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 근로자위, 매각협상 당사자에게 양보ㆍ타협 촉구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거론돼 왔던 SPP조선이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채권단 자율협약 이후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매각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며 중형선 건조에 특화된 조선사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매각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순조로웠던 매각협상이 난기류에 빠진 것은 협상 당사자인 채권단과 SM그룹이 매각가 산정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SM그룹은 당초 유상증자 1천억원과 부채 3천억원 인수 조건으로 SPP조선을 인수하기로 했고, 채권단은 매각가를 최대 625억원을 인하할 수 있다고 화답한 바 있다. 그러나 SM그룹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정밀실사에 들어간 결과 수주공백에 따른 생산손실과 추가 구조조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추가로 768억원 할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추가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MOU에서 합의한대로 매각가 추가인하는 절대 불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결국 20일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은 27일로 연기됐고, 채권단은 SM그룹에게 최종 방침을 27일까지 정리해 달라는 최후 통보를 내렸다.

업계에서는 SPP조선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각한 수주부진이 이어지면서 SPP조선이 내년 3월 이후에는 일감이 소진되는데, SM그룹이 무리하게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채권단 역시 목표로 한 채권 회수액 2800억원의 절반 밖에 안 되는 1415억원만 회수하게 돼 SM그룹의 가격인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SPP조선 매각이 불발될 경우 채권단은 법정관리는 물론 청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SPP조선 근로자위원회는 양 측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흑자기업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로자위원회는 “SPP조선의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에는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약 400억원의 매각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회생 가능한 기업의 문을 닫게 만드는 것을 올바른 구조조정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SPP조선은 지난해 574억원의 영업흑자를 내며 국내 조선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낼 정도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흑자기조를 이어가면서 사내 유보금도 1800억원에 달해 채권단의 추가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도 했다.

근로자위원회는 채권단과 SM그룹이 SPP조선 회생을 위한 노동자들의 헌신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근로자위원회는 “SPP조선 근로자들은 창사 이래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한 번의 파업도, 단 한 번의 처우개선 요구도 없이 오로지 회사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매각이 불발될 경우 그동안 회사 회생에 헌신해 왔던 근로자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져 현재 남은 12척의 선박이 제대로 인도되기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SPP조선 매각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채권단과 SM그룹의 대승적인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근로자위원회의 판단이다. 근로자위원회는 “매각불발로 수주선박 건조가 취소될 경우 4천억원이 넘는 선수금환급보증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며 “국가적 피해와 손실을 감안해 정부가 뒷짐만 지지 말고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PP조선이 수주한 8척 선박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매각협상이 순조로웠을 것이다”며 “조선업을 살려야 한다는 채권단의 의지가 중요한데 구조조정 광풍으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여기는 정부와 채권단의 판단이 바뀌지 않은 한 중소조선사들이 회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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