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 耕海 김종길
배 타봤어?

콤파스클럽 조찬회에서 해양수산부 김남규 선원과장이 ‘2016년 선원정책의 방향’을 차분하게 강의했다. 통계를 적절이 활용하고 선원의 취업과 복지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담았다.

‘선원은 우리 경제의 심장(心腸)’이란 장관의 슬로건이 머리글이었다.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는 해상운송이 국가경제의 생명선이다. 대외무역이 전적으로 해상운송에 의존한다. 하여, 선원이 해상수송의 첨병이다.

강의가 끝나고 ‘배 타봤어?’란 질문이 나왔다. 안 타봤단다. 배를 타보지 않은 선원정책이 진정성이 있을까? 선원과 밥을 함께 먹고, 선교에서 당직을 서보고, 기관실에서 손을 기름에 절여보고, 선원의 애환에 눈물을 삼켜보고, 엄마의 젖가슴처럼 포근하다가 잔인한 폭군으로 돌변하는 바다와 대화를 해보고… 이런 게 없다면 회칠한 무덤이다.

승선체험 프로그램을 되살려보라고 주문했다. 동해 옥계항에서 인천항까지 시멘트 운반선을, 한-중항로의 근해선박을 타보라고, 선원과장이 솔선수범하고 직원 모두가 차례로 승선해 생생한 체험을 기록으로 남긴다, 리포트를 읽은 국장이 승선체험을 마다할 수 없다. 국장이 행정의 핵심이니까. 국민적 관심이 확산되면 장관인들 승선체험을 나몰라 하겠는가?

김장수 국방장관이 김정일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아 ‘꼿꼿장관’이란 별명이 붙었다. 순간의 자세가 국민을 감동시켜 다음 정권이 이념이 다른데도 재임명 됐다. 김영석 장관도 승선체험으로 국민을 감동시킨다면 영원한 기념비석 ‘永石장관’으로 해운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결코 허황된 소리가 아니다. 역사는 아주 미미한데서 시작된다.

추진과제로 Charm 선원 프로젝트가 있다. 선원을 매력적인 직업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자긍심을 갖도록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평생직업화 하겠단다. 허나, 현실은 동떨어져있다. 해기면허가 없는 자가 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이 됐다. 의사면허가 없는 자가 환자를 수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무자격자에게 심판을 받는데 자긍심, 근로여건 개선, 평생직업화 정책을 선원들이 신뢰할까? 더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무자격자가 해난심판을 하는 것을 보고 그 원인구명을 신뢰할까?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까?

장영실 드라마가 KBS에 방영됐다. 장영실이 조선의 하늘을 관측하고 자격루를 발명했다. 이러한 格物致知(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이해와 지식을 완전케 하는 과학기술)를 성리학의 空理空論에 매몰된 유림과 과거를 치른 사대부들이 장영실을 암살하려 했다. 세종대왕까지도 시해하려고 음모했다.

상호보완이어야 할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이 상극이었다. 조선은 이렇게 뒷걸음질 치다 세계사에서 낙오됐다. 대한민국은 과학기술로 먹고 사는데도 여전히 과학기술을 하대한다. 특히 해운행정에서.

열세 분이 해운항만청장을 역임했다. 초대 청장은 열정을 받쳐 처녀지를 개간해 추앙을 받는다. 9명이 서울대 출신이고, 5명이 장관으로 영전한 뛰어난 동량들이다. 11명은 해운행정에 문외한이었다. 서류나 결재하고 발등에 떨어진 현안을 해결 데 급급하다 물러났다. 해운에 대한 비전이 있었을까?

Oxbridge가 영국해운을 망쳤다는 말이 있다.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출신의 문외한이 해운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겠느냐는 뜻이다. 해운은 선원과 선박과 바다를 하나로 아울러야할 특수전문분야이다.

한국이 세계바다대통령 IMO사무총장을 배출했다하여 열기가 뜨거웠다. 런던 현지에 지원단을 설치해 사무총장을 지원해야한다고들 했다. 지원단은 인력과 예산이 소요되고 현지 대사관과의 기능이 상충될 수 있다. 하여, 적어도 3개 부처가 합의해야 한다.

내 호주머니를 먼저 챙겨보지는 않고 남 호주머니를 먼저 넘보는 격이다. 해양수산부 해상안전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사 쇄신이 선행됐어야 했다. 그래야만, 학계와 업계와 관계 등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집적할 수 있다.

일례로 국제화물처리협회(ICHCA)가 컨테이너 제품을 싣는 공장과 창고와 항만에 계측장치를 갖추도록 했다. 이를 ‘해상에서의 인명안전협약(SOLAS)’이 수용하여 시행단계에 있다. 이는 국제적 파급효과가 막급할 것이다. 당면문제다. 해상안전국이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스리바스타바 총장은 인구 12억의 인도 출신이었다. 인도가 비동맹그룹의 리더였다. 영국과 인도는 특수 관계다. 하여, 필요할 때 엘리자베스 여왕을 알현할 수 있는 위치였다. 미트로폴로스 총장은 그리스 출신이다. 세계1위의 해운국가이기고 고대문명 국가다. 그는 IMO에서 몸피가 굵어진 전문가였다.

한국은 그렇질 못하다. 유럽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의 틈바구니에 있다. 임기택 총장이 양측을 균형 있게 조정하기란 녹록하지 않다. 해서, 본국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IMO활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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