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3사만 지원대상에서 유보…노동계 강력 반발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 마련 이후 처음으로 조선업종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됐지만, 정부가 대형3사만 지원대상에서 유보하며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유보 이유도 석연치 않아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대형3사 노조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형3사의 지원대상 유보방침에 대해 총 4가지 이유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일감이 많이 남아있어 일정기간 고용유지 여력이 있다는 점, 대형3사의 경우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고 있어 경영상황도 상대적으로 낫다는 점, 대형3사가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며 인력조정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의 자구노력 의지가 미흡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정부는 대형3사의 경영상황, 고용상황, 고용조정 전망,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 및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의 자구계획 이행 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반기 중으로 추가 지정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형3사 노조가 파업결의를 철회하고 대규모 인력감축에 동의할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추진으로 공기업 노조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는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를 받아들여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형3사 유보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보사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데다, 노조 길들이기를 위한 노골적인 협박으로 보기 때문이다. 노조 일각에서는 정부가 노조를 자극해 오히려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수주절벽 장기화로 경영환경이 악화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놓고 이제 와서 대형3사는 경영상황이 낫다며 지원대상에서 유보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심의회에 참석한 노조측 관계자는 “구조조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직접적인 부실 책임이 없는 생산직을 포함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받아들여야 지원을 해주겠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노동자 임금을 깎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하향 평준화’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조선업종노조연대도 정부 발표가 나온 30일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노연은 “경영상태에도 큰 문제가 없고 수주잔량이 2017년도까지 남아 있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자르는 구조조정이 올바르지 않다고 이야기할 때 정부는 무시해왔다”며 “이제 와서 물량이 많이 남아 있어 특별고용지원업종에서 대형3사를 제외한다는 것은 양두구육의 전형적인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조선노연은 총고용 보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요구가 묵살될 경우 7월 총파업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29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7월 총파업에 나서기로 선포했으며,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회도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파업을 결의한 상황이다.

‘조선산업 대량해고ㆍ구조조정 저지 울산지역대책위’도 같은 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맹이 없는 조선업 특별고용지원 발표로 국민을 우롱하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이번 대책을 국민여론 호도용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자와 노조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사업주 지원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기업에게는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 장애인 의무고용부담금ㆍ사회보험료ㆍ국세 및 지방세 연장 등을 지원하면서, 고통 받고 있는 실직자와 지역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생활안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영혼 없는 발표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형3사 유보에 대해서도 “추가 선정 전제조건으로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을 운운하는 정부의 발상이 놀랍다”며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정규직 노조 길들이기, 재벌과 자본의 입맛에 맞는 임금체계 개편 의도를 스스로 밝히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하는 김종훈 의원도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효성은 떨어지고 상황도 호도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한가한 수준의 대책이다”며 비판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노동자들에게 마치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이자 주체인 노조는 만나지도 않았다”며 “노조를 무력화하고 길들이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동안 위기라며 무리하게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현대중공업에서만 1만여명에 달하는 물량팀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정부가 직접 책임지지 않는 구조조정과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진행되기보다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야당과 노동계의 강한 반대를 야기하는 노동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정부 핵심 개혁과제로 노동관련법 개정을 제시하며 수시로 조속한 법 통과를 요구해 왔다.

한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현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면서도 국내 조선업계가 가진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지만, 조선업 경쟁력 강화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노동법 개정을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반발이 빤히 예상되는데도 강경모드를 고수하고 있어 심각한 갈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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