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위 “산업부가 나서야” vs 산업부 “채권단 주도가 바람직”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누가 주도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산자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구조조정을 채권단에 맡기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산업부를 압박했고, 같은 당 이철우 의원도 “조선업 구조조정 논의에서 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는 논의가 빠져 있다”며 “산업부가 국내 생산기반을 어떻게 지키고,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권칠승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논의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산업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김경수 의원은 “조선업이 사양산업으로 가는 것 같은 분위기에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언론보도가 난무했다”며 “정부가 손 떼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무소속 김종훈 의원은 “구조조정을 채권단에 맡기고 있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어려운 방식이다”며 “채권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산업부가 나서서 풀어가야 하며, 미래에 키워나갈 산업이라면 정부가 주체가 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며 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지만, 산업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산업부 업무보고를 위해 회의에 참석한 주형환 장관은 “정부가 개별기업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고, 통상마찰의 가능성도 있다”며 “채권단 관리에 있는 기업은 채권단과 기업이 회생가능성 여부를 판단해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가 방향만 제시할 뿐, 구조조정 과정은 채권단과 조선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방침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선업 부실과 관련한 책임을 놓고도 논쟁이 진행됐다. 정유섭 의원은 산업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9년 채권단 주도로 조선사 자금상황을 점검하도록 하는 상시 구조조정안이 마련됐음에도 산업부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빗빛 전망을 내놓으며 해양플랜트 수주경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김경수 의원은 “위기를 사전에 예방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조선업계의 출혈경쟁을 예방하는 조정 역할을 하지 않았고, 현재 고통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주 장관은 “정부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공급과잉 등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현재 위기는 해양플랜트 관련 과당경쟁으로 저가수주에 나섰기 때문인데, 정부가 해양플랜트를 저가수주하라는 것까지 말하지는 않았다”며 책임론을 피해갔다.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은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부가 대책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책임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고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오히려 산업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도 “훌륭한 기술자들이 중국 조선소로 이직해서 우리나라 조선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될 지경이다”며 고용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장관은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플라이 체인이 잘 갖춰져 있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아 적절하게 구조조정한다면 주력사업으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설계인력은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이다”며 “가급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인력은 중소기업이나 대학에 취업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무보고에서 산업부는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종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선을 비롯한 공급과잉 산업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사업재편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장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자재업체, 지역 소상공인 등을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장관은 “정부가 세계시장 침체 상황에서도 조선업계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R&D, 인프라 구축, 해외 수주 등을 지원했다”며 “경쟁력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그린십 분야는 시장도 창출해주고 기술이 미진한 부문에 대해서는 R&D를 늘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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