국은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정부 자체에 IMO를 담당하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아서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IM0 관련 조직을 일신하고 보강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조직으로 새롭게 방향을 잡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중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IMO의 난제들을 어떠한 각오로 해결해 나가실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서울에서 정말 처절하게, 선박직으로서, 소수세력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찬밥을 먹으면서도 오기를 품고 공부하고 사람들과 관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유럽에 비해서 한국사회 전체가 각박하지 않습니까? 만날 싸움하고 소리 지르는 소용돌이 속에서 살기위해 몸부림 쳤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전란의 정서가 여전히 한국에는 남아 있습니다. 그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여기 영국에서 서바이벌하기는 훨씬 쉬운 조건입니다.

여기서 내가 올바르게만 행동하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한국이라는 사회는 사람들의 정치력을 길러주는데 얼마나 좋은 교과서인지 모릅니다. 사회가 안정돼 있으면 나의 근육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한국 사회 속에서 내가 붕어라고 치면 메기가 사방에 득실득실하기 때문에 나는 자연히 온갖 근육 키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감사하고 거기서 자란 저는 IMO에서도 능히 어려움을 헤쳐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임기택 총장은 인터뷰 이후에 사석에서 기자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마치 자갈밭에 홀로 맨발로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해 아직은 의지할만한 후원 세력이 별로 없음을 토로했다. 우리가 그렇게도 염원했던 IMO사무총장 당선이었고, 모두가 축하해 주던 임기택 사무총장의 취임이었다. 인터뷰를 끝내며 해사관련 업계와 정부당국이 빨리 지원 방안을 마련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 지난 2월 3일 IMO를 찾은 반기문 총장과 임기택 총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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