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터치웰 IHS Maritime and Trade 전무

▲ 피터 터치웰 IHS Maritime and Trade 전무
가끔 수백만 달러의 창업 자금으로 무장한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화물운송 시장에 파괴적인(disruptive)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스타트업 성공신화를 쓴 이들이 물류와 관련된 새로운 벤처기금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이 기존 업계에 영향을 주는 사례도 자주 보게 된다. 우버택시 애용객인 필자는 낡고 오래된 차에 예상 픽업 시간이 한 번도 맞아떨어진 적이 없는 브루클린의 콜택시는 이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은 예전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했을 비용을 이제는 아마존(Amazon)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쓰고 있다. 화물운송 시장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현 상황은 마치 발소리는 점점 크게 들리지만, 누가 어떻게 언제 등장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와 같다. 이처럼 업계가 소란스러워지면서 화물운송 사업과 업계내 비효율적이고 수동적인 관행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Amazon.com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다이어(Pierre Omidyar), 우버 테크놀로지(Uber Technologies) 공동창업자 가렛 캠프(Garrett Camp)는 컨보이(Convoy)라 불리는 시애틀 소재의 화물트럭 중개 서비스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이 투자한 벤처 펀드의 경우, 소프트웨어 기반 화물추적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워더인 플렉스포트(Flexport)에 2천만 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 라운딩을 주도했다. 머스크라인(Maersk Line)의 소셜미디어 전문가였던 조나단 위크만(Jonathan Wichmann)은 화물운송, 말단배송(last mile), 이사 등 50여 가지에 이르는 각종 물류 스타트업 목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니, 화물운송 시장이 머지않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할 것이고, 물류 관리자들이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아이폰 앱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모니터링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가 회의적으로 느껴지는 건 비단 소수만의 생각은 아니다. 위크만이 정확하게 짚어낸 바와 같이 "물류사업은 스타트업에게 쉬운 분야가 아니다. 업계 주요 기업들이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컨테이너 해운업계를 차세대 원자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던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를 포함한 투자은행들을 떠올려 보라. 무역회사들은 2010년의 첫 거래가 "해상위험관리의 새 시대"를 예고한다고 여겼다. 이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해두자.

GoCargo.com을 기억하는가? 2000년 3월 2일자 JOC.com(現 IHS Maritime & Trade) 기사를 보면 "국제 컨테이너 화물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해운 수송 거래 사이트인 GoCargo.com이 2차 투자 라운드에서 1330만 달러를 유치했다.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이번 라운드에는 거대 곡물회사인 카길(Cargill)과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가 참여했다."

필자는 스티펠(Stifel) 투자은행 내 운송부문 책임자인 존 라킨(John Larkin)에게 그가 전망한 주요 포워더 및 트럭 브로커의 수익 예상치를 스타트업으로 인한 변화를 반영하여 하향조정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방금 언급한 유형에 따른 조정은 전혀 없었다. 실리콘밸리 내 우버화를 지지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해결책은 이론적으로는 흥미롭지만, 실용성이 떨어지고 폭넓게 적용될 수 없다. 도시 내 화물 운송은 우버화가 될 수도 있지만, 주요 제3자 물류업체들(3PLs)이 브로커 산업을 보다 덜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점진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앱들의 경우, 안타깝지만 실제 화물의 선적 및 하역작업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체 어느 화주가 들어본 적도 없는, 단순히 앱이 추천한 선사를 쓰겠는가? 사견이긴 하지만, 머피의 법칙처럼, 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경우 위험이 너무 크고 시정조치를 요구할 대상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필자는 물류 스타트업 중 하나인 플렉스포트가 비교적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플렉스포트의 라이언 피터슨(Ryan Peterson) 대표는 자사를 "해양계의 우버(Uber of the Oceans)"로 묘사한 블룸버그에 이의를 제기하며 "플렉스포트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자동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고객의 화물 운송을 관리하는 허가 받은 포워더다. 통관, 물류, 운영 지원 인력 등 고객 만족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는 전담부서를 보유하고 있다. 물류는 기본적으로 관계 중심적 사업이지만, 기술을 통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이처럼 화물운송 시장이 우버 모멘트(Uber-moment,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기존 산업 체제가 위협받는 순간)에 직면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자율주행 자동차 등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나, 주요 기술 업체는 여전히 화주가 원하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인 전 단계에 걸친 화물추적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에 대한 논의야 아무렴 어떤가. 다만, 그 과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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