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을 구조조정 한다고 하는데…>

정부의 해운업과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4월 2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언급하면서 “현대상선의 경우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법정관리로 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해운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해운, 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에 정부가 일정 정도 간섭을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정부는 이번 주에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어서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소위 5대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우리는 정부 당국자가 커다란 밑그림을 그려놓지 않고 한 산업이나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 더구나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건 이후에 계속되는 해운불황의 여파로 인해 상당수의 국적선사가 문을 닫았거나 업계에서 퇴출된 마당에 이제 와서 뒤늦게 ‘구조조정’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너무나도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최근 정부 고위층이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해 언급한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물론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8년 동안의 해운불황 시기를 통해 우리 해운업계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되어 이미 한국해운이 재편된 상태이며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원양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대형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난을 통해서도 여러 번 주장했듯이 국적 원양벌크선사들의 경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된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 한꺼번에 도태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가 없다.

정부가 해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려고 한다면 해운기업의 부실을 개별기업의 부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해운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해운불황의 여파로 인한 해운산업 전반의 위기이지 특수한 어떤 개인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해운기업이 부실화되기까지는 개별기업의 경영능력 부족이나 부적절한 경영판단도 일부 영향을 미치기는 했겠지만, 특히 원양 부정기선의 경우는 세계 각국의 부정기선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해운산업의 전반의 문제요, 해운업종의 일반적인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해운산업의 구조조정에 있어서 향후 한국해운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먼저 정하고, 그 커다란 밑그림 속에서 업종별, 기업별 구조조정 계획을 짜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매우 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이라도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개별기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임기응변적인 대책보다는 해운산업 전반의 틀을 바꾸는 산업의 구조 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본다.

너무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1980년 중반에 우리가 단행했던 국적선사간 통폐합 조치를 전제로 한 ‘해운산업 합리화 계획’을 이제라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다. 해운산업에 대한 재편을 다시 시도함으로써 우리 국적선사들이 매번 부실에 빠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환부를 도려내고, 미래의 다가오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국적선사가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해양수산부는 정부당국의 역할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한 당국자는 이달 초 해운전문지들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해운업의 구조조정에 우리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 말이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만약에 해양수산부가 해운업의 구조조정에 수동적으로 대응한다면 뭣 때문에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켰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해양수산부가 금융위원회와의 조율을 통해 해운업에 관한 구조조정에 있어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해운기업의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한국해운산업의 재편에 있어서 해양수산부가 주도세력에 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해운의 재편 문제에 있어 물론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원양 컨테이너항로 취항 선사에 대한 처리 문제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처리 문제인데, 여기서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우리나라에 원양항로를 취항하는 정기선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많은 해운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던 것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원양정기선사가 그야말로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많은 부채로 인해 더 이상 자율적인 경영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국적선사가 취항하는 원양정기항로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외국선사들에 의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이 운송된다면 물류비의 앙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국가 비상시 물자수송에 차질을 빚을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회사를 어떤 형태로 유지해 나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합병하거나 국유화해야 하는 것인지는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여하튼 두 회사를 다 정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양사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되 그 이후의 생존방안까지 마련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부정기선항로나 근해 컨테이너항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부분은 업계 자율로 추진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므로 역시 해양수산부가 해운산업의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부정기선 항로의 경우는 자율경쟁 부문이기 때문에 정책화물이나 대량화물이 수송하는 선사들을 중심으로 통폐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근해 컨테이너항로의 경우도 근해항로의 컨테이너선 대형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향후 구조조정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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