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충격 ‘쉬핑마스터스 골프대회’>

6월 13일 경기도 양평군 더스타휴CC에서 한국 외항해운업계를 대표하는 주요인사 104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코리아 쉬핑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렸다. 26개조로 나뉘어 샷건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골프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쾌청한 날씨의 유월 뙤약볕 아래 모처럼 모두들 즐거운 라운딩을 했다. 이 성대한 골프대회를 기획하고 직접 진행한 것은 놀랍게도 중소 해운중개업체인 장수에스엔피(주)였다. 장수에스엔피가 이러한 해운업계 골프대회를 해운불황기에 개최하게 된 것은 이 회사의 오준영 대표이사의 말처럼 “해운업계의 氣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직접적인 이익이 될 것 같지 않은 일에 중소기업이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것이 또한 놀랍기만 하다.

이 골프대회에서 놀랄만한 일은 더 있었다. 파3 홀에서 니어리스트들에게는 5등까지 상을 주면서 주최측이 아닌 해운업체들이 스폰서를 하게 한 것 정도는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저녁 2부 순서에서 만찬에 올라온 주류(소주)에 참가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어서 깊은 인상을 남기는가 하면, 주최 회사의 직원들이 연예인 복장으로 등장해 사회를 보기도 하는 등 정말 놀랄만한 일이 많았다. 한 마디로 세심한 기획과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혹자는 현재 한국해운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무슨 골프대회냐고 질책할지도 모르겠다. 이 사설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장황하게 업계 골프대회 얘기를 끌어가는데 대해 탐탁하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골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그야말로 신선한 ‘역발상’으로, 모두를 ‘춤추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기소침해 주저앉아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워 신바람 나게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그런 청량제 같은 행사였다고 평가할 만 하다. 이런 큰 행사를 국적 외항선사도 아닌 해운중개업체가 해냈다는 점이 오직 놀라울 뿐인 것이다.

우리가 이번 골프대회 개최에 대해 칭찬하는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해운업계 종사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고, 또한 업계의 결속을 이끌어 내어 종국적으로 한국해운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기업으로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을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대규모의 행사라고 하면 그런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희생정신과 滅私奉公의 자세가 없으면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현재 해운업계의 화합과 단합을 위해서 치러지는 행사는 불과 몇 개에 그치고 있다. 주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가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해운신문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 해양청소년단연맹과 개최하는 ‘드래곤보트 대회’, 부산에서 개최하는 ‘바다사랑 걷기 대회’ 등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업계의 참여도도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를 빼고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러한 차에 ‘코리아 쉬핑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스타트함으로써 해운업계의 친목과 화합의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골프대회와 같은 행사를 통해 해운업계가 일치단결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해운시황이나 주변의 여건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난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을 맞이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언을 금과옥조로 삼아 난국을 극복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향후 해운불황의 한파가 2~3년은 더 몰아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할 때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서로서로 끌어안아서 따뜻한 온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기만 하다.

근대 이후의 한국해운에서 우리의 선배들은 끈끈한 정을 나누는 ‘한솥밥 정신’을 면면히 이어왔었다. 그 옛날, 동네에 큰 일이 생기면 큰 가마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던, 상부상조의 정신이 바로 ‘한솥밥 정신’이다. 우리 해운업계의 ‘한솥밥 식구’는 외항해운업체는 물론이고 대리점업체, 중개업체, 포위딩업체, 항만운영업체, 항만 부대사업체, 해운전문언론 등 해운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다 포함돼 있다. 과거에 우리 해운업계는 이러한 ‘한솥밥 정신’ 살아 있었기 때문에 업계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고 오늘날까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정신이 아직까지도 면면히 살아 있다는 산 증거가 바로 한일간 컨테이너항로이다.

하지만 2008년 후반에 몰아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 해운업계의 끈끈한 단결력은 무너지고 말았다. 모두들 나 먼저 살고보자는 심리 때문에 다른 회사에 피해를 입히면서 사멸해 가거나 법정관리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해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던 외항 부정기선사들의 경우 거의 전멸했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선사들이 명멸해 갔으며 살아남은 회사도 일부를 제외하거는 법정관리나 은행관리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해운업계가 한 데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고 대동단결해 해운불황을 의연하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도 필요하고 업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목을 도모하도록 장을 펼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코리아 쉬핑 마스터스대회’와 같은 발상은 참으로 좋은 발상이며, 따라서 이런 대회가 잘 될 수 있도록 우리 해운업계에서 적극 지원을 해야 마땅하다. 물론 이러한 일은 업계 전체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협회나 단체서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협회나 단체를 포함한 모든 해운 주체들이 참여해 개최하는 방법도 있다. 해운업계에 다시 한 번 ‘한솥밥 정신’을 되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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