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양창호 교수

▲ 인천대 양창호 교수
미국이 시장 규제를 철폐하고, 무역 장벽과 투자 장벽을 제거하고, 이자율과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고,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는 시장경제체제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세계경영 전략을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 한다.

중국은 2013년 9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처음 제안한 이후,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帶)’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 건설이라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대외원조 확대, 투자지원, 인적교류 등을 통한 세계경영의 행동전략이라 할 수 있고, 일종의 ‘베이징 컨센서스’라 할 수도 있겠다.

불과 1년 전인 2015년 3월 본격적인 국가 전략으로 출범시켰는데도 ‘일대일로’ 전략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7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협력 의사를 밝혔고, 30여 개 국가가 중국과 ‘일대일로’ 공동 건설 협의를 체결했다. 금융적 뒷받침이 완비되면서 중국이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영업에 들어갔고, 실크로드 기금 1차 투자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또한 국가 간 상호연계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어 중국-파키스탄, 중국-몽골-러시아 등의 경제회랑 건설을 중심으로 인프라, 금융, 문화 분야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착공, 중국-라오스, 중국-태국 등의 범아시아 철도망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중국은 약 20개 국가와 항만, 생산, 제도 등의 주요 협력사업을 각국 현지에서 펼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일대일로'를 위해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도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놓여있다. 즉 중국의 경기침체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국내 보다는 해외에서의 사업기회 확대,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위안화 자산보다는 외국 자산 매입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마치 1980년대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 절하 속에 단순 조립, 저부가가치 공장을 외국으로 이동시킨 일본의 전략이 연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기업의 해외진출 독려가 단순히 제조업의 해외 이전 전략이 아니라, 세계경영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업의 해외 진출 독려 우선 대상을 자국 선두기업으로 하고, 이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자국 브랜드 위상을 세계적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기업의 해외진출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물류, 교통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 실크로드 건설이라는 전략도 세계경영이라는 차원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의 해운회사를 만들어, 경쟁력 있는 해상운송 인프라를 만드는 일, 그리고 중국기업들의 해상거점, 물류거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대형 국영 해운회사 COSCO와 중국해운그룹 2개사가 합병한 중국원양해운집단(중국 COSCO 해운)이 지난 2월 정식으로 발족했다. 컨테이너선, 건화물선, 유조선 등 총 운항 선박이 1114여척으로,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그룹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해운회사가 됐다. 컨테이너선 부문으로 보면 150만teu의 수송능력을 갖추게 되어 세계 4위의 정기선 해운회사가 됐다.

경쟁이 치열한 해운시장에서 국제경쟁력있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를 만들려고 하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지만, 합병을 서둘러 처리한데는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계획 추진을 위한 해상운송 인프라(maritime economic corridor) 구축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 국영 항만운영업체인 초상국그룹(China Merchants Group)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공급사슬 관리 플랫폼을 건설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항만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회사인 초상국 국제유한공사(CMHI)를 통해 향후 5년 내 동남아, 아프리카, 발트해 및 러시아 지역에 10개 이상의 해외 항만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CMHI는 해외 15개국의 29개 항만, 320개 선석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대련, 홍콩, 닝보, 칭다오, 상하이, 센젠, 톈진, 장쩌우, 장찌양에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합병 해운회사인 ‘중국 COSCO 해운’의 자회사인 ‘COSCO 퍼시픽’사도 과거 ‘중국해운 그룹’ 터미널 관련자산을 양도받음에 따라 운영 터미널이 28곳에서 39개로 확대됐다. 글로벌 터미널 오퍼레이터(GTO)로 처리하는 물동량도 세계 2위로 부상했다.

특히 지난 4월 8일 ‘중국 COSCO 해운’의 그리스 최대 항만 피레우스 터미널 인수가 최종 결정됐다. 금년 1월 COSCO그룹은 피레우스항만공사(OLP) 지분 67%를 약 48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이 항만을 유럽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추가로 투자하기로 하면서, 해상 실크로드 구축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 동맹국이나 우호적인 해상거점을 갖지 못한 중국이 유럽에서도 굴지의 물류 거점인 이 항만 인수에 공을 들인 것이다.

중국은 이미 명나라 때 1405년부터 1433년에 걸쳐 정화(鄭和)에 의해 동남아-인도-아프리카에 이르는 해양 실크로드를 먼저 원정했지만 이후 해상교역을 통제하면서 적극 해상진출에 나선 서방국가에게 엄청난 국부를 넘겨 준 기억을 갖고 있다.

이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입지를 바탕으로, 다시 세계경영을 위한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면서, 그 두 가지 중 하나로 해양 실크로드를 구축해 국제물류 대통로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운업체를 육성해서 자국 해운을 통해 전 세계로 자원과 제품을 수출입하는 운송인프라를 구축하며, 세계로 진출하는 중국업체의 물류 교두보 역할을 할 전 세계 항만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의 정부 정책에서 ‘해운항만’이라는 글자가 사라진지 오래이기에, 세계경영의 기반을 해운과 항만에 두고 있는 중국이 마냥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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