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해운불황 속에서 국내 해운기업들의 경영여건은 나날이 악화 추세이며, 정부는 해운산업을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과 함께 경기취약업종으로 분류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느 산업이든 경기가 악화되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장논리상 당연한 방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그 대상에 속해있다는 것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위기 뒤에 도래할 새로운 호황을 준비하는 계기로 마련해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속담 중 “새 술은 새 술잔에 받아야 된다”라는 말이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장기 해운불황 뒤에 도래할 새로운 시장에 자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새로운 술잔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한국 해운산업의 중심지는 서울이다. 서울에 모든 영업이 집중돼 있고, 서울 없이는 해운업이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업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번호 MEiC 포커스에서는 과연 서울을 제외한 부산과 그 밖의 지역의 경영여건이 서울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이 사실일까에 대한 통계적인 관점의 접근을 시도해 보았다. 이를 통해 해운업의 새로운 기회 창출 요인으로 서울이 아닌 지역기반의 성장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조사 대상 및 표본 설정
국내 해운기업 가운데 법정관리 신청 및 폐업 등의 사유로 경영공시 자료 상에서 자본잠식 등을 나타내고 있는 해운기업과 그 밖의 구체적인 자료 확보가 어려운 해운기업들을 제외한 119개 국내 해운기업들을 대상으로 서울과 부산 그리고 기타지역에 본사를 소재한 해운기업들을 대상으로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을 경영여건 판단의 지표로 활용해 분석을 시행했다.

조사시점은 2015년 경영실적 자료를 토대로 했으며, 총 119개의 표본 가운데 서울지역 기업 86개사, 부산 27개사, 기타 6개사의 샘플을 확보했다.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을 경영여건 판단의 지표로 활용한 이유는 매출액과 영업이익과 같은 절대 값들의 경우 부산과 기타지역에 비해 대기업 비율이 높은 서울 기업들의 성격상 절대적인 비교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2. 분석 방법
서울과 부산 그리고 기타 지간의 경영여건을 분석하기 위한 통계방법으로는 표본간의 분산의 차이를 통해 유의성을 검증하는 ANOVA(일원배치 분산) 분석을 시행했다. ANOVA 분석은 두 개 이상의 집단들간의 평균간 차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는 방법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각 케이스의 관찰값과 평균간 차이인 편차를 제곱해 합산한 후 표본크기로 나눈 분산을 이용해 2개 이상 집단간 평균 차이를 검증하는 방법이다. 집단간의 비교 분석을 통해 유의확률이 0.05 이하일 경우 집단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며 이를 통해 서울과 부산, 그리고 기타지역간의 경영환경이 차이가 발생되는 것을 파악 할 수 있게 된다.

3. 현황분석
우선적으로 3집단간의 기술통계를 통해 각 집단들의 경영여건에 대한 평균값들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서울지역 해운기업의 경우 평균 86개 표본에 대한 평균 부채비율은 637%, 영업이익률은 1.00%로 부산과 기타 지역에 비해 경영여건이 열악한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에 대한 95% 신뢰구간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의 하한 값과 상한 값 역시 그 밖의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비율의 경우 평균에 대한 95% 신뢰구간을 기준으로 각 지역별로 조금은 차별적인 결과값이 도출됐다. 부산의 경우 채비율의 상한값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는 조사대상의 샘플 수가 서울에 비해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부산 해운기업의 구조가 중소기업 중심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기본적인 자본여건 등이 열악한 상황이므로 선박 도입과 같은 대규모의 금융권 차입이 발생하거나 몇 년간의 손실만 발생하더라도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는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부채비율 면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4. 지역간 경영여건 차이 분석
이제 집단간의 다중비교 검증을 통해 서울과 부산 그리고 기타 지역간의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에 대한 통계적 검증 결과를 도출해 냈다. 통계 검증에는 Scheffe 사후검증 방법을 사용했으며, 검증결과 유의확률이 모든 집단간의 비교결과 0.05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집단간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은 유의미한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결과 값이 도출된 배경에는 각 지역별로 샘플수의 차이가 발생해서 정확한 비교가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통계적으로 서울 지역의 결과 값들이 속해 있는 표준편차의 범위 이내에 부산지역과 기타 지역들의 결과 값들이 한 범주 이내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통계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비교 대상에서 단순히 2015년 한 해의 표본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연도 변화에 따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라는 본 통계분석의 한계점도 내포하고 있다.

5. 결론 및 시사점
서울지역 해운기업과 부산, 그리고 기타 지역 해운기업 들간의 경영여건 상의 통계적 차별성은 관측되지 않았다. 즉 부산을 포함한 지방이라고 해서 경영여건 상의 불이익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부산소재 해운기업들이 지역 중심의 화물 영업에 국한한 영세적인 모습의 경영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서울은 서울 중심의 영업, 부산은 부산 중심의 영업과 같이 지역단위의 단절된 구도를 보이고 있다라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과 국가를 초월하는 초국적 기업들이 즐비한 세상을 살아가는 관점에서 더 이상 지리적, 물리적 특성으로 기업의 경영여건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부산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들의 경우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 등으로 기업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서 지금과 같은 불황시기에 해운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더 이상 특정지역에 편향된 해운기업의 지리적 제약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