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log : 항해일지, 선속 측정기, 항정계, 측정기>

영어의 log(통나무)에서 유래했는데 log 자체의 어원은 불분명하다. SOED에는 앵글로 라틴어의 loggiare(나무토막으로 베다)와 loggum(통나무) 등의 낱말이 1205년과 1306년에 사용된 용례가 있음을 밝히고 있고 Online Etymological Dictionary에는 고대노르만어에 ‘나무를 베어 넘어뜨렸다’(felled tree)는 의미로 lag이 사용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무(log)가 선박운항에서 가장 중요한 선속, 항정, 일지를 모두 포괄하게 됐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주제다. 시대적으로 본다면 log는 log-board(logbook)→chip-log →log 등의 순서로 해사용어로 전화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항해가들은 항해 중 중요한 지점을 통과했거나 암초나 얕은 해역 등을 만나게 되면 이를 기록해두는 관행이 있었다. 15세기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항해가들이 이와 같은 기록을 상세하게 기록했고 콜럼버스는 1492년 1차 항해 때 항해일지를 매우 충실하게 작성하기도 했다.

16세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뱃사람들은 당직 중 얼마나 항해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나무 판(log-book)에 표로 만들어 놓고 여기에 기입했다. log-board는 위도, 침로, 항해거리, 풍향과 풍속, 나침반의 자차와 편차 등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만들어 놓은 흑판(blackboard)이었다. 17세기 후반에 log-board가 종이에 인쇄되어 책으로 묶여 나오게 되면서 log-book이라고 부르게 됐고 1825년 즈음에는 간단히 log라고 부르기에 이르렀다.

선속 측정계를 log라고 부르게 된 것은 선속 측정도구인 ship-log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 우리가 ship-log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기기가 발명된 것은 15세기 말~16세기 초 포르투갈의 Bartolomeu Crescêncio였고, Dutchman’s log는 1623년에 이르러서야 개발됐다. Dutchman’s log에는 담배갑만한 사각형 청동판에 log의 개수를 바로 속력으로 환산할 수 있는 표가 새겨져 있었다.

유럽의 뱃사람들은 ship-log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책에 소개된 것은 1574년 William Bourne가 출판한 A Regiment for the Sea에서였다. 이 책에 소개된 ship-log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반지름 9 inch(22.9cm) 정도의 원형 나무판에 불과했다. 17세기 초반 어느 시점에선가 원형 나무판은 사분원의 나무판, 즉 chip-log으로 대체됐다.

1644년 Manwayring이 출판한 Seamans Dictionary에 소개된 A Log-line에 대한 해설기사를 보면 boord라는 판이 사용됐음을 알 수 있는데, 이 boord가 사분원의 chip-log이다. log-line에 매듭을 지어 표시를 하게 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문헌 기록은 1632년 Champlain의 Les Voyages de la Nouvelle France Occidental이다.

이로부터 선속을 재던 단순한 나무토막이던 log가 선속을 측정하는 ship-log가 되고, 나무토막이 chip-log로 대치됐으며 매듭을 지어 거리를 표시하던 log-line이 사용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의 고찰로부터 log가 항해일지, 선속측정기, 항정계, 측정기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항해의 주요 사항을 기록하던 log-board와 선속 측정기인 ship-log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