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아시아에서 브라질 동안까지 가는 아시아-남미동안 컨테이너 항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상하이발 산토스향 컨테이너선 운임은 2016년 초에 1teu당 278달러이었으나, 4월 말부터 상승하면서 5월에는 1000달러를 넘어서고 7월 15일자로 2626달러까지 급등해, 상반기 중에 9.4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와 같이 기간항로 운임이 역사상 최저치까지 하락하는 상황에서 나타난 이상 현상이다. 그러나 운임급등 요인은 놀랍게도 수요 증가가 아니라 공급 감소이라는 점이다. 남미 동안 항로에서 복수의 선사가 서비스 합리화를 단행하며, 금년 들어 5월까지 28%의 선대를 감소시킨 결과이다. 6월 시점에서 남미 동안 서비스는 주당 3편으로 그 수는 1년 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 항로에 배선 중인 선사는 9개 선사이며, 주로 7500~1만500teu급(평균 8850teu) 컨테이너선이 투입하고 있다. Drewry사는 수요 반등이 없이도 선박량 감축만으로도 운임이 크게 오른 사례라고 분석했다.

극심한 선복과잉을 겪고 있는 유럽항로 취항 선사들이 아시아-남미동안 서비스의 운임 급등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이 항로를 포함한 남북항로는 2015년 이후 아시아-유럽항로와 함께 극단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었다. 유럽항로에서는 점유율 상위 선사는 그동안 대형선을 투입하고 규모의 경제인 스케일 메리트를 누렸지만 시장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015년 후반 이후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또한 남미항로 등 남북항로에서는 유럽항로에서 전배돼 온 8000~1만teu급 대형선 취항으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럽항로는 금년 초 1teu당 운임이 930달러이었으나, 이후 10주 연속 운임이 하락하면서 3월에는 205달러까지 하락해 역사상 최저운임을 기록했다. 현재도 1teu당 7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7월 1일자로 1500달러 정도로 운임인상을 시도했으나. 이후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종전 500~60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에서 인상금액을 받아주고 있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의 해운조사기관 Drewry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년 들어 상반기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향후 18개월에 걸쳐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컨테이너 교역량에 영향을 미칠 세계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IMF는 6월에 미국경제성장률을 2.4%에서 2.2%로 낮추고 전 세계 GDP 성장률도 3.4%에서 3.2%로 하향조정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로 향후 컨테이너 교역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HS는 6월 23일 자료에서 유로존 GDP를 2016년의 경우 1.7%에서 1.4%로, 2017년에는 1.8%에서 0.9%로 크게 낮춰 전망했다. Alphaliner사도 6월 28일자 자료에서 유럽의 경제성장 둔화가 컨테이너 교역에 영향을 미쳐 수급격차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16년 컨테이너선 공급은 3.6% 증가하는데 비해 수요는 1.3%에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수급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Drewry사가 이러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완만하지만 경기 상승을 예상한 것은 시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이라기보다는 현재 같은 운임으로는 선사들이 얼마 버틸 수 없기 때문에 호전되어야(must) 한다는 의미로 전망을 한 것이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아시아-남미동안 항로의 학습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2017년 재편되는 신 3대 얼라이언스 체제는 이전 4대 얼라이언스 체제보다 더욱 결속력이 있는 얼라이언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장참여자 수가 줄어듦에 따라 현재보다 용이하게 공급조절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수급개선에 도움이 될 방향성을 잡아나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한 가지 특기할 만 한 점은 2015년에 불었던 2만teu급 극초대형선의 발주 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2015년에 2만teu급이 74척이나 발주됐고, 2015년 말 기준으로 1만8000teu급 이상 선박은 기존 운항선박 31척 및 발주잔량을 포함해 총 100척을 상회했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 이후 시황이 침체되면서 2만teu급 같은 극초대형선이 오히려 규모의 비경제선이 아닌가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Drewry사는 2016년 3월 1만8000teu급 이상 메가 컨테이너선이 컨테이너 정기선 업계의 화두인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특히 컨테이너선 대형화에 따라 비용적인 측면에서 큰 수익이 없다는 점, 서비스 빈도가 낮아 하주의 선택폭이 적이 진다는 점, 물동량이 몇몇 대형선에 집중돼 전체 서플라이체인의 리스크가 상승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런 극초대형선을 건조하는데 동원된 연료절약형 기술, 저선가의 무기를 1만4000teu급에 적용하는 편이 오히려 경제선의 개념이 아닌가 하는 컨설팅사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은 보다 큰 선박을 건조하는 초대형선 경쟁은 제동이 걸린 것 같아 구조적인 공급과잉 해소에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항로의 물동량 수요도 2015년에 비해 호전되고 있다. 2015년 아시아-유럽 간 컨테이너물동량은 3.2%나 하락해 1490만teu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6년 아시아-유럽 간 컨 물동량은 1550만teu로 3.9%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점진적인 수요 회복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유럽물동량의 25%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수입물동량이 2015년에 21%나 하락한 것이 수요부진의 큰 원인이 되었지만, 금년 들어 러시아 수입도 2.3%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으로 유럽항로에 취항하던 1만4000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이 아시아-북미서안 항로로 일부 전배되고, 1만~1만4000teu급 초대형선이 북미 동안서비스에 투입되면서 아시아-유럽 항로의 공급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때문에 북미항로와 아시아역내 항로는 초대형선 및 파나막스 선박들이 전배(cascading)되면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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