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클레이튼 IHS Maritime and Trade 수석 애널리스트

▲ 리차드 클레이튼 애널리스트
사람들은 돈이 악의 근원이라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돈에 대한 집착이 악의 근원이다. 마찬가지로 기술 자체가 해운산업에 좋거나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일 뿐이다. 하지만 파괴적이리 만큼 혁신적인(disruptive) 기술일 경우, 미국의 유명사업 관찰자이자 대학 교수인 클레이턴 크리스턴슨(Clayton Christensen)의 말을 빌리자면, 그 자체만으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턴슨 교수에 따르면 “파괴적 혁신은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형태로 대변되는 간단한 혁신이며, 이러한 파괴적 혁신은 업계 리더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장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해운산업은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와있다. 일련의 기술적 혁신을 통해 업계가 돌아가는 방법이 완전히 바뀔 것이며, 방향이 수정되고, 도전을 직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방법이 파괴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이른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 코네티컷 주의 스탬포드(Stamford)에서 열린 코네티컷 해양협회(Connecticut Maritime Association, CMA)에서 연설을 맡은 마틴 스탑포드(Martin Stopford) 박사는 “신고전적인 완벽 경쟁”으로 대변되는 건화물 사업 모델은 21세기에 맞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해운산업은 선박 자체가 필수불가결한 조건, 즉 선박이 없을 경우 그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딜레마에 빠졌다. 해운 업계는 법규, 재무, 중개, 보험, 기술 및 기타 요소들이 마치 ‘선박’이라는 태양계 안의 행성처럼, 선박을 중심으로 공전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스탑포드 박사에 따르면, 이제 해운 업계는 선박보다 화물에 초점을 맞추고, 작은 규모의 개별 선박보다 더 넓은 ‘공급 사슬’이라는 태양계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크리스턴슨 교수도 언급했듯이 “당사 제품을 개선해 고객의 업무가 더욱 원활해질 수 있다면, 바로 그때부터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여러 종사자 중 업계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리포지셔닝하고 파괴적 기술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는 기업들이 있다. ‘스마트 해운’ 또는 ‘지능형 해운’의 대두는 불가피하다고 스탑포드 박사는 IHS Fairplay와의 자리에서 언급했다. 사람들이 이러한 개념에 익숙해 지고 기술을 더욱 활발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이 모든 것을 취합해서 제안할 것이고, 그땐 새로운 세대가 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BB나 롤스로이스 같은 기업은 이미 이 분야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무인 해운 운송은 필수라고 한다. 한편에서는 선박에서 사람을 빼면, 선박 사고의 80%를 차지하는 인적과오를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안에서 해상에 있는 선박을 운영할 경우, 현재까지 선박 위에서 수십 명의 선원들이 해 온 것 보다, 단 세 명의 숙련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선단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변화가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롤스로이스 그룹의 폴 스타인(Paul Stein)에게 질문을 했다. 그의 답은 “인류는 끊임없이 적응해왔으며 앞으로 새로운 적응 방법을 찾을 것”이었다.

건화물 운송 업계 측면에서, 바닥을 친 운임률은 화물선 기업에는 희소식이다. 게다가 그들은 운임률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지속할 수 없다. 선주들은 심각한 현금 출혈을 겪고 있으며,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전문성, 비전, 희망 등을 모두 잃고 있다. 현재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로 본다면, 돈에 대한 과도한 사랑과 집착으로 선주들의 사업은 분열을 면치 못하고 있고, 적어도 2년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코앞에 닥친 출혈 사태를 막고, 여유 자금이 생기고, 전문 인력이 보완되기 전까지는 스마트 기술에 대해 투자를 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가장 파괴적인 혁신조차 시스템을 가동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재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낮은 운임률이 손해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중기적으로는 파괴적 혁신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파괴적인 변화가 설득력 있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무인 기차는 편히 탈지 몰라도 무인 비행기는 아직 꺼린다. 기술력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해운 산업은 스마트 기술과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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